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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도전하는 ‘울엄마 올레! 캠프’


“엄마야, 무섭잖아요. 그만 흔들어 대세요!” “제발 저는 좀 살살 해주세요. 저 고소 공포증 있어요.” 삼각 로프 건너기 도중 ‘엄마’를 찾으며 울상인 수련생, 엄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똑바로 못하면 한 번 더 돌립니다를 연발하는 교관. 자연체험 학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수련생들이 낯설다. ‘울엄마 olleh!(올레) 캠프’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학생교육원 퇴촌야영장을 찾았다.

퇴촌야영장을 찾은 학부모 24명

지난 13일 오전 10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야영장에 한 무리의 어머니들이 등장했다. 설렘 가득한 얼굴로 버스에서 내린 24명의 어머니들은 서울 상현중학교 학부모 회원들이다.

“매번 아이들을 수련원에 보내기만 했지 제가 이렇게 직접 나서본 적은 없죠. 가족끼리 여행이나 체험을 하더라도 엄마들은 보통 가족들 돌보기 바쁘잖아요.”

‘엄마의 짐’을 벗어던진 하루가 소중하기만 한 우윤아(45)씨는 며칠 전부터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잠까지 설쳐왔다. 학부모 회장인 박정순(52)씨도 “어제 밤 짐을 싸며 설레는 마음이 꼭 초등학교 때 소풍 전날 같았다”며 “오늘 하루를 소중한 추억거리로 가득 채울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미 버스에서 ‘빙고’ ‘넌센스 퀴즈’ 등 게임으로 서먹함을 없앤 어머니들의 호칭은 벌써 ‘언니’ ‘동생’으로 변해있었다.

첫 번째 교육장으로 이동한 이들을 맞은 것은 휴대용 가스렌지와 냄비, 그리고 각종 허브오일 등이다.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에 쓰일 도구와 재료들이다. 지난해 11월 야영장 사용 예약을 하면서 웃음 치료, 문제해결 프로그램, 풍물, 카프라(쌓기활동 교구), 도미노등 체험 내용 중 어머니들의 의견을 들어 이미 정해놓은 오전 프로그램이다.

김수정(43)(가명)씨는 “주위에서 직접 비누를 만들어 쓰면 좋다는 말을 듣고도 방법을 몰랐는데 잘 됐다”며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다”고 웃었다. 비누를 만들던 5명의 어머니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점심식사 준비를 위해서다. 체험학습장을 무료로 쓰는 대신 식사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식사조가 먼저 자리를 뜬 것이다. 바로 전날 몇몇 어머니들이 모여 직접 만든 음식들을 먹기 좋게 나눴다. 도시락을 주문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급식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는 까닭에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란다.

캠프 참여후엔 학교일에 매사 적극적

왁자지껄 시작된 점심시간. 이날 인솔자로 동행한 전명식 교장 주위로 3~4명의 어머니들이 모였다. “교장 선생님, 재료 검수 뿐아니라 조리 과정도 모니터해야 할 것 같아요. 아이가 직영 급식을 시작했지만 맛이 예전과 똑같다고 불평하더라고요. 김치는 더 맛있어 졌다지만….” “그럼 교장 입장에서 너무 좋죠. 김치는 제가 직접 돌아다니며 맛을 보고 결정했어요(웃음).” “교장 선생님과 더 가까워 진 것 같아요. 항상 넥타이 맨 딱딱한 모습만 봐서 어려웠거든요. 이런 캠프를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전 교장은 지난해에도 학부모 체험 캠프를 열어 효과를 봤다. 학교 일에 다소 소극적인 학부모들이 캠프 참여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그는 “급식 모니터나 시험 감독,각종 교육청 강연 등에 참여할 학부모를 찾는 것 자체가 일이었는데 요즘엔 훨씬 쉬워졌다”고 반색했다.

식사 후 지도사의 신호로 모인 어머니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날 교육의 하이라이트라고 소개받은 코스는 모험 수련장. 허공에 떠 있는 그물 위를 걸어 비탈을 오르는 코스나 로프 3개에 의지해 계곡을 건너는 시설을 보고 벌써부터 오금이 저린다는 어머니도 있다. 하지만 야속한 교관은 단 1명도 남기지 않고 모두 올라야 한단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렸지만 아이들에게 엄마도 극기훈련하고 왔다는 말을 떳떳하게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교관의 말에 순서대로 오르기 시작한다.

교관이 삼각 로프 중간에 들어선 어머니들을 향해 갑자기 ‘꽉 잡으세요’라고 소리지르며 로프를 흔들어 댔다. “살려주세요. 제발 그만!” “아, 어지러워. 건너기만 해봐. 가만 두지 않을테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하지만 막상 건너고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한바탕 웃음바다가 펼쳐진다. 천신만고 끝에 계곡을 건넌 우선경(42)씨는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밌다”며 “생각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영(40)씨는 “개구장이 지도 선생님 덕에 더욱 재미있었다”며 “이제는 캠프에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험 수련을 끝내고 교육장으로 다시 내려와 보니 오전에 만든 비누가 알맞게 굳어있다. 각자 만든 비누를 손에 든 어머니 회원들은 아쉽다는 표정이다. 전 교장에게서 내년에도 반드시 기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퇴촌야영장을 관리하는 서울시학생교육원 변영수 분원장은 “학부모들이 직접 체험에 참여하면 수많은 체험 프로그램 가운데 옥석을 가리기가 더 쉬울 것”이라며 “어머니들의 자아 발견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관리하는 이 야영장은 무료로 운영되며 학교장의 승인을 얻어 단체로 이용할 수 있다.

[사진설명]울엄마 올레캠프에 참가한 서울 상현중 학부모 회원들이 극기훈련 가운데 하나인 삼각 로프를 타고 계곡을 건너고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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