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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중에 풀린 돈, 화 되기 전에 활로 열어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묘한 시기에 미묘한 말을 했다. 이틀 전 그는 “저금리로 빚어진 과잉유동성 때문에 금융위기가 생겼는데, 다시 한번 저금리로 수습하고 있어 위기를 잉태하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줄곧 저금리 기조를 강조해 왔던 윤 장관의 입에서 저금리 정책의 위험성이 언급됐으니 관심이 쏠렸다. 당장 저금리 기조의 완화, 즉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작 정부 당국은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도 같은 생각이다. 금리 인상을 시사한 건 아니며, 단지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일반론을 얘기한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윤 장관은 정부가 그만큼 경제정책을 펴기가 어렵다는 걸 토로한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통화정책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어서다. 실제로 요즘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2%대로 떨어졌을 정도로 통화량은 많이 공급돼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공격적으로 예금을 유치하던 은행이 이제는 오히려 거액 예금을 사절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예금을 유치해도 이를 굴려 이익을 낼 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은 부실화가 우려된다. 그렇다고 곳간에 돈을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에 대출할 수도 없다. 돈은 넘치는 데 갈 곳이 없고, 그래서 순환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부동자금화될 수밖에 없다. 불쏘시개만 제공되면 부동자금은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으로 확 번진다. 이른바 ‘저금리의 독(毒)’이다. 아직 물가가 안정돼 있다고 하지만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등 주변 여건은 심상치 않기에 더욱 우려된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과 통화량 환수 같은 긴축정책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기에는 현재의 경제여건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릴 경우 가뜩이나 침체 국면에 있는 부동산 경기의 급랭(急冷)이 우려된다. 게다가 소득 대비 상환능력이 미국에 비해 높을 정도로 많이 풀려 있는 가계대출 역시 금리 인상으로 부실화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잘못 다룰 경우 은행 부실은 물론 회복 중인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처럼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빠져 있을 때는 산업정책에서 해법을 찾는 게 정석이다. 기업 투자의 활성화가 최선이라는 얘기다. 부동자금의 퇴로를 건전 산업 쪽으로 터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부동자금화 부작용도 방지할 수 있고 경제도 선순환 구조에 들어선다. 정부가 신수종(新樹種) 산업에 대한 비전 제시와 이를 위한 지원은 물론 규제 완화에 더욱 정성을 쏟아야 할 까닭이다.



돈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도 선제적으로 짜둬야 한다. 5년 전 극심했던 자산거품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데도 통화긴축으로 늑장 전환함으로써 부동산과 주식시장 거품이 차례로 일어났다.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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