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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茶禮, 일본의 茶道, 중국의 茶藝


일본 차 문화의 중심에는 말차(抹茶)가 있다. 일본어로 맛차라고 부르는 가루차는 그늘에서 키운 새순을 쪄서 건조한 뒤 맷돌에 곱게 갈아 만든다. 여기에 섭씨 60~70도의 물을 부어 기포가 생기도록 잘 저어 마시는데, 다도(茶道)라고 하는 일본 차 문화는 차맛을 음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절차에 따라 차를 마시는 행위는 정신 수양으로 여겨져 차를 만드는 주인과 마시는 손님의 예법이 정해져 있다. 다실(茶室)과 다구(茶具)도 정형화돼 있다. 8세기 중국에서 전해진 일본의 차 문화를 완성한 사람은 16세기의 센노리큐(千利休)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도 스승이었던 그는 오늘날과 같은 다도 양식을 만들었다. 그의 자손들이 계승한 일본 다도는 오모테센케(表千家), 무샤노코지센케(武子小路千家), 우라센케(裏千家) 세 갈래로 나뉘었다. 그중에서 우라센케는 전 세계 10여 개국에 출장소를 두고 있는 일본 다도의 최대 유파다.

격식에 따라 절제된 몸가짐으로
일본 다도를 소개하고 가르치는 우라센케의 서울 사무소는 1988년 서울 안국동에 문을 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오후로 나눠 다도 수업을 한다. 다다미가 깔린 다실에는 화로가 놓여 있고 족자 하나, 꽃 한 송이 꽂힌 화병이 장식의 전부다. 간소함과 차분함을 강조하는 일본 다도의 모습 그대로였다. 족자의 글귀와 꽃은 계절이나 다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22년째 출장소를 맡고 있는 무라마쓰 가네코 대표는 “족자만큼 중요한 차 도구가 없다고 할 만큼 족자는 다회의 중심이 된다. 차를 마시는 사람은 족자에 적힌 선어(禪語)의 깨달음을 차에 담아 마신다”고 했다.

차를 내는 행다(行茶)를 뜻하는 데마에(点前)는 엄격한 절차와 격식을 바탕으로 한다. 차를 만드는 주인은 데마에 전에 행주를 접고 찻잔을 훔치고, 각종 다구를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한다. 차를 만드는 방법도 우스차(薄茶)와 고이차(濃茶)에 따라 달라지는데 우스차를 익힌 후 고이차 수련으로 나아간다. 손님의 법도 역시 입실(入室)하고 과자를 먹고, 차를 마시고, 찻잔을 감상하는 등으로 정해져 있다. 무라마쓰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화경청적(和敬淸寂), 곧 조화로움과 존경, 맑고 흔들림 없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라센케 다도는 차를 내는 순서뿐 아니라 과정을 통해 정신을 고양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라센케의 수도 과정은 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단계마다 ‘다음 단계에 가도 되겠다’는 ‘허가장(許狀)’을 받아야 승급할 수 있다. 무라마쓰 대표는 “일본 다도는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5년쯤 배우고 나서야 ‘조금 알겠다’ 싶고, 평생을 배워도 끝이 없다”고 했다. 현재 약 50명이 다도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 중엔 20년 이상 수련 중인 사람도 있다. 우라마쓰 대표는 “광고 등을 통한 수강생 모집을 하지 않는다”며 “다도의 길은 스스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찾아올 때 입문을 허락받고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차문화 체험 가능
일본식 다도뿐 아니라 한국의 다례(茶禮)와 중국식 다예(茶藝)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장충동의 예지원은 4개월간 이어지는 다도반 외에도 1시간30분짜리 체험 과정을 운영한다. 전통적 손님맞이 방식대로 주인의 접대를 받는 의식다례와 현대식으로 참가자들이 직접 차를 만들어 마시는 생활다례로 이뤄진다. 참가자들에게 녹차와 송화다식을 제공하고 다도 체험이 끝나면 과일을 곁들인 전통 다과상을 내온다. 국내에서 가장 쉽게 다도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절이다. 1박2일 과정으로 진행되는 조계종 템플스테이의 경우 둘째 날 예불과 참선을 마친 후 스님과의 대화 시간에 차를 낸다. 이번 달에는 서울 봉은사·길상사, 부산 범어사 등 41개 도량에서 템플스테이가 진행된다.

차 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제주도 서귀포 근처 차밭에 2001년 문을 연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티뮤지엄은 연간 7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서울 인사동에도 오설록 티하우스를 열었다. 현무암으로 외관을 장식해 제주도 다원의 분위기를 살리고 안에도 국내 유명 작가의 다구와 차를 말릴 때 쓰는 덖음 솥 등을 배치했다. 세작·그린티라테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전문 티 소믈리에가 진행하는 티 클래스도 별도로 마련했다.

제주와 함께 대표적인 국내 차 산지인 전남 보성군에서 진행하는 ‘녹차 만들기 체험행사’도 인기다. 20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이 신청하면 지역 차 재배농가가 운영하는 차 만들기 체험장 18곳에서 직접 찻잎 따기와 차 만들기, 시음을 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든 수제 녹차를 가져간다. 이춘희 전라남도관광협회 부장은 “일인당 1만20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인은 물론 학생과 외국인의 신청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4년째인 이 행사에는 지난해에만 8800여 명이 다녀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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