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food&] 위대하여라, 아줌마들…돼지고기 요리대회 참가해 보니

대상 상금 2000만원이 걸린 ‘돼지고기 요리대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취재 계획을 세우던 중 누군가 농담 삼아 말했다. “직접 참가해 보면 어때?” 순간 ‘예선에서 100팀이나 뽑으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대상을 타면 2000만원을 거머쥘 수 있었다. 망설임 없이 도전장을 냈다. 요리명은 ‘복분자막걸리소스를 곁들인 파프리카 돼지안심보쌈’.



그런데 돼지고기 요리를 직접 만들고 레시피와 사진을 주최 측 홈페이지에 올리고 나니 불안해졌다. 전문가·학생·주부 중 주부 부문에 참가했는데, ‘미혼이란 이유로 본선에서 제재를 받으면 어쩌나’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결과는 낙방. 주최 측에 “도전기를 쓰고 싶으니 참가하게 해달라. 만일 본선에서 수상을 해도 상금은 안 받겠다”고 사정해 대회장 한편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서게 된 NS농수산홈쇼핑 주최 ‘제 3회 우리 돼지 요리대회’. 즐겁고도 숨막혔던 그 도전기를 공개한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안심 아몬드 떡갈비’. NS농수산홈쇼핑 주최제 3회 ‘우리돼지 요리대회’ 에서 대상을 획득했다. 행운의 주인공 김유리 주부는 “우리집의 손님맞이 대표요리” 라고 밝혔다.
안심·앞다리살 … 알고보면 맛있는 비인기 부위



10일 낮 12시, 서울 양재동 aT센터는 ‘우리 돼지 요리대회’ 참가자들로 붐볐다. 인파를 뚫고 한편의 테이블로 향했다. 준비물 심사가 끝난 2시40분,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본격적인 요리 경합이 시작됐다. 1팀당 2명, 총 200여 명이 일제히 재료를 손질했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30분. 여유만만했다. ‘복분자막걸리소스를 곁들인 파프리카 돼지안심보쌈’은 복분자막걸리에 재운 돼지 안심을 파프리카 사이에 끼우고 김치로 묶어 오븐에서 구우면 끝인 요리였기 때문이다. 돼지 안심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썰기 시작했다. 함께 참가한 파트너는 파프리카를 썰었다. 안심을 파프리카에 끼우고 묵은지를 길게 찢어 단단히 묶었다. 선물상자 모양을 만들려는 의도였다. 심사용·전시용·시식용 총 3개의 접시를 제출해야 했다. 접시에 담고 나니 남은 시간은 30분. 서둘러 전기 오븐으로 가져갔지만 오븐은 이미 다른 참가자들의 요리로 차 있었다. 5분 정도 기다려 넣고 나서 대회장을 훑었다. ‘100팀 100색 요리’가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화려함, 학생들의 참신함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것은 주부들의 친근함이었다. 주부들은 생활과 밀접한 요리를 선보였다. 된장에 재운 돼지 등심으로 만든 샌드위치, 섬유질이 풍부한 근대 잎으로 싼 돼지 안심 쌈 요리. 오이소박이처럼 칼집 낸 가지 속에 돼지 앞다리살을 다져 넣은 가지소박이 등. 단, 인기 부위인 삼겹살이나 목살·족발을 사용한 요리는 거의 없었다. 대회 취지가 ‘돼지고기 비인기 부위의 소비를 활성화하자’였기 때문.



남편과 출전한 13년차 주부, 2000만원 대상



전문가를 제치고 대상을 탄 주부 김유리씨 부부.
오븐으로 돌아오니 고기가 90%쯤 익어 있었다. 그때 상황 종료 방송이 울려 퍼졌다. 어쩔 수 없이 오븐 속 접시를 꺼내들고 급히 전시대 위에 올렸다. 시상 시간,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이들이 보였다. 전문가와 학생에 이어 주부 부문 수상자를 호명하는 순간, 가장 짜릿한 환호성이 터졌다. ‘한국 아줌마들’답게 목청껏 환호하며 자리를 박차고 시상대로 뛰어나갔다. 상금 2000만원이 걸린 대상 역시 주부 차지였다. 남편과 출전한, 결혼 13년차 김유리(33) 주부의 ‘안심 아몬드 떡갈비’. 돼지 안심과 아몬드를 갈아 함께 치댄 뒤 뭉쳐 프라이팬에서 구운 요리였다. 김씨는 “프라이팬 하나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라고 설명했다. “쇠고기로만 만들 수 있다고들 생각하는 떡갈비를, 부드러운 돼지 안심으로 만들어봤어요. 고소한 아몬드를 더했죠. 다진 파를 묻혀 잡냄새도 없앴고요. 주부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이런 대회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어요.”



전문가 부문 금상엔 노성호(47·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씨의 ‘엄나무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가, 학생 부문 최고 창조상엔 함도양(25·안양 과학대)씨의 ‘고추장 등심 복분자와 생크림 나물’이 뽑혀 각각 1000만원과 300만원을 받았다.



초라한 내 요리 … 하지만 내년에 또 오리라



직접 참가해 본 ‘우리돼지 요리대회’ 현장은 박진감 넘치고 신났다. 예선에서 500팀을 물리치고 올라 온 100팀은, 비인기부위로 맛있고 개성 넘치는 요리들을 만들어냈다.
전시대 위의 ‘복분자막걸리소스를 곁들인 파프리카 돼지 안심 보쌈’은, 멋진 작품들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 심사위원의 “막걸리와 복분자를 쓴 점은 참신하다”는 격려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상금은 안 받겠다고 했지만 본선에 나가 그들이 떨어뜨린 요리의 진가를 알려보리라는 포부가 내심에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하고 다른 참가자들의 요리를 보고 나니 이 요리가 ‘예선에서 왜 떨어졌는지’ 수긍이 됐다. 어쨌든 200여 명의 ‘셰프들’ 사이에서 1시간30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 긴장감을 통해 요리가 만만치 않음을 절감했다. 큰 수확도 있다. 예상치 못한 돼지고기 비인기 부위의 매력, 그리고 대한민국 주부들의 내공을 발견한 것. 칼과 도마가 담긴 가방을 들고 터덜터덜 aT센터를 빠져나오며, 좀 더 내공을 길러 내년에도 다시 찾을 것을 다짐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