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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공개 필요한 여론조사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여론조사는 이제 정치·경제 분야는 물론 언론의 핵심적 활동이다. 기업과 제품에 대한 소비자 조사는 물론 선거 지지율, 국가 정책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 그런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후보 결정에까지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나라에서 어찌된 일일까?

사람의 속마음은 알기 어렵다. 부모 자식도 잘 모르는데, 면접이나 전화 조사가 완전할 리 없다. 같은 말도 사람 따라 뜻이 다르다. 대통령 지지도를 생각해 보자. ‘지지’는 운명을 같이 하려는 뜻인가, 그만하면 됐다는 뜻인가? 공천 심사는 어떤가. 후보를 다 알지 못하는 유권자의 답은 지지도가 아니라 ‘인지도’에 불과하다. 거리에서 물어보면 자가용 운전자는 안 잡히고, 집 전화로 물어 보면 주부나 노인의 의견이 많이 잡힌다. 직접 만나기 어려워 전화나 인터넷을 쓰면 바쁜데 애써 답하는 사람의 성향이 반영된다.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상당히 큰 표본이다. 하지만 10만 명에게 물어봐서 5%가 답한 경우라면 어떤가? 나머지 95%의 생각과 응답한 5%를 같이 다루어도 좋을까?

질문의 내용을 생각해 보자. 조사 주체를 밝히면 응답자는 성향에 맞춰 답하기도 한다. 아예 답을 피하기도 한다. 질문이 ‘좋은 일, 해야 할 일’을 담고 있어도 그에 맞춰 답한다. 경영학에 나오는 ‘신경영기법’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적극 채택 중’이라고 한다. 실은 좋게 답해서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경우도 많다.

조사 현안에 대해 추가적 정보를 담으면 어떨까? 내용 있는 응답이 가능하지만, 정보 자체가 응답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앞에 나온 질문들이 학습효과를 만들어 최종 응답을 이끌기도 한다. 과거 업적, 억울한 사연을 먼저 소개하거나 관련 질문으로 인지시키면 지지율은 올라간다. 응답자들은 무난하게 가운데를 찍는 ‘중심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지지-반대’를 4개로 나누면 5개로 나눈 경우와 전혀 다른 지지율이 나온다. ‘매우 지지’는 ‘비교적 지지’보다 얼마나 더 긍정적인지도 알 수 없다. 하물며 반대하는 이유만 잔뜩 늘어놓은 다음 고르게 하면 결과는 ‘압도적 반대’가 된다.

과학적 통계분석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데, 가설에 따라 입증의 방향이 달라진다. 심리학적으로는 프레임 효과가 발생한다. ‘적이 공격했다’는 가설과 ‘아군 사고이다’는 가설은 전혀 다른 조사 절차를 거친다. 여론조사의 모델을 꼭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다른 가설에서 출발해 다른 표본과 질문으로 시행한 여론조사를 비교하는 일은 더욱 위험하다.

현실의 이해관계는 이 틈을 파고든다. 정당, 시민단체,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이해관계가 반영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거 때면 ‘여론조사에 협조’를 부탁하는 문자가 돌고, 편향적 조사 결과를 홍보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잘못된 조사가 인용되면서 교묘한 편집기술까지 더해지면 세상은 더욱 심란하다. 지방선거, 천안함 침몰 같은 현안마다 수많은 여론조사가 나오고, 정파적 주장들은 과학으로 포장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최선의 노력을 한 조사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의 내용과 방법을 공개하면 객관적 검증이 가능하지 않을까?

과거엔 제한된 지면과 시간이 문제였지만, 이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면 된다. 조사 주체의 신뢰성을 위한 자체 검증 기구를 두고 공개적 토론에 나서면 더 좋을 것이다. 잘못된 조사에 대한 대항과 구제도 쉬워진다. 조사 대상과 시기, 모델과 가설, 변수의 정의, 표본 추출 방법, 응답률, 조사 회사의 사업 이력 등 의미 있는 내용은 끝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 설문지만이라도 먼저 공개하면 어떨까? 더 충실한 정보를 공개해 더 큰 신뢰를 얻는 좋은 세상의 시작이 될 것이다.

박찬희 교수 중앙대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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