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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벌어지는 남북 이미지 격차

연수차 미국에 왔던 2001년, 맨 먼저 은행에 들러 계좌를 열었다. 다음 날 은행에서 다시 나와 달라고 연락이 왔다. 은행 직원은 “가족 중에 정치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하고 이유를 묻자 “한국 정치인들에게 불법 비자금 사건이 많아 이에 연루되기 싫은 은행 본부에서 확인하라고 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씁쓸하고 불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통령에서부터 국회의원까지 불법 자금거래에 관련된 나라. 그게 당시 우리나라의 이미지였다.



기자는 그때 1년 동안 탈 차로 일본 차를 골랐다. 한국 차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차 성능은 괜찮아도 되팔 때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 그게 당시 한국 차의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꽤 흐르기도 했지만 미국 사회에서 한국, 한국 브랜드가 갖는 이미지의 고양(高揚)은 시간의 속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한국산 휴대전화, TV, 자동차는 더 이상 가격의 비교우위로만 팔리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은 이제 고급스럽고 안전한 한국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산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높아지는 한국의 리더십도 이미지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항목 중 하나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좋은 본보기였다. 우리나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장이 돼서 앞으로 전 세계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디자인하는 데 앞장섰다. 한국은 중요 국제회의 사상 처음으로 공동성명서 작성 작업을 주도했다. 신재윤 재정부 차관보는 한국 특파원들에게 공동성명서 배경을 설명하면서 “저자 직강인 셈”이라고 현실을 반영한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는 “늘 국제 회의에서 받아쓰기만 하다가 직접 써야 하니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윤 장관은 “한국이 회의를 주도할 만한 역량을 가진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그동안 선진국들은 국제 규칙을 만들면서 한국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지만 이젠 그들이 물어보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도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의 이미지는 부시 정권 때보다도 더 악화되는 느낌이다. 많은 미국인이 이란과 북한을 형제 국가로 생각한다. 핵무기 야욕을 버리지 않는 위험한 나라로 나란히 언급되기 때문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3대 세습 체제, 인권 유린과 열악한 생활상 등이 미국 사회에 전해지는 북한 소식의 99%다. 미국인들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과거 부시 정부 때는 부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인들은 아무도 오바마를 탓하지 않는다. 이달 핵안보 정상회의 때 오바마는 “제재가 요술 지팡이는 아니지만,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낼 개연성이 높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더구나 북한이 직시해야 할 것은 이젠 천하의 오바마라도 입장을 바꾸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여론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는가. 북한의 이미지는 결국 남한의 이미지에 투영된다는 점에서, 그 벌어지는 격차를 바라보는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김정욱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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