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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대1 경쟁 뚫자” 수험생 1만 명 ‘교시촌’서 몇 년씩 준비

고모(25·여)씨는 지난해 5월까지 고향인 강원도 춘천의 한 중학교 임시교사(기간제)였다. 하지만 학교를 그만둔 뒤 서울 노량진의 교사 임용고시 준비 전문학원에 다니고 있다. 교사 임용고시를 통과해 정교사가 되기 위해서다. 전공인 영어는 물론 파고들어야 할 내용이 많아 학원 자습실에서 하루 12시간씩 공부한다. 고씨는 “정교사가 되기 힘들어 임시교사로 일해봤지만 미래가 불투명해 시험을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씨가 나온 서울 S대 영어교육과는 한 학년 정원이 45명이다. 고씨처럼 임용고시에 매달려 재수·삼수를 해도 한 해 겨우 5~6명만이 합격한다. 고씨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는 “식비에다 학원 수강료 등을 따지면 고시 준비하는 데 한 해 2000만원이 든다”며 “올해 11월에 치르는 시험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채모(28·남)씨는 2008년 가을 지방 K대를 졸업하고 2년째 노량진 학원가를 다니고 있다. 그의 고시 동료 중엔 37세 된 이도 있다. 기간제를 하다 시험에 도전하는 것이다. 채씨는 “방학 중엔 대학 재학생까지 원정 와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노량진 W임용고시학원에선 교실마다 200~300명이 전공 강의를 들었다. 1차 필기시험 과목인 교육학 수업이 있는 날에는 수강생 수가 배 이상 늘어난다. 1000명이 듣는 강의도 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유명 강사로 알려진 조화섭(52)씨는 “임용고시 준비생이 1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임용고시 학원마다 학원을 찾아와 강의를 듣는 수강생만 2000명 정도 된다.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공통적으로 “대학 때 배운 지식으로는 도저히 임용고시를 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등교사 경쟁률이 2010학년도 23.2대1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높아지는 것도 노량진 학원가로 몰리는 이유다.

1차 시험 과목인 교육학은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만도 120종이 넘는다. 문제는 교수들이 펴낸 교재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학원가에서는 요약서가 불티나게 팔린다. 상·중·하로 각각 1000쪽이 넘는 분량이다.

일본어 교사가 꿈인 채씨는 “1차 시험이 1~2점 차이로 합격·불합격이 갈리기 때문에 교육학 책을 달달 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출제된 중등임용고시 교육학 3번 문제는 교육학 이론 5가지를 나열해 놓고 이론에 영향을 준 철학 사조를 찾으라는 문제였다.

조화섭 강사는 “임용고시에 나오는 문제 하나를 풀려면 교육학 이론 10가지를 알아야 할 판”이라며 “대학 교수들에게 교육학 40개 문제를 풀라고 하면 10개도 못 풀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지방대들은 노량진 학원가 강사들을 불러 특강을 하기도 한다. 대학 교수들이 못 하는 것을 학원이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임용고시 재수생 윤모(26·여)씨는 “대학들이 하는 일이란 교직 관련 학과를 만들어 학생을 모집하고, 자격증을 주는 게 고작”이라며 “교수들은 임용고시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홍준·이원진·박유미·김민상 기자, 유지연 중앙일보교육개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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