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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시시각각] 초당파주의, 미국의 경험에서 배워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따라잡기에 바빴던 시절, 한국은 선진국들이 100년 전, 수십 년 전에 고민한 문제로 골몰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은 문제를 돌파해야 하는 시대다. 미합중국 대통령이나 대한민국 대통령이나 같은 문제로 씨름한다. 금융위기, 환경 문제, 일자리 만들기…. 한마디로 두 나라는 각종 현안의 ‘동시성(同時性) 시대’를 살고 있다.



초당파주의(超黨派主義)도 그렇다. 최근 한·미 모두 화두로 삼고 있다. 한국에선 천안함 침몰로 여야 간 초당파적 협력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들은 지난 20일 안보 문제만은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26일 “국회의 천안함 조사특위는 여야가 정파적 이해를 넘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범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도 초당파 정국 운영이 절실하다. 의료보험 개혁안을 어렵게 통과시킨 오바마는 금융감독 개혁작업 마무리와 에너지·기후변화법안·이민개혁법안을 추진하는 데도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초당주의는 오바마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를 전국적인 정치 스타로 만든 2004년 7월 미 민주당 전국전당대회 연설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유주의 미국, 보수주의 미국이 있는 게 아니라 오직 미합중국이 있다.”



도대체 초당파는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당파적 이해를 떠나서 모든 당파가 다 함께 일치된 태도를 취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초당파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주요 정파가 정책 수립과 추진에서 합의하고 타협해야 한다. 초당적인 정치의 가치는 ‘초당적’의 반대말인 ‘파당적(派黨的·partisan)’과 대비했을 때 더욱 분명해진다. 파당적이라는 것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다른 정당이 옳을 가능성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파당을 극복하고 초당파주의를 실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성숙을 증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초당파주의의 뿌리는 깊다. 토머스 제퍼슨은 1801년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말했다. “우리는 모두 공화당원이며 우리는 모두 민주당원이다.” 우리보다 초당파주의 전통이 200여 년 더 오래된 셈이다. 그런 미국에서도 초당파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상대편 정파의 ‘한 건 올리기’를 어떻게든 견제하고 방해하는 것은 은연중에 미국 정당 정치의 특징이 됐다.



얄궂게도 미국의 초당파주의는 최소한 정치 수사(修辭)의 영역에서 앞서가고 있다. 초당파(bipartisan)를 넘어 ‘포스트당파(post-partisan)’라는 말이 정치권과 언론 매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2007년께부터 부쩍 유행하기 시작한 ‘포스트당파’라는 말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의미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초당파에 비해 ‘포스트당파’가 타협과 협력을 더욱 강조하며 정치 이념이나 소속 당 노선의 극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미국에서 초당파주의를 넘어서는 ‘포스트당파주의’가 제기된 것은 초당파주의의 한계 때문이다. 초당파 정치를 상징하는 말은 ‘호스트레이딩(horse-trading)’이다. 말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교섭, 빈틈없는 거래, 교활한 흥정 등을 말한다. 미국의 초당파주의는 양당 간의 타협 끝에 ‘누더기’가 된 법안을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



오바마는 이런 한계를 보인 초당파주의를 복원·발전시켜 ‘포스트당파주의’ 시대를 개막할 수 있을까. 반대 정파에서는 오바마야말로 파당적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이민법·에너지법이 초당파주의에 입각해 입법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예단하고 있다.



이처럼 초당파주의는 우리보다 먼저 실험한 미국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트당파주의’가 기회를 맞고 있다. 천안함 침몰 수습을 계기로 초당파주의를 구현하고 세종시·4대 강 문제에까지 적용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경험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김환영 중앙SUNDAY 지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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