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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딛고 선 기업들 <11> ㈜ 상보 김상근 대표

휘청했다 살아난 기업, 뭔가 다른 데가 있다. 추락하다 다시 솟아오른 경영인, 남다른 비결이 있다. 기술과 돈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표준화할 수도 없는 뭔가가 있는 법이다. 내공이랄까, 근성이라는 것 말이다.



“기업은 생물, 조금만 방심해도 상하고 죽어버리죠”

2008년 대형 적자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회생한 ㈜상보와 이 회사의 김상근(60·사진) 대표이사가 바로 그런 사례다. 김 대표는 그해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KO 펀치를 맞았다. 한 해 매출(747억원)의 절반이 넘는 적자(441억원)를 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김 대표는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장애물 정도로 여겼다. 30년간 사업하면서 겪었던 화재나 물난리처럼 말이다. 일단 그는 주력상품인 광학시트에 집중했다. 본업에서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필름코팅으로 쌓은 기술이 먹혀든 데다, 정보기술(IT) 경기의 훈풍도 불었다. 기술력과 잠재력, 그리고 기업의 평판을 인정한 금융회사들도 지원을 해줬다.



이어 그는 2009년 초 키코 계약을 이행하는 대신 한국씨티·SC제일·외환·국민은행 등 4개 은행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남아 있는 키코 계약은 내년 초면 다 끝난다. 덕분에 지난해엔 영업이 상당 부분 정상화됐다.  



“그동안 키코를 포함해 네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엔 공장에서 불이 나기도 했고, 물난리를 겪은 적도 있습니다. 2000년 들어서는 일본 기업의 방해로 수십억원의 투자자금을 날려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내공과 근성은 27세 때인 1977년 창업한 뒤부터 차곡차곡 쌓아 왔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힘들게 살던 그에게 창업자금이 있을 리 없었다. 재산이라고는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방 두 개짜리 집이 전부였다. 그는 모친을 설득해 살림을 방 하나에 몰고 남은 방 하나는 세를 줬다. 그렇게 해서 얻은 보증금 40만원으로 무작정 세상에 뛰어들었다.



제조업을 하고 싶었지만 그 돈으로는 작은 공장도 얻을 수 없었다. 필요한 기계를 구입하기에도 모자랐다. 결국 서울 중부시장에서 창고 같은 건물 일부를 빌렸다. 기계는 할부로 들여놓고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그가 했던 사업은 비닐에 제품 정보를 인쇄해 납품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인쇄·코팅 사업과 인연을 맺은 그는 1980년대 오디오·비디오제품용 포장재 필름으로 사업을 확장해 재미를 봤다. 상보는 지금도 카세트테이프와 같은 미디어제품의 포장재 필름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새 저장매체의 등장으로 테이프가 기울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발 빠르게 윈도필름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빌딩이나 자동차 유리의 겉면에 적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필름을 붙이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 수요가 급증했다.



2000년대 들어 그의 사업본능은 디스플레이용 필름에 꽂혔다. IT의 발달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전자제품은 가볍고 작고 얇아지는 추세인데, 여기엔 반드시 필름이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확신이었다. 또 상보는 처음부터 필름에 코팅하는 기술로 먹고살아온 기업이다 보니 3년간의 연구 끝에 2003년 디스플레이용 필름인 광학시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김 대표의 의지와 회사의 기술력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 우물을 파면서도 발 빠르게 다양한 물길을 찾아낸 그의 내공, 자신의 사업 설명에도 물씬 담겨 있다.



“좁혀서 나누면 ‘인쇄’고, 좍 펼치면 그게 ‘코팅’ 아닙니까. 인쇄 혹은 코팅이란 사람이 본 사물과 생각하는 모든 아이디어를 결합해 재현해내는 거죠.”



그는 사장실의 목재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것조차도 인쇄”라고 했다. 인쇄의 방법이 다를 뿐이지, 나무의 느낌이 나도록 표면을 처리하는 것 자체도 코팅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사업을 이렇게 정의하면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진다”고 했다.



그가 그리는 상보의 미래는 ‘작은 거인’이자 ‘100년 기업’이다.



“약방의 감초처럼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작은 거인’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또 100년 이상 가는 기업으로 키워보겠습니다.”



‘100년 기업’의 조건으로는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꼽았다.



“기업은 생물하고 똑같아요. 조금만 방심해도 상하고 죽어버리죠. 끊임없이 공들여 다듬어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어요.”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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