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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페달을 밟아라!

#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이 그동안 타던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고 타겠다고 해 함께 자전거 수리점엘 갔다. 좌우 양쪽의 보조바퀴를 떼고 안장 키높이를 적당히 높인 후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랬듯이 두발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쉽지 않다. 딸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전거 핸들의 왼쪽 손잡이를 딸과 함께 잡고 안장을 오른손으로 거머잡은 후 딸에게 안심하고 페달을 힘껏 밟으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어린 딸은 페달을 밟기보다는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자꾸 먼저 브레이크를 잡았다. 그러니 자전거가 나갈 턱이 없었다. 그리고 이내 넘어질 수밖에!



# 몇 번을 시도한 끝에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가는 거야. 넘어질 것이 겁나서 먼저 브레이크를 잡으면 앞으로 결코 나갈 수 없어. 브레이크에서 아예 손을 떼. 그리고 열심히 페달만 밟아. 그러면 앞으로 나갈 수 있어. 넘어지는 것 겁내지 마. 멈추는 것은 그다음에 배우면 돼!” 그러자, 딸은 흙 묻은 손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훔쳐 닦고 다시 자전거를 탔다. 아빠의 말이 효력이 있었던 걸까? 아님 오기가 발동한 걸까. 딸은 몇 번의 시도 끝에 자전거를 타고 내달릴 수 있었다.



# 하지만 이내 눈앞에 조그마한 장애물이라도 있으면 주춤거리다 결국 또 넘어지고 말았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장애물에 대한 두려움에 핸들을 움직이기보다 무작정 브레이크를 잡는 것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페달은 더 힘껏 밟아야만 한다. 그래야 속도가 나서 핸들도 조작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딸은 넘어진 자전거를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비록 능숙하게 장애물을 피해 가며 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졌다. 한 시간 이상,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페달 밟는 것을 반복한 딸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흠뻑 땀을 흘린 어린 딸은 이제 그만 타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딸과 다음 주말에 다시 타기로 약속하고 앞으론 혼자 출발하는 법, 핸들을 돌려 회전하는 법,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잡고 서는 법 등을 차근차근 더 익히자고 말했다. 내 딸은 그렇게 난생처음 두발자전거를 타봤다.



# 내가 두발자전거를 처음 탄 것은 딸보다 한 해 늦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직접 안장의 키높이를 맞춰 줬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아버지는 내가 딸에게 했던 것처럼 그렇게 자전거 타는 법을 일러 줬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처럼 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마도 내 딸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이치적으로 맞는 말일지라도 막상 자전거를 처음 타는 입장에서는 아무 소리가 안 들렸을지 모른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그랬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터득했다. 페달을 밟으니 나아갔고 속도가 붙으니 핸들을 자유로이 돌릴 수 있었다. 물론 질주한 후에 브레이크를 잡고 설 수도 있었다.



# 40여 년 전 나와 아버지의 그 모습이 오늘 나와 딸의 모습으로 재현되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 그렇게 우리는 대를 이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또 그렇게 우리는 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것이다. 뻔한 얘기 같지만 너무나 분명한 세상 이치가 이 자전거 타기에 담겨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 내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줬던 아버지는 저 세상으로 가신 지 벌써 33년이나 됐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7년 남짓 보시곤 돌아가셨다. 나는 아마도 딸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그보다는 오래 지켜볼지 모른다. 그리고 아버지가 내게 그랬듯이 내 딸이 인생의 고비와 갈림길에서 혹은 장애물 앞에서 헤매다 넘어졌을 때 이렇게 말해 줄 거다. “괜찮아. 일어나서 툭툭 털고 다시 페달을 밟아봐. 그래 그거야. 달려야 멈추는 것도 가능해. 그러니 페달을 밟아! 두려움 없이!!”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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