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20대 수험생이 해군 소령 사칭… 괴담 유포자들, 누구인가

‘김영수 소령이 양심 선언했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의 충격이 가라앉지 않은 지난달 3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엔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해군이 사고 당일 배가 침수할 것 같다고 연락 받고서도 미흡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배가 침몰했다”는 것이었다. 글쓴이는 “국방부로부터의 피해를 감수하고 진지하게 쓴다”며 나흘 동안 같은 글을 일곱 차례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이는 김 소령이 아니었다. 고시원에서 살며 수능 시험을 준비하는 2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21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장모(23)씨. 지방대 법학과를 휴학한 그는 경기도 의왕시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었다. 새벽에 신문 배달을 해 생활비를 벌고, 그 돈으로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해군 괴담’을 그럴듯하게 지어낼 수 있었던 건 군생활을 해군 헌병대에서 한 덕분이었다.



그는 거짓말을 지어낸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북한이 공격한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이런 글을 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소령을 사칭한 것에 대해선 “이름을 빌려 쓴 것은 맞지만, 사칭은 아니다”라는 궤변을 고집했다. 조사를 맡았던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한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평범한 청년인데, 거짓말을 퍼뜨린 데 대한 죄책감은 크지 않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 괴담을 퍼뜨리는 이들은 누구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씨는 인터넷 괴담 유포자의 전형적 특성을 많이 보여준다. ▶사회적 기반이 불안정하고 ▶인터넷 글쓰기에 대한 책임 의식이 없으며 ▶사회의 주목을 받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들 중엔 무직이나 입시 준비생 처럼 사회 기반이 약한 이들이 많다는 게 사이버 수사 전담경찰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당시 “전경이 여대생을 죽였다”는 괴담을 퍼뜨린 최모(49)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초기 경찰 조사에선 자신을 경인지역 한 일간지 기자라고 말했지만, 조사 결과 중국음식점 또는 피자집 배달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다.



이들이 인터넷 상에서의 인기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현실 사회에서는 주목받지 못하지만 인터넷에선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현실 사회에선 자신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귀기울여 들어줄 이가 없지만, 인터넷 사회에선 다르다”며 “자신의 글을 많이 읽게끔 하려고 과장된 사실을 단정적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거짓 정보를 올리는 데 죄책감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2008년 5월 ‘시위를 위해 5월 17일은 휴교를 한다’는 집단 휴교설을 퍼뜨렸던 네티즌 장모(20)씨는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미워서 복수하고 싶어 올린 글”이라고 밝혔다.



이런 정보들이 걸러지지 않고 빠르게 확산하는 데는 네티즌들의 심리도 작용한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 쓴 글이면, 사실 여부를 가리지 않고 믿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장관승 수사 3팀장은 “인터넷 문화에 아직 윤리 규범이 자리잡지 못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자기 글의 사실 여부에 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며 “글을 읽는 네티즌들도 이런 사실을 숙지하고, 신중하게 읽어야 괴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