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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위기의 뇌관’ 스페인 경제를 짊어진 그녀

최근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스페인에 대한 시장의 질문이 늘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스페인 1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된 지난 7일 기자회견 모습. [마드리드 AP=연합]
10일 새벽 2시(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건물. 취재진의 카메라가 일제히 스페인의 여성 재무장관 엘레나 살가도(61)에게 향했다. 전날 오후에 시작된 EU 재무장관 회의는 11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날 살가도 장관의 입을 통해 발표된 75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안정기금’은 시장의 불안을 다독이는 데 성공했다. 유로의 운명이 달린 문제를 그가 발표한 것은 상반기 EU 의장국이 스페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스페인엔 의장국으로서 주재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에서 시작됐지만, 스페인이 유로 문제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유로존의 ‘빅4(독일·프랑스·이탈리아)’ 중 하나다. 경제 규모 면에서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스페인이 무너질 경우, 기세가 오른 투기자본은 이탈리아로 달려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유럽발 재정위기의 확산 여부는 스페인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살가도 장관도, 스페인도, 유럽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재무장관 회의 전부터 분위기를 잡았다. 말을 아꼈던 다른 장관들과 달리 그는 회담장에 들어가며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문제 초기부터 이웃 국가들에 “대책을 서두르자”고 재촉한 것도 그였다.

스페인 경제에 있어 살가도 장관의 존재 자체가 일종의 승부수다. 지난해 4월 그가 재무장관이 됐을 때 시장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전략”이라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마드리드 공과대학(산업공학)을 나온 후 다시 마드리드국립대학에 들어가 경제학을 전공했다. 통신회사인 발레헤르모소 텔레콤 최고경영자와 애버티스 텔레콤의 이사를 지냈다. 2004년 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2007년 총무처 장관을 맡았다. 복지부 장관 시절인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도전했다 낙마하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재무장관으로서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2008년까지 14년간 매년 3.5% 수준의 성장을 했던 스페인은 2009년 마이너스(-3.4%) 성장을 했다.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 국가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페인 총리의 ‘승부수’도 잘 통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말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9%라고 밝혔다가 2주일 만에 11%라는 수치가 나오면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실시한 재무장관 평가에서 유니크레디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르코 아누지아타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겠지만 그는 실제보다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하고, 재정적자 감축 방안도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해가 바뀌었지만 난제는 아직도 겹겹이다. 스페인의 1분기 실업률은 20%다. 5명 중 1명이 실업자란 얘기다. 건설업 때문이다. 스페인의 건설업 비중은 전체 경제의 15%에 이른다. 독일은 이 비중이 4%다. 그만큼 스페인이 경기를 많이 타는 경제구조를 가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무너지자 곧바로 타격을 입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그리스와 달리 스페인은 민간 부문의 외채 비중이 높다. 전체 외채의 80%에 이른다. 게다가 정부가 보증한 금융채 규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이다.

외부 시각과 스페인 내부 시각은 다소 다르다. 스페인 왕립연구소인 엘카노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페인 금융사 중 은행 구제를 받는 곳은 한 곳뿐”이라며 “금융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구소도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교육시스템, 과학기술 투자 부진, 내수에 안주한 기업 등을 근원적 문제로 들었다. 지난 10년간 스페인의 임금 상승률은 연 5%가 넘었지만 생산성은 1.5%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살가도 장관이 EU 재무장관 회의 결과를 발표하던 날, FT는 그를 두고 “피곤에 찌든 눈”이라고 묘사했다. 금융시장이 일단 숨을 돌렸지만, 그는 앞으로도 만성 피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듯하다. 4년 내 재정적자를 GDP의 3%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장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는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도, 틈날 때마다 한다는 트레킹도 미뤄둬야 할 듯하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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