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마트에서 옥수수기름이 사라진 까닭

한 달 전 충남대 농업생명과학대 이규승 교수가 “어이, 박 기자. 요즘 우리 동네 마트에선 옥수수기름을 사기 힘들어. 그 자리를 카놀라유가 채우고 있어”라며 기자에게 숙제를 하나 안겨 줬다. 그는 “옥수수는 배아에서만 기름을 짤 수 있어 옥수수기름은 옥배유야. 그래서 선진국에선 콩기름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는 고급 식용유야. 우리나라에서만 홀대받는 것도 아쉬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국식품공업협회에 식용유 생산 관련 통계를 요청했다. 옥수수기름의 연간 출하량은 2006년 6만4000여t에서 2007년 5만여t, 2008년 3만5000여t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채유는 2008년 출하량이 3만1000여t으로 옥수수기름과 거의 비슷해졌다.



식공 관계자는 “지난해는 옥수수기름과 유채유의 출하량이 역전됐을 수 있다”며 “마트에서 ‘1+1’ 행사를 해도 포도씨유·올리브유·카놀라유를 끼워 줘야 소비자의 호응이 훨씬 높다”고 전했다.



포도씨유·올리브유·카놀라유 등이 정말 옥수수기름보다 건강에 더 나은 식용유인지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으므로 일단 논외로 치자.



옥수수기름이 국내 마트에서 계속 주는 더 큰 이유는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 확대에 있다.



과거엔 옥수수기름 등 식용유는 GMO 표시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빠르면’ 3년 뒤엔 표시 대상이 된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다. ‘빠르면’이란 단서를 붙인 것은 GMO 표시 확대를 규정한 개정 고시가 현재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이 위원회를 통과하면 3년간 유예 기간을 둔 뒤 시행되기 때문이다.



식품제조회사 입장에선 GMO에 대한 대중 인식이 부정 일색인 상태에서 제품에 ‘GMO 옥수수기름’이란 라벨을 붙이긴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자사의 다른 제품 판매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한다. 그래서 옥수수기름을 아예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업체가 늘고 있다.



기자는 식품제조회사의 판매 전략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식용유에 GMO 표시를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소비자의 이익에 상응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옥수수기름·콩기름 등 식용유는 100% 지방이다. 유전자 변형은 지방·당질(탄수화물)과는 무관하며 단백질에서 이뤄진다. 식공 부설 한국식품연구소가 지난해까지 식용유 6건의 GMO 함량을 검사했는데 GMO 유전자가 일절 검출되지 않았다.



그래도 식용유 제조 과정에서 GMO 단백질이 일부 섞여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 식용유는 옥수수·콩 등을 용매 처리해 얻으며, 정제 과정에서 콩·옥수수에 든 단백질은 다 제거돼요”라는 세종대 식품공학부 경규항 교수의 말이 설득력 있었다.



GMO 표시 확대는 소비자의 이익에도 반할 수 있다. 식품회사들은 ‘GMO 콩기름’ 대신 ‘중국산 콩을 원료로 만든 콩기름’으로 전환 중이다. 또 Non(非)-GMO 콩·옥수수로 식용유를 제조하자니 수입가가 올라가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GMO 표시 확대는 또 카놀라유 등 수입 식용유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바이오정보 서비스업체인 ISAAA의 지난해 통계를 보면 옥수수의 27%, 카놀라의 21%가 GMO다. 그런데 국내 법엔 콩·옥수수와 그 가공식품에 대해서만 GMO 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GMO 카놀라유. GMO 유채유와 같은 표시를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GMO 표시를 확대하려면 형평성에 맞도록 현행법부터 손질해야 할 것이다.



박태균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