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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배우는 초등생들





창의적 지식 만들기 … 사고력·리더십도 길러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하루는 ‘엄마,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거예요?’하고 묻는데 말문이 탁 막히더라고요. 그 뒤로도 ‘사람은 다 죽는거냐’ ‘결혼은 왜 하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답을 할 재간이 없었어요.” 주부 이정임(42·서울 강남구 대치동)씨가 아들을 3년째철학교실에 보내는 이유다. 최근 들어 교육시장 변화에 민감한 강남 엄마들을 중심으로 초등학생 대상 철학 수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논리적 사고를 길러주고 글쓰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보편적 사실을 새 측면에서 보게 하는 철학수업

“어떤 일을 하고 상을 받지 못하면 인정을 못받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상 대신 칭찬을 받을 수도 있잖아.” 지난 13일 잠실에 있는 어린이 철학교육연구소.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손재원 원장은 “철학 교육은 니체나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의 사상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며 “보편적 명제의 이치를 따져 비판적이고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철학수업은 기존의 사실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의문을 제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예컨대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읽은 초등학생은 대개 ‘부지런한 개미를 본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철학수업은 ‘베짱이가 콩쿨을 앞두고 열심히 바이올린연습을 한 것이라면 어떨까?’ ‘베짱이가 연주를 해 개미가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같은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되면 마침내‘육체노동만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인간은 왜 노동을 해야 할까?’와 같은 형이상학적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철학수업엔 정답이 없다. 또래 친구들과 창의적 지식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나 절차를 익히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은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것 만큼 중요하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하고 깊게 생각하고 나면 글 쓰기도 쉬워진다.



초등 3학년 아들에게 철학교육을 시킨다는 신윤미(40·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전에는 일기 쓸 것이 없다고 투덜거렸는데 요즘은 일기장을 빽빽히 채우고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많이 타온다”며 흐뭇해 했다. 해법독서논술교실 서대문은평지사 탁석화 원장은“철학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면 논리적으로 대화·토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쓰기 실력과 사고력,리더십까지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아이의 가장 훌륭한 철학 선생님

프랑스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철학교육을 한다. 세상·우주·자연에 대한아이들의 무한한 호기심을 긍정적으로 자극하기 위해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철학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공교육 기관이 없다. 을지대 유아교육과 홍은주 교수는“아이들은만 4~5세가 되면‘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같은 철학적 문제를 고민한다”며“제자에게 질문을 하고 스스로 진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렸던 소크라테스처럼 부모가 아이의 고민을함께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같이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매체에서 대화의 주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홍 교수는“자의식이 싹트는 사춘기 또래의 아이에게는 철학 책을 권해 주고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이른 철학교육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성균관대 학부대학 한기호 초빙교수는 “아직 논리력이 채 발달하지 못한 유아에게서 억지로 생각을 이끌어 내려 하면 아이가 생각의 문을 닫아버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정리해 말하지못하는 초등 저학년 학생을 무리하게 철학교실에 보내면 자신감을 잃게 할 수 있다. 한 교수는“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대화 주제도 아이 스스로 찾게 하라”고 조언했다.



[사진설명]철학수업은 아이들의 머릿속에 생각보따리를 선물해준다. 철학수업을 듣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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