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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20년 동안 모은 2500개 골프 골동품과 사는 이 아저씨

이인세씨의 컬렉션 중에는 골프 의상과 가방도 있다. 이씨가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에 가죽으로 만든 골프백을 메고 포즈를 취했다. [김상선 기자]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신비스러운 비밀 결사 조직으로 묘사된 프리메이슨, 그들은 놀랍게도 골프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던 모양이다. 중앙일보 미국 시카고 지사에서 골프 담당 기자를 지냈던 재미동포 이인세(53)씨는 이런 흥미로운 골프 역사를 들쳐보고 있다. 놀이였던 골프를 발전시킨 사람들이 프리메이슨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재미동포 이인세씨의 별난 욕심

“귀족과 신흥 부호들로 구성된 18세기의 스코틀랜드 프리메이슨은 몰래 만날 곳이 필요했습니다. 골프 클럽은 매우 좋은 장소였죠. 골프는 스포츠를 통한 유대 강화를 할 수 있어 좋았고 라운드 후 19번 홀이라고 하는 만찬 모임은 회원들이 공식적인 집회를 갖기에 충분한 명분이 됐습니다.”



이씨는 골프에 제대로 된 규칙이 생긴 것도 이성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프리메이슨 덕분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생긴 골프의 위기를 살린 것도 그들이다. 혁명의 열풍은 1840년대 그레이트 브리튼 섬 북부의 스코틀랜드에까지 이어졌다. 농민들은 평등을 외쳤고 이들은 귀족들의 놀이터인 골프 코스를 곱게 보지 않았다. 이인세씨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몇몇 골프장이 농장으로 변했고 골프의 성지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도 재정난에 시달리다 개발업자들에게 넘어갔는데 프리메이슨이 주도하는 골프 클럽의 기나긴 법정 투쟁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면서 “프리메이슨이 아니었다면 현재 골프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금한 게 많다. 프리메이슨과 골프의 관계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 중 어디가 진짜 골프의 발상지’인가, ‘보비 존스는 왜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시골 동네에 명문 클럽을 지었을까’ 등등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지만 그는 연구할 게 많아서 더 신이 난다.



욕심은 지식뿐만은 아니다. 골프 용품에 대한 욕심도 대단하다. 그는 미국 전역을 돌며 골프 골동품 2500여 점을 모았다. 그는 “미국 사람 중에는 이보다 많은 골동품을 모은 사람이 더러 있지만 아시아에서 개인적으로 이만큼 모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구옥희의 LPGA 투어 우승을 보고 골프에 흥미를 갖게 된 그는 90년대 초반 골프 대회 취재차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물건들을 사 모았다. 대회장 인근 앤티크숍을 돌아다니기 위해, 또 구한 골동품을 실어 나르기 위해 그는 아무리 먼 거리라도 반드시 차를 몰고 출장을 다녔다. 시카고에서 미시시피까지 20시간을 달려간 적도 있다.



그의 컬렉션엔 19세기에 유행했던 히코리 샤프트 클럽과 20세기 초반의 퍼시먼(감나무) 헤드 클럽이 가장 많다. 대나무 샤프트 클럽도 여럿 보인다. 샤프트가 스틸로 바뀐 후 골퍼들의 거부감이 심했기 때문에 샤프트에 대나무 모양으로 칠을 한 클럽이다. 옛날 골프볼과 책·티페그·도자기·은제품·그림·대회 프로그램·엽서·잡지와 사인용품들도 수북하다. 남자와 경쟁해 더욱 유명해진 만능 스포츠 우먼 베이브 자하리아스와 골프 성인 보비 존스의 기념우표도 눈에 띈다.



이씨의 컬렉션 속에 빠져 있노라면 골프의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동네 클럽 챔피언십의 트로피나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던 클럽, 그들이 선수에게 받은 사인 같은 것들도 있다. 50년 전, 100년 전 평범한 골프의 일상이 그의 컬렉션에 담겨 있다.



이씨가 가장 탐냈던 물건은 최초의 프로라고 일컬어지는 톰 모리스가 만든 클럽이다. 헤드가 서양인의 코처럼 길쭉하다고 해서 이른바 ‘롱 노즈’라고 부르는 19세기 클럽으로 10년 전 약 1000만원에 시장에 나왔는데 돈이 모자라 사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쉽다고 했다. 마스터스 입장권도 모두 구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골프 관련 골동품을 모으면서 부인에게 바가지를 많이 긁혔다. “뭔가 사가지고 돌아올 때마다 집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집에 들어오곤 했다. 그 때문인지 요즘도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올 때는 몰래 들어오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골동품을 모으던 그는 골프 컬렉터 협회에도 가입했다. 1970년에 세워져 현재 15개국에 14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골프 매니어들의 모임이다.



이씨의 골프 실력은 80대 중반 수준. 골프 컬렉터 협회가 주최한 대회에선 히코리 클럽을 사용한 끝에 80대 후반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히코리 샤프트 클럽은 드라이버 기준으로 거리가 40m 정도 적게 나가 레이디 티에서 치는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미국 전역을 돌며 모은 골동품으로 경기도 남양주에 골프 박물관을 차린 이인세씨. [김상선 기자]
물건들은 시카고 집의 창고에 있다가 지난해 6월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에 ‘더 골프 뮤지엄(The Golf Museum)’을 차렸다. 말은 박물관이지만 겉보기엔 허름하다. 대성리 초입 수상스키 용품숍을 하는 친구가 공터에 컨테이너 2개를 조립해 전시장을 마련해 줬다. “집 창고에서 썩히느니 허름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낡은 컨테이너에 물이 새기도 해 그의 가슴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중에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전시를 하겠다고 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그는 골동품 모으는 데 얼마를 들였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20년 동안 땀과 열정으로 모은 것들을 돈으로 말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책도 발간하려고 한다.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시작된 골프 600년 역사를 돌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올 초 오거스타에 다녀왔고 가을에 세인트 앤드루스로 답사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골프 관련 책은 ‘10타 줄이기’류 이외에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클럽하우스는 한국이 제일 화려하고 프로 골퍼의 위상은 점점 올라가는데 골프의 전통과 정신, 역사에 대한 아마추어 골퍼들의 생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한국 골프가 잃어버린 역사는 무척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오픈 우승컵이다. 한국 최초 프로 골퍼인 연덕춘씨가 일본오픈에서 우승해 가져온 우승컵을 전쟁 통에 분실했다. 디 오픈이나 US오픈처럼 우승자에게 1년간 빌려주는 단 하나뿐인 트로피여서 일본골프협회에서는 아직도 한국을 원망하고 있다.



한국 골프 역사의 권위자로는 중앙 일간지에서 골프 담당 기자를 지냈던 최영정(79)씨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는 『코스에 자취를 남긴 사람들』 등 14권의 책을 남겼다. 최씨는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로 알려진 고 최영의씨의 친동생이며 이인세씨보다 먼저 골프 컬렉터 협회에 가입했던 인물이었다.



중앙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손환 교수도 한국 최초 골프 코스인 효창원 클럽의 지도를 발굴하는 등 왕성하게 연구하고 있다. 손 교수는 “대한골프협회 등 관련 단체에서 더욱 체계적으로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양주=성호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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