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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미식의 천국 이탈리아, 비프스테이크 정당까지 있었다네요

식욕은 인간의 2대 본능 중 하나라고 하죠. 그런 만큼 먹는 행위, 그리고 그 대상인 음식은 인류 문화 곳곳에 수많은 흔적을 남겼고, 때로는 역사의 행로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음식이란 만화경으로 서양문화의 모태인 이탈리아를 구석구석 살핀 책이 의미 없진 않을 겁니다. 아울러 식탁을 풍요롭게 할 이야깃거리를 담은 책도 함께 소개합니다.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
엘레나 코스튜코비치 지음, 김희정 옮김
랜덤하우스, 648쪽, 2만3000원


책 제목을 보니 그 이유가 되게 궁금해졌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뿐 아니라 음식 이야기도 입에 달고 사는 이유 말이다. 이탈리아 요리는 입을 지배할 정도로 사연이 풍부한 것일까.

우선, 작은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나폴리를 포함한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지방은 늪이 많다. 습한 데를 좋아하는 물소, 즉 부팔라(버팔로)가 살기에 제격이다. 그래서 고대 로마 때부터 이를 많이 길러 우유 대신 부팔라 생젖을 얻어왔다. 문제는 이 젖이 우유보다 맛이 없다는 점. 그런데 치즈로 가공하면 ‘모차렐라 부팔라’라는 이름의 맛좋은 물렁 치즈가 만들어진다. 다양한 모차렐라 치즈는 지역특산물로 세계 곳곳에 팔려 나가 외화벌이에는 물론, 이탈리아 음식재료의 세계화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미 미식가들의 조국으로 여겨졌던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은 풍부한 해산물과 과일에 로마, 노르만 족, 스페인, 프랑스 등 역대 정복자들의 영향이 더해져 풍요로운 음식문화를 자랑한다. 사진은 시칠리아의 항구도시 카타니아 중심에 위치한 재래시장 모습. ©Alexey Pivovarov [랜덤하우스 제공]
같은 지역인 카프리 섬에서 이 재료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지역 특산요리를 낳았다. ‘인살라타 카프레제(카프리 샐러드라는 뜻)’라는 전채가 그것이다. 토마토와 모차렐라를 번갈아 얹거나 담고 그 위에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푸른 바질 잎사귀를 얹은 뒤 짙은 녹색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한 해 처음 딴 올리브로 짠 기름으로 가령하지 않고 생식한다)를 뿌려 완성한다. 이 간단한 요리가 전 세계 이탈리아 식당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 하나가 세계화된 배경에는 이렇듯 그 나라의 자연과 그것이 내놓은 특산물, 그 특산물로 만든 지역 요리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가 있다.

지은이는 음식문화가 이탈리아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데 주목한다. 수많은 시와 소설이 요리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심지어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석학 움베르토 에코도 자신의 소설에서 등장인물을 수시로 부엌이나 식탁에 머물게 했으니 말이다. 먹는 걸 입에 올리면 채신머리가 없다고 여기는 러시아인과는 사뭇 다르다. 지은이가 무엇보다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이탈리아 음식과 재료의 다양성이다. 북쪽 알프스 지역으로부터 남쪽 시칠리아 섬까지 이탈리아는 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풍성한 식탁을 만들어줄 농산물, 수산물, 임산물 등 풍요한 식품 재료가 지천이다.

이에 따라 피렌체의 스테이크, 밀라노의 리조토, 카프리의 샐러드처럼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공동체가 그들만의 대표 음식을 갖고 있다. 그 지역에서만 완벽하게 요리되는 음식이나, 그 지역에서만 재배하고 사육하고 가공하는 특산물이 있다. 이에 대한 지역민의 자부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책은 이러한 지역 대표음식을 찾아 지은이가 이탈리아 반도 전역을 발로 돌며 기록한 ‘나의 이탈리아 음식 순례기’에 해당한다. .

잠시, 이탈리아의 엑기스라는 토스카나 지방을 돌아본 감상을 들어보자. 세계적으로 이름만 토스카나 요리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1인분 한 조각이 450g 이상이 나가는 큼지막한 비프스테이크다. 이 지역에서 자라는 키안티 품종의 황소 허리 부분만 쓴다. 양념이나 소금 없이 바로 불 위에서 굽는다. 코라도 테데스키란 이탈리아 귀족은 1953년 비프스테이크 정당을 만들었다. 정당의 정강은 ‘1인당 비프스테이크 450g을 전국민에게 보장한다’였다. 발기인들은 ‘내일의 제국보다 오늘의 비프스테이크가 낫다’는 문구를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선거운동은 식사와 춤, 그리고 복권추첨으로 이뤄졌다. 미스 비프스테이크 선발대회를 열기도 했다. 인기는 대단했다. 물론, 득표는 보잘것 없었지만.

이렇듯 이탈리아 음식은 그 지역의 풍토의 주민의 품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결국 음식 이야기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탈리아 음식을 체험하는 것은 곧 그들의 영혼을 만나는 것이다.

지은이는 러시아인이다. 이탈리아에 20년 넘게 거주하며 움베르토 에코 등 이탈리아 지성의 책을 러시아어로 번역해왔다. 말하자면 국외자인데, 그런 사람이 이런 작업을 해냈다. 숲은 숲 밖에서 되레 더 잘 보인다더니.

참고로, 전 세계 패스트푸드에서 파는,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피자는 이탈리아 반도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날씬하고 기름기가 쏙 빠져 파삭하고 쫀득한 고전 피자만 있을 뿐이다.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에는 이렇듯 다양성과 함께 세계적인 음식들의 원조와 원류를 찾아보는 즐거움이 숨어있다. 한식세계화를 이야기할 때도 참조해 봐야 할 책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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