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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년보다 사회경험 1년 낫다” 학력 안 묻고 뽑으니 고졸이 32%

‘직원들이 학력이 아닌 능력으로만 경쟁하는 회사’.



고졸이 서러운 사회 <하> 고졸이 제몫하게 하려면
IT 업체 ‘프로토타입’의 실험

이론적으론 그럴듯해도 현실에선 찾기 어렵다. 그래서 전자상거래 마케팅업체인 프로토타입의 시도가 눈길을 끈다. 직원 수 71명의 이 회사는 채용은 물론 연봉 책정과 승진에서 고졸·대졸 간 차별이 전혀 없다. 마케팅·영업·개발·디자인·경영지원 등 전 부서가 마찬가지다. 엄밀히 말하면 오히려 역차별이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영지원실 김은정 과장은 “인사를 할 때 대학 다닌 기간과 직장 경력을 모두 반영하지만 경력에 가중치를 더 둔다”며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보다 고교 졸업 후 4년간 회사에 다닌 사람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학력 차별 없는 인사제도를 8년째 운용 중인 전자상거래 마케팅업체 프로토타입의 최강혁 대표(맨 앞에 앉은 사람)와 직원들. “서로의 학력을 모르니 능력으로 평가하는 건 물론 인간적으로 가까워진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프로토타입은 2003년 설립 당시 최강혁(40) 대표 등 창업 멤버 4명이 치열한 토론 끝에 이 같은 시스템을 채택했다. 오픈마켓 옥션 등 관련업계에 몸담았던 이들은 “대학에서 1년 배운 내용보다 사회에서 1년 쌓은 경험이 훨씬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고 이를 인사제도에 반영했다. 이후 7년간 6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하면서 처음의 원칙을 고수했다.



이런 인사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본지 요청으로 전체 직원의 학력 분포를 취합해 보니 고졸이 18.3%(13명)였다. 과장급 이상 간부(25명) 중 고졸 비율은 32%(8명)로 더 늘었다.





최 대표는 “승진 심사 때 임원진이 회사에 헌신하는 정도와 ‘헝그리 정신’을 높게 평가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같은 직급 직원들을 굳이 학력별로 비교하자면 고졸들이 좀 더 열성을 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컨대 사무실에서 카펫 교체 같은 귀찮은 일이 생겼을 때 직위에 관계없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는 직원은 주로 고졸 출신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책을 맡는 고졸이 늘면서 미처 예상 못한 점도 나타났다. 대체로 고졸 출신들이 보고서를 깔끔하게 작성하고, 매끈하게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한 고객사로부터 이와 관련한 항의를 받은 후 주요 간부로 하여금 직원들 앞에서 자신이 만든 제안서로 사업 설명을 하는 훈련을 시켰다. 최 대표는 “국내 고교에서 이런 실무교육이 미흡한 데다 고졸들이 서류작업을 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 보니 빚어진 일”이라며 “집중 훈련을 하고 나니 금세 단점이 보완됐다”고 말했다.



학력 차를 두지 않는 인사 시스템은 회사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 회사에서는 출신 학교나 학번·전공을 묻는 게 금기다. 그러다 보니 바로 옆자리 동료가 고졸인지 대졸인지 잘 모른다. 입사 당시 제출하는 이력서에는 학력을 기재하지만 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인사 책임자로 제한된다. 간부들이 공유하는 직원신상기록 카드엔 ▶과거·현재·미래의 모습 ▶특기·취미 ▶콤플렉스 같은 그 직원을 이해하기 위한 항목만 있다. 학력란은 없다.



학교를 묻지 않으니 지연 등 ‘연줄’과 관련한 발언이 함께 사라져 파벌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김은정 과장은 “회식 같은 때 학교나 고향 얘기를 안 하니 자연히 취미나 고민 등 개인적인 소재가 대화에 많이 등장한다”며 “전에 다녔던 회사보다 훨씬 서로를 잘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토타입의 인사실험이 회사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2006년 롯데그룹의 투자를 유치하고 지난해 처음으로 누적적자를 모두 해소하고 흑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최 대표는 “동종 업계에 우리 식의 인사제도를 채택한 곳이 거의 없는 데다 우리가 상대하는 대형 인터넷 업체 직원 대부분이 대졸자이다 보니 주변에서 ‘무모한 시도를 그만두라’는 얘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몇 년의 인사실험 끝에 직원들이 학력과 무관하게 실력으로 경쟁하도록 하는 게 성과를 낸다는 믿음이 생긴 만큼 현 시스템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안혜리·강주안·최현철·김민상 기자, 사진=김경빈·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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