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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③

상생과 소통을 위한 보수-진보 토론회에 참석한 류동민 충남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홍기택 중앙대 교수(왼쪽부터). [변선구 기자]
한국 경제의 활로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중앙일보와 사회통합위원회의 연중기획 ‘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릴레이 토론의 두 번째 주제는 경제였다.



[중앙일보·사회통합위원회 공동기획]
보수든 진보든 ‘기업 자유’와 ‘시장 개입’은 서로 인정하자

지난해 세계금융위기 이후 도드라진 자유시장경제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격의 없는 의견을 개진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 우리 경제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지혜를 모았다. 기업·복지·환경 등에 대한 합의점을 끌어냈다.



양측 대표 경제학자, 상생 위한 7가지 합의점 도출



토론회는 지난달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어찌 보면 올 연말까지 계속될 토론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민감한 내용을 다뤘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야말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에선 좋은정책포럼 대표인 김형기 경북대 교수가, 보수 진영에선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가 나왔다.



두 사람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 해법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진보 측 김형기 교수는 2008년 세계경제위기를 금융이 주도하는 경제 시스템의 실패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하고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속 가능한 선진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유시장경제를 넘어 조정시장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측 윤창현 교수는 다르게 진단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의 일시적 실패이며, 금융자본주의 자체가 무너진 건 아니라는 시각이다.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는 거꾸로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금융시장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금산분리를 재검토하는 등 금융이 주도하는 경제발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경제학자는 이 같은 차이에도 양측이 공유·공감할 수 있는 대목을 제시했다. 7개항의 합의문항을 도출했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헌법 정신 존중(기업 자유와 국가의 시장 개입을 동시에 인정하자)▶사전적 기회 균등과 적절한 복지의 조화▶녹색경제(Green Economy)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창조·협력·청정 경제 지향▶국제 공조 확대▶해외 단기자본 이동 모니터링과 규제▶주주자본주의 극복이다.



두 학자는 다만 “우리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단지 우리 두 사람이 합의한 내용일 뿐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헌법에서 보수-진보 간 공통점의 실마리를 찾은 점이 주목된다. 헌법 제9장(경제) 제119조는 1항에서 개인과 기업의 창의와 자유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2항에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수-진보 소통의 출발점을 찾자는 데 두 학자의 견해가 일치했다. 사전적 기회 균등과 적절한 복지의 조화는 능력과 결과의 차이는 인정하더라도 기회 자체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고, 또 경쟁 탈락자들도 배려하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주창하는 녹색경제를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선언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 대목은 특히 진보인 김형기 교수가 먼저 주장했다. 한국경제 시스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물론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도 G20과 같은 국제적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진보-보수가 합의한 점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해외 단기자본은 금융위기의 원인이며, 주주자본주의는 주주의 단기적 이익 실현에만 집착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일치했다.



평등과 자유, 연대와 경쟁, 공유와 사유, 형평과 효율, 국가와 시장, 결과균등과 기회균등, 명분과 실리 등을 놓고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영원히 존재한다. 이날 토론은 서로 차이가 있다는 걸 기본적 전제로 깔고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가치와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글=김정수 경제전문기자, 배영대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중도 보수-중도 진보 성향 두 경제학자의 합의점



1. 우리 헌법은 ‘기업의 자유’와 ‘시장에 대한 개입’을 동시에 인정한다. 대한민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중요한 내용이다.



2. 사전적 기회 균등과 적절한 복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3. 녹색경제(Green Economy)는 정권 차원을 넘어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



4. 창조·협력·청정 경제를 지향한다.



5. 국제 공조 확대는 필수적이다.



6. 금융위기의 원인인 해외 단기자본의 이동에 대한 규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7. 주주의 단기적 이익실현에 집착하는 주주자본주의는 극복돼야 한다.



보수 = 신자유주의 등식은 극단적

보수는 지평 넓히며 보수 중이다



보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경제에 대한 보수적 시각은 성장과 분배에서 성장, 자유와 평등에서 자유, 경쟁촉진과 경쟁회피에서 경쟁촉진, 사유와 공유에서 사유, 효율과 형평에서 효율, 시장과 국가에서 시장, 사전적 기회균등과 사후적 결과균등에서 사전적 기회균등을 중시한다. 아울러 생산물 시장에서 소비자주권,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보호, 그리고 독과점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공정경쟁의 가치도 중시한다. 그런 점에서 무조건적인 성장 추구, 대기업 편들기라는 일부의 비판은 지나치다.



한국 경제는 1970년 이후 중화학 공업 육성을 본격화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유행하던 종속이론에 따르면 후진국은 발전할 수가 없었다. 중심부 국가에 수탈당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와 달리 한국 경제는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기반으로 중화학 공업화를 추진, 일본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구축했다. 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며 일본 제품의 국제가격이 상승했다. 우리 상품은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제품으로 인식됐다. 수출주도형 불균형 성장전략이 성공을 거두었다.



신자유주의는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미국식 시장경제체제의 대외 확산 전략을 뜻하는 말. 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이 89년 제시한 개념이다)와 맥을 함께한다. 작은 정부,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노동 및 자본의 국제간 자유이동, 자유무역, 관세인하, 재산권보호, 정부예산삭감, 자본시장 자유화, 외환시장 개방,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 M&A허용, 재산권 보호 강화 등이 특징이다.



그런데 어느 정부, 어떤 경제체제도 신자유주의 이념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경우는 없다. 예를 들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의 순기능이 크다고 보지만, 해외자본 전면 개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자유로운 M&A보다 경영권방어를 인정하고, 주주자본주의에 비판적인 움직임도 있다. ‘보수=신자유주의’라는 등식은 극단적이다. 최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내놓은 공동체 자유주의와 ‘서울 컨센서스’에는 신자유주의와 차별화되는 내용도 있다. 보수진영의 지평이 넓어지며 보수(補修)되고 있다.



우리 대기업 집단의 성과는 놀라운 수준이다. 삼성 하나만 보아도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10조원가량 낸다. 일반회계 세수의 7% 이상,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성과가 훌륭한 조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헌법은 개인·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동시에 경제 민주화도 중시한다. 중도적·합리적 정신을 담고 있다. 헌법 정신과 자유시장경제의 창달이라는 목표가 조화되는 정책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창조·협력·청정 3C 실현돼야

한국, 선진 경제로 갈 수 있어



진보 김형기 경북대 교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 수립이 논의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경제시스템, 혹은 발전모델을 구축하는 데로 초점이 모아진다. 한국 경제시스템도 지속가능성의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



금융이 주도하는 경제시스템과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불안정성과 불평등성을 크게 증대시켰다. 세계금융위기는 이 같은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MB노믹스)은 지속 불가능한 경제시스템을 지향한다. ‘MB노믹스’에는 감세·규제완화·민영화라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경제를 금융이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제도적 토대를 놓았다.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하고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 체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불안정성과 불공평성이 완화되고 사회통합이 이루어지는 경제성장을 지향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를 넘어 조정시장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경제 시스템이 조정시장경제로 전환되려면 탈규제를 지향하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재규제(reregulation)를 지향하는 유능한 정부가 필요하다.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노사간의 사회적 합의와 사회적 타협이 관행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노와 사를 포함한 경제주체간 신뢰와 협력이라는 사회자본이 축적되어야 한다.



세계경제수준이나 국민경제수준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신자유주의·금융주도경제·주주자본주의·대량생산경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3C 경제’이다. 즉 창조(Creative) 경제·협력(Cooperative) 경제·청정(Clean) 경제이다. ‘3C 경제’가 실현되어야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선진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지식투자·사회투자·녹색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자율-연대-생태’라는 3대 진보적 가치가 사회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시장근본주의·경쟁제일주의·성장지상주의와 같은 가치관은 극복돼야 한다. 국가만능주의와 관료주의도 지양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선진경제는 대내외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경제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이란 두 가지 안전망을 강건하게 구축해야 한다. 사전적 안전망 성격을 가지는 경제안전망(economic safety net)은 금융안전망과 고용안정망이란 양대 기둥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사후적인 성격을 가지는 사회안전망을 동시에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3차 토론 안내=보수-진보 토론은 올해 말까지 매달 1회씩 이어진다. 제3차 토론의 주제는 ‘대의 민주주의냐, 참여 민주주의냐’다. 25일 오후 2시부터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중앙일보와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김세원)가 공동 주최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좋은정책포럼(대표 김형기), 한국개발원(KDI·원장 현오석)이 공동 주관한다.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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