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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의 세상읽기] 집값 하락의 두 얼굴

집값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을 정점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던 국내 집값은 위기가 한풀 꺾인 지난해 4월부터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9월에는 다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그 후부터 거래가 뚝 끊기면서 집값의 오름세가 멈추더니 급기야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방의 일부 지역에서는 소폭 오른 곳도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들의 아파트 값이 일제히 떨어진 것은 물론 그간 아파트 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마저 약세로 돌아섰다.



수도권의 아파트 값이 이처럼 하향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버블론이다.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집값 상승을 노린 수요가 꺾이자 그동안 과도하게 올랐던 집값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한껏 부풀어올랐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여기다 보금자리주택과 추가 신도시 등 정부가 퍼부은 물량 공세도 집값 하락에 큰 몫을 차지했다. 수요는 줄고 공급이 늘면 값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여기다 대세 하락설이 가세하면서 아파트 값의 내림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몇몇 경제연구소들은 중장기적으로 아파트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를 다투어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도시화의 속도가 정체되고 저출산으로 아파트 구입 연령대의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나치게 오른 집값이 주택구입 의욕을 꺾고, 추가차입 여력이 소진됐다’는 이유로 아파트 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해 금융자산을 늘릴 경우 부동산값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누적 물가상승률에 비해 39.3% 높고, 장기 추세치에 비해서는 11.7%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가격 하락 압력이 크다는 얘기다.



결국 단기적으로 보나 장기적으로 보나 집값이 오를 요인보다는 떨어질 이유가 많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사실 시장에서는 이런 정밀한 분석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KB국민은행연구소가 조사한 주택매수심리는 지난해 9월 DTI 규제가 강화된 시점에 확연히 꺾인 뒤 최근까지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데 서둘러 집을 사겠다고 나설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다 보니 간간이 나오는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열풍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집값이 떨어지는 게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집값 하락에는 마냥 좋아라 하기 어려운 불안요소가 잠재돼 있다. 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집값 폭락사태다.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지만 부동산 시장에도 실제적인 수급 요인과 함께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객관적인 수요와 공급 여건이 가격 형성의 바탕을 이루지만, 여기에 심리적 불안요인이 가세하면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공황상태가 벌어질 수 있다. 집값의 대세 하락이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고 여겨지는 시점에 주택 매도가 몰릴 경우 투매현상과 함께 집값의 대폭락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주택 보유자는 집값의 대세하락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데다 아직은 견딜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인 반면, 매수자 입장에선 집값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은 현실적으로 매매거래의 실종으로 나타나고 있다. 차라리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값이 떨어진다면 집값의 폭락사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거래 자체가 전혀 없는 시장의 적막감은 흡사 태풍의 눈이 지나갈 때의 고요함처럼 불안하다. 이런 긴장이 깨지는 때가 문제다. 하나는 집값이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다. 집값 상승분이 금융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때는 소득에 비해 벅찬 이자도 감내할 수 있지만 집값이 그 아래로 내려간다면 견디기 어려워진다. 이자율이 올라 금융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택 보유에 따른 금융비용을 견디지 못하면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 투매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자율 인상이 자칫하면 집값 폭락을 촉발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집값의 폭락은 보유자산 중에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중산층에게 노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또한 가계부채가 급격히 부실화되면서 가계발(發) 금융위기가 벌어질 우려도 있다. 어쩌면 부동산값 상승보다 집값의 폭락이 경제 전반에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집값의 대세 하락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집값이 연착륙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거래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자면 이자율 정책에 신중해야 함은 물론 기존의 부동산 규제와 주택공급 계획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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