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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153> 육종

세계는 지금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육종(育種) 전쟁으로 뜨겁습니다. 다수확 작물 하나만 잘 개발해도 세계 시장을 휩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고민인 기아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유전공학의 발달로 비타민A를 함유한 벼 등 각종 기능성 작물, 화훼 신품종 등의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육종의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콩 열 알 중 여섯 알은 유전자 변형으로 만든 것이라네요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1960년대 이전까지 인류의 상당수는 굶주림에 시달렸다. 이 문제의 돌파구가 된 것이 기존 작물보다 두 배 이상의 식량을 생산하는 다수확 신품종 개발이다. 육종 기술이 만들어낸 ‘녹색혁명’이 식량난을 크게 덜어준 것이다. 최근에는 생명공학의 발달로 기존 육종기술보다 훨씬 더 빨리, 원하는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제2의 녹색혁명이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육종은 교배나 유전자 조작, 방사선 쪼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품종을 더욱 좋게 키우는 것을 일컫는다. 그 방법은 크게 ▶교배를 통해 우량 품종을 만드는 전통 육종 ▶유전자를 집어넣거나 없애는 형질전환 ▶방사선을 쬐어 돌연변이를 만드는 방법 등이 있다. 그 외에 화학약품으로 종자를 처리해 돌연변이 신품종을 얻는 기술도 있다. 이처럼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목적은 원하는 품종 또는 우량 품종을 얻는 데 있다. 한국은 육종분야에서 뒤진 편이다. 그나마 정부가 10년 전 작물유전체연구사업단을 만들어 대규모 연구사업을 벌인 뒤 선진국과의 격차를 조금씩 줄이고 있다.



전통 육종



암수교배로 우수 품종 얻어 … 개발기간 최소 4년




원하는 우수 품종을 얻기 위해 암수 교배를 하는 방법이다. 원하는 품종을 제때 얻기도 어렵지만 한 품종 개발에 10여 년이 걸린다. 전통 육종기술도 꽤 발전을 거듭해 개발성공 기간이 상당히 단축되긴 했지만 작물의 경우 짧아도 4~6년 걸린다. 다수확 벼 품종으로 1970년대 국내 미곡 생산량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통일벼’도 이 방법으로 개발했다. 2007년 경상대 정종일 교수팀이 개발한 ‘생식 가능한 기능성 콩’도 교배에 의한 것이다. 일반 콩은 비린내가 나거나 소화를 억제하는 단백질이 들어있어 날로 먹기 거북하다. 이 때문에 익혀 먹어야 했다. 정 교수팀은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소화억제 효소도 없는 콩 개발에 나섰다. 교배를 통한 전통 육종방법으로다. 먼저 국산 재래종이면서 비린내가 나는 속 푸른 검정콩(서리태)과 비린내가 나지 않는 노란콩을 교배했다. 노란콩은 비린내가 나진 않아도 상품성이 낮아 농가의 기피 품종이다. 이렇게 해서 비린내가 나지 않는 속 푸른 검정콩을 만들어냈다. 열린 콩 중에 비린내가 나는 것은 골라 버리고, 그렇지 않은 것을 남긴 것이다. 다음은 소화억제 효소가 없는 속 푸른 검정콩을 개발할 차례다. 먼저 비린내가 나지 않는 속 푸른 검정콩과 소화억제 단백질이 없는 콩을 교배했다. 그렇게 열린 콩 중에서 비린내와 소화억제 단백질이 없는 콩만을 골라 종자를 만들어 재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품종 ‘개척 1호’는 생식을 해도 소화가 잘되고 먹기에도 역겹지 않다. 정 교수팀은 2007년부터 이를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영남대 서학수 교수는 2006년 잡초와 비슷한 야생 벼를 개량해 맛이 좋고 수확량이 많은 갈색 벼를 개발했다.





유전자 변형



10년 넘게 환경 영향 연구 … 동·식물 유전자 섞기도




21세기 들어 각광받는 육종기술이다. 필요 없는 유전자 식물에서 빼내거나 좋은 유전자를 집어넣는 방법을 사용한다. 유전자를 조작하는 생명공학 기술이 어느 단계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기술이다. 유전자 변형 육종기술은 주로 작물 개발에 집중돼 있지만 그 외에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포플러, 중금속을 잘 빨아들이는 나무의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유전자는 식물이나 동물 등 종의 장벽을 뛰어넘어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동물에 주입해도 그 기능을 하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데 많이 쓰이는 초록형광 유전자로, 해파리에서 추출해 사용한다. 이 유전자는 자외선을 쬐면 형광이 나타난다. 식물이나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할 때도 쓴다.



서울대 최양도 교수팀이 개발한 다수확 품종 벼(오른쪽). 보통 벼(왼쪽 세 개)에 비해 2.5배 정도 수확량이 많다.
필요한 유전자는 동물이나 식물·미생물 등 종을 가리지 않고 찾아 쓴다. 가령 담뱃잎으로 광견병 백신을, 시금치로 인체면역부전 바이러스(HIV-1) 백신 원료를 만드는 것이다. 자궁경부암 토마토 백신을 만들 경우, 먼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이 유전자를 토마토의 세포에 집어넣어 키운다. 그러면 바이러스가 만드는 단백질이 토마토에서도 만들어진다. 원하는 유전자를 잘라내는 것은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효소를 사용한다. 이런 효소는 수천 종 개발돼 있다. 각 효소마다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자른다.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최양도 교수팀이 개발한 ‘사막에서도 자라는 벼’도 유전자를 조작해 만들었다. 최 교수팀은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트레할로스라는 유전자를 기존 벼에 넣어 가뭄에도 견디게 개량했다.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에서도 벼를 키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품종은 수확량도 기존 품종에 비해 20%나 많았다. 최 교수팀은 유전자를 조작해 수확량이 20~52% 증가한 새 품종을 개발해 외국에 기술 이전했다.



고추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게 유전자를 개량하자 키가 어른보다 더 크고 많은 열매를 맺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변형 작물은 2006년 현재 21개 작물 107가지 품종이 재배된다. 벼·콩·옥수수·고추 등 작물 종류도 다양하다. 유전자 변형 작물은 몬산토·듀폰·바스프·리마그렌·신젠타 등 서구 다국적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이 처음 개발된 건 1983년이며, 이후 10년 넘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끝에 1990년대 중반부터 재배가 시작됐다. 해가 바뀔수록 재배 면적은 급증 추세다. 2007년 현재 세계적으로 1억1400만ha에 이른다. 콩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9100만ha가 재배되는데 이 중 64%가 유전자 변형 콩으로 추산된다.



현재 주로 개발되는 작물은 제초제와 병해충에 잘 견디는 품종이며, 특정 영양성분을 함유하게 만든 것도 나온다. 영양성분을 강화한 것으로 황금쌀이 있다. 2000년 스위스에서 개발한 것으로 비타민A가 대량 함유됐다. 실제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저개발국의 어린이들은 비타민A의 결핍으로 시력 발달이 처지고 면역 기능이 낮아지는 일이 잦다. 황금쌀은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비타민A를 보충할 수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황금쌀 개발로 기아로 인한 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황금쌀은 10년에 걸친 환경 테스트를 거쳐 농가 보급을 앞두고 있다. 다만, 유전자 변형 작물은 그 안전성이 의심스럽다며 재배나 보급을 금지하는 나라가 많다. 소비자들도 이런 점 때문에 꺼린다.



방사선 육종



무작위로 방사선 쪼인 뒤 우수한 돌연변이 골라




감마선이나 X선 등 방사선이 DNA의 사슬을 끊어버리는 원리를 이용한다. ‘생명의 지도’로 불리는 DNA 이중나선의 어느 부위가 끊어지거나 타격을 받으면 그 생명체는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돌연변이체가 된다. 방사선을 쪼인 사과나무라고 해도 어느 가지의 열매는 크고 병해충에 잘 견디지만 다른 가지에 달린 열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작물은 씨앗에 방사선을 쪼인 뒤 심어 거기서 나온 돌연변이 중 우수한 품종을 골라내는 방법을 쓴다. 또 밭에 나무나 작물을 심어놓은 뒤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가 만들어지도록 하기도 한다.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 식물이 나타났다고 해서 다 신품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돌연변이 품종 중 원하는 품종을 고른 뒤 그 돌연변이 유전자가 후대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한두 대만 유전자가 전해지다 원래 품종으로 돌아가면 개량 효과가 없어진다.



일본에서 개발한 국화 신품종들. 원 품종 ‘타이헤이’에 방사선을 쪼여 다양한 색상의 품종을 얻었다.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는 한 연구원.
방사선을 이용한 육종은 1928년 시작됐다. 방사선이 식물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그 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이 방법으로 개발·등록된 신품종이 3000여 종에 이른다. 미등록 품종까지 합하면 방사선 육종 신품종은 더욱 늘어난다.



한국은 벼·무궁화·참깨·구기자·동양 난 등 39개 품종을 개발해 등록했다. 제주대 이효연 교수팀은 네 잎 클로버를 높은 비율로 만들 수 있는 토끼풀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부설 정읍방사선연구소에서는 화분에 심어 기를 수 있는 ‘꼬마 무궁화’를 방사선 육종으로 개발했다.



자연적으로도 식물에 돌연변이가 생긴다. 자연에도 방사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으로 방사선을 쪼여주는 방법은 자연상태에서보다 돌연변이 발생 빈도를 1000배 정도 높일 수 있다. 방사선 육종기술은 1~2개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하는 데 유리하고, 모든 식물이 가능하다. 싹이 터 자라는 식물이나 종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도록 하는 게 가능하다. 일년생이나 다년생이나 가릴 필요도 없다.



방사선 육종은 지상에서뿐 아니라 우주에서도 가능하다. 우주 방사선이 지상보다 훨씬 강력하다. 정읍방사선연구소는 한국의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우주정거장에 올라갈 때와 중국 위성에 씨앗을 실어 올려 우주방사선을 쪼이게 했었다. 중국은 우주방사선 육종을 위해 여러 종류의 씨앗을 실은 위성을 주기적으로 발사한다.



방사선 육종은 유전자변형법에 비해 원하는 품종을 콕 찍어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방사선을 쪼이면 무작위로 돌연변이가 일어나서다. 반면 뜻하지 않은 품종을 개발하는 매력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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