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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 해 괜찮게 보일 뿐, 정치하면 금방 똑같아지겠죠”

문재인 전 대통령 실장은 7일 “정치를 하려면 진짜 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들어갈 때도 ‘정치를 안 한다’고 노 대통령과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부산=송봉근 기자
정치를 하라는데 꼭꼭 숨는 남자가 있다. 문재인(57) 전 대통령 실장 말이다. 선거만 있으면 그의 이름이 나온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등 야당에선 부산시장으로 출마하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또 안 했다. 그는 원래 직업인 변호사로 돌아갔다. 요즘 법무법인 사무실로 꼬박꼬박 출근한다. 가욋일이 하나 있다. 다가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행사(23일)를 챙기는 일이다. 그는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이 말하는 인간 문재인

그는 ‘노무현의 그림자’였다. 서거 1주기를 맞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그의 인생에서 있어 후회라는 게 있다면 뭘까. ‘인간 문재인’이 궁금해졌다.

7일 오후 부산시 거제동 법원 앞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그곳에서 2003년 2월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했다. 노 전 대통령도 당시 이 법인의 멤버였다. 그는 기자를 만나 1시간20분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했다. “언론에 이런 얘기 한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없네요”라고 했다. 정치를 안 하는 이유도 들려줬다. 두꺼운 법전이 놓인 책상과 오래된 듯 보이는 소파가 있는 사무실이었다.

-변호사 일은 잘됩니까.
“(웃으며) 일이 별로 없어요.”(그는 청와대에서 나와 곧바로 변호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퇴임 후 여러 달 쉬다 2008년 9월 복귀했다.)

-특별히 전문 분야가 있나요.
“두루두루 합니다. 민사·형사 다 하는데 민사가 주죠.”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과 지금, 차이가 있나요.
“아직 좀 어색한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원래 있던 곳이고 변호사는 천직으로 생각하는 직업이라 돌아온 것이 마음 편합니다. 청와대에 가 있는 동안이 정상적인 삶에서 일탈한 기간이었지요.”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다가오는데 소회는요.
“허허허…. 네, 글쎄요.(잠시 말이 끊겼다. 갑자기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뭐, 하여튼, 진짜 어느덧 1년이 됐는데 그 시간이 지나도 그분에 대한 추억이라든지 서거에 대한 아픔이 더 심해진다고 할까요. 쉽게 가시지가 않는 것 같고요. 어찌 보면 가슴속에서 상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1주기를 마치면 탈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편으론 떠나면서 남겨놓은 과제랄까, 그런 것에 대해 제대로 해나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새겨보고 다짐도 하고요.”

-정치를 하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정치를 안 하는 이유는 뭐죠.
“제가 정치를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정치를 가까이서 봐왔어요. 청와대에서 근무하기 전부터 말이죠. 저는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정치에는 필요한 자질이나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특별한 거지요. 그런 것도 부족하고요. 또 정치가 굉장히 중요한 것은 맞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정치 말고도 중요한 영역이 많이 있고 각자 자기가 잘할 수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되는 거죠.”

-필요하니까 부르는 거 아닐까요. 혹시 ‘내가 희생을 하면 우리 진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그건 성급한 생각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노 대통령의 정신이나 가치를 정치적으로 계승해나가는 것도 필요하지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 하더라도 직접 정치 현장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자질이 있는 분들은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노 대통령이 말한 ‘깨어 있는 정신’, 그런 것을 형성하는 세력으로 뒷받침해주면 되지 않나 싶어요. 선수 한두 명이 나서서 어떻게 잘 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요.”

-얼마 전 이광재 의원은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말도 했던데요.
“글쎄 뭐. 저에 대한 기대인데 과분하게 평가하는 것이죠. 자기 자신은 자기가 잘 압니다.”

-주변을 보면 정치하고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난해 양산 재선거에선 선대위원장도 맡았지요. 그리고 노 전 대통령 관련 일을 하게 되면 정치라는 데서 멀리 있기 어려울 텐데요. 정치와 자신의 관계 설정은 어떤 거지요.
“청와대에서 일한 것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거기는 좀 복합적인 자리죠. 대통령은 정치적인 일도 하지만 행정수반입니다. 비서실은 행정수반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 주이고 정치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로는 정무수석이 있지 않아요. 어쨌든 제가 맡은 일은 행정, 그걸 보좌하는 일이었지 정치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아니라고 나름대로 생각했어요. 사실 이게 구별이 쉽지는 않죠. 대통령이 계속 정치를 하니까요. 그게 혼동이 되면서 저도 정치를 한 것 같은 느낌을 사람들에게 준 것 같고 그렇지 않더라도 제가 정치적인 관심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 곤혹스러웠습니다. 제가 노 대통령을 모셨고 가까운 사람 가운데도 위치가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이런저런 정치적인 요구나 요청을 받게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누구나 선수가 돼야 하는 것 아니지요. 정치는 정말 하려면 진짜 끼가 있어야 합니다. 노 대통령은 끼가 많은 분이었죠.”

-끼가 없나요.
“정치인은 통찰력이나 균형 감각 같은 덕목 외에 대중 앞에 서서 말하고 지지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거워야 합니다. 그것이 즐겁지 않고 불편하다면 그런 식의 끼는 없는 거죠. 그런 게 전 불편하죠.”

-당시에는 정치를 안 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봐도 그런가요.
“정치는 안 했다고 생각해요. 민정수석을 맡아 달라는 얘기를 듣고 노 대통령께 조건을 말씀드렸죠. 다짐을 몇 개 했는데 그중 하나가 ‘정치하라고 하지 마십시오’였어요.”

-부재로 인한 돋보임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는 동의하나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를 혹시 괜찮게 생각해 주는 게 있다면 솔직히 제가 정치 안 하기 때문이죠. 저도 정치하면 금방 똑같아지겠죠.”

-지방선거가 곧 있는데요. 민주당에선 이번 선거를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 구도로 만들어가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그는 여러차례 ‘하고요’라는 말을 썼다. 노 전 대통령의 ‘하고요’와 아주 비슷한 억양이었다) 조금 마음이 불편합니다.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잘했다는 입장과 경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데 그건 불가피하죠. 여기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입장들이 친노로 상징되고 있고 그래서 친노나 반노로 표현이 되는 것 같은데 그건 좀 불편합니다.”

-‘잘생겨서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하는데 동의하는지요.
“제 생각엔 청와대 있을 때 대과 없이 일을 했고 노 대통령을 좋아한 분들이 상실감이 크니까 말하자면 노 대통령 좋아하는 마음이 저에 대해 좋은 기대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 일 중 후회한 적이 있나요.
“(그는 한동안 머뭇거렸다.) 후회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데….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기간이 제 삶에서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천직에서 일탈한 지가…. 그때 참 결단이 쉽지 않았는데 그걸 받아들이면서 노 대통령에게 다짐한 게 있어요. 정치를 안 하는 거였고 민정수석으로 끝내겠다는 것이었어요. 민정수석은 제가 법률가니까 법률가가 할 수 있는 연장선상의 일이라고 생각했죠. 오케이를 하셨는데 탄핵 이후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제 삶에서 일탈한 기간이 길어졌어요. 후회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제 삶을 좀 어렵게 만들었다고 할까요, 그런 게 있어요.”(그는 2004년 탄핵 후 시민사회수석으로 청와대에 다시 들어가 퇴임 때 대통령 실장을 지냈다.)

-최고 권력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요, 권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권력은 관철해 내는 힘이죠. 적법한 절차나 시스템에 의해 관철해 낸다면 정당한 권력행사가 되는 것이고 절차에 의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정당성이 결여된 권력행사지요.”

-권력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적은 없었나요.
“개인적으로 동경해 본 적이 없어요.”
그동안 그는 ‘노무현 얘기’를 주로 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얘기한 적이 거의 없다. 사실 그럴 여유도 없었다.

-취미가 있나요.
“등산을 하며 야생화 보는 걸 좋아합니다. 여행도요. 바둑도 아마추어로서는 꽤 고수였는데 청와대 들어가면서 못했어요.”

-바둑 실력이 어느 정도죠.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1급이오. ‘아마 단’이란 소리를 들었지요. 근데 청와대 들어간 이후 단 한번도 바둑알을 집어본 적이 없네요. 청와대에 있는 동안 할 수도 없었고, 그런 상황이 이어졌어요.”

-여행지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요.
“문경 주흘산입니다. 거기가 지금쯤 야생화가 아주 좋을 겁니다. 2004년 그때 잠시 청와대를 그만두고 갔었어요.”

-얼마 전 딸이 결혼을 했는데 가족은 어떻게 되나요.
“1남1녀예요. 딸은 지난 3월 결혼했어요. 아들이 미혼인데 금년이 석사 졸업학기죠. 뉴욕 파슨스 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합니다. 딸은 직장에 다니다 결혼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사위는 회사원이고요.”

-청첩장을 안 보냈다면서요.
“제가 청첩을 받아보면 부담스러울 때가 많이 있더라고요. 정말로 가족처럼 가까워서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들이 모여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집이 시골에 있다고 들었어요.
“양산시 매곡동인데 산골짝 계곡 안에 있어요. 보통 계곡에 가면 초입에 집이 꽤 있다 올라가다 보면 집이 점점 줄어드는데 우리 집은 드디어 집이 끊기는 지점에 있어요. 부산에 살다가 퇴임한 후 이사했어요. 2008년 2월 25일이었죠.”

-특별히 그곳으로 간 이유가 있나요.
“청와대 있을 때 우선 너무 힘들었고요. 건강도 많이 상했고 당시 가혹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아팠어요. 적어도 당분간은 조용하게 살아야겠다 싶어서요. 집에 닭 아홉 마리, 개 세 마리, 고양이 두 마리가 있어요.”

-개와 고양이 중 어느 편을 좋아하죠.
“고양이는 딸이 키우던 건데 건사하기 어려우니 우리에게 맡긴 거고 저는 개를 좋아합니다. 두 마리는 풍산개고 한 마리는 진돗개죠.”

-닭은 왜 키우죠. 혹시 닭을 잡는 일도 있나요.
“집이 계곡 가까이 있어 지네가 많아요. 지네 퇴치용으로 닭을 키우게 됐는데 잡아 먹는 것은 생각 안 해봤어요. 혹시 닭 수명이 얼마인지 알아요?”

-잘 모르는데요.
“12년쯤 된다고 해요. 저도 놀랐는데 가급적 자연 수명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서거 1주기 행사는 어떻게 되나요.
“추도식이 23일 봉하 묘역에서 있고요. 추도식과 함께 묘역 조성이 완공되지요. 지난 5일부터 서울에선 추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16일까지고요. 그게 끝나면 봉하에서 5월 말까지 합니다. 추모 콘서트가 전국 6개 도시에서 개최되고 ‘노란선을 넘어서’라는 특별전시회가 19일부터 경향갤러리에서 열립니다. 김정헌·임옥상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37분이 각자 작품을 냈습니다. 10일에는 학술 심포지엄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가 있지요. 16일 행사가 가장 중요한데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추모의 집이 봉하에 개관됩니다. 동시에 노 대통령이 생전 화포천 생태 복원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거기에 생태 산책길을 조성했어요. 노 대통령이 다니신 길인데 그 코스를 그날 개방해 같이 걸어보는 행사를 하려고 합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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