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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한번 잘못 뽑아 한해벌이 망쳤다”

충남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 해변에 자리 잡은 민종기 당진군수 별장. 민 군수는 건설업체로부터 3억원 상당의 이 별장을 뇌물로 받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군수 한번 잘못 뽑아 제가 이렇게 고통받을 줄 몰랐습니다.”



단체장 비리, 결국 주민들 피해로

23일 오후 충남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에서 만난 마을 주민 이모(49)씨 얼굴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그는 “2009년은 (내가 잘못 찍은 군수 때문에) 악몽과도 같은 한 해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민종기 당진군수는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관급공사 7건을 한 건설사에 몰아주고 업체 대표 C씨로부터 3억원짜리 별장을 뇌물로 받은 혐의가 드러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2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려다 적발돼 귀가 조치됐다.



이씨는 2003년부터 매산리 일대에서 일반 농경지(3000㎡) 등을 임차해 농촌체험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제법 사업도 잘돼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지난해 3월에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이웃 마을 주민 김모(72)씨가 임차한 군유지(900㎡)에 고구마를 계약 재배하기로 약속했다. 김씨가 고구마를 재배하면 이씨가 이를 매입, 고구마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파종에 필요한 고구마 줄기는 이씨가 8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갑자기 이 군유지 옆에 민 군수가 뇌물로 받을 별장 공사가 시작됐다. 건설회사 측은 건축자재(목재·벽돌)와 폐기물 등을 김씨의 밭에 수북이 쌓아 뒀다. 이 건축자재는 지난해 영농철이 끝날 무렵인 9월 말까지 남아 있었다.



이씨는 군청 비서실 등에 여러 번 찾아가 건축자재를 치워 달라고 항의도 하고 울며 하소연했으나 공무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군수가 건설사 뒤에 있다는 걸 아는 눈치였다. 결국 그 고구마 줄기를 몽땅 썩혔다. 이씨는 고구마 순(80만원)을 썩히고 이곳에서 체험 프로그램(300여만원)을 운영하지 못해 380만원을 손해 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청을 찾아 다니느라 다른 체험 프로그램 운영도 거의 못해 수백만원의 추가 피해를 봤다.



김씨도 손해 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군유지 임차비(연 25만원)와 영농 예상 수입(200여만원)을 잃었다. 그는 “군수 별장 공사로 지난해 연간 소득의 30%는 손해 봤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진군청 관계자는 “건설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향에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군수를 잘못 뽑아 이렇게 막대한 손해를 볼지 몰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말로 깨끗하고 일 잘하는 후보를 골라 찍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치단체장을 잘못 뽑아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본 경우는 또 있다.



전북 임실군의 경우 민선 출범 이후 단체장 3명 모두가 구속됐다. 이 바람에 지역의 가장 큰 현안사업인 ‘치즈밸리’ 조성이 지연되고 있다.



치즈밸리는 지역 대표 특산품인 ‘임실치즈’ 브랜드를 전략산업으로 육성, 주민 소득 증대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280억원을 들여 치즈박물관과 체험관, 유가공 공장 등을 건립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2005년에 시작됐지만 4년이 지난 2009년 들어서야 첫 삽을 떴다. 현재는 외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장수의 사과·한우사업, 진안의 홍삼단지 조성사업 등은 벌써 가동에 들어갔다. 임실군청 직원은 “굵직한 지역 현안 추진 과정에서는 단체장들의 정치적인 해결 능력이 필수적”이라며 “비리 군수 문제로 사업이 지체되면 결국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당진=김방현 기자, [전국종합]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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