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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추천한 명의] 김진혁 인제대의대 교수 → 권준수 서울대의대 정신과 교수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주관하는 뇌. 베일에 쌓인 신비의 장기지만 첨단의학으로 한꺼풀씩 실체를 벗겨가는 의사가 있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의사 초년병 시절부터 ‘엉뚱한 말이나 병적인 집착, 비난받을 행위는 분명 뇌세포 어딘가에 이상이 있어서 초래된다’는 확신을 갖고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해보겠다는 당찬 목표를 세웠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는 건 지혜와 미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질환에 걸리면 괴상한 말과 행동을 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하지만 뇌가 병든 이유를 알고 치료한다면 잃어버린 품위는 되찾을 수 있지요.” 이렇듯 권 교수의 뇌기능 연구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본주의 정신에서 출발한다.

‘지(知)·정(情)·의(意)를 모두 갖춘 전인적(全人的)인 사람이 되려면 인간의 실체부터 이해해야 한다’.

진학을 앞둔 권준수 학생이 의대 진학을 결심한 이유다. 정신과는 의대생 시절 이부영 교수의 강의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아 선택했다. 이 교수는 분석심리학을 정신의학·신화·민속·인류학 등과 접목시킨 국내 분석심리학계의 태두다.

“인간의 존엄성 찾는 일” 정신과 선택

막상 원했던 정신과 의사가 됐지만 그가 전공의 시절을 보냈던 1980년대엔 치료에 걸림돌이 많았다.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은 지금도 굉장히 심합니다. 20~30년 전엔 말할 것도 없었어요. 게다가 치료약도 정신기능을 위축시키고, 침이 나오는 식의 부작용이 많았어요. ‘정신과 약 먹으면 바보 된다’는 오해가 생기게 마련이었죠. 과학적 연구도 걸음마 수준이었습니다. 환자가 발생하면 흔히 스트레스나 양육 문제가 이유로 거론되곤 했습니다.” (권 교수)

그가 본격적으로 정신질환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건 1996년, 하버드대 정신과 교실에 연수를 하면서부터다.

평상시 품었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의 뇌에는 분명 환자가 처했던 상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뇌 자체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우선 정신분열병 환자의 뇌를 뇌파와 뇌MRI로 분석했다.

2년 후, 그는 정신분열병 환자의 뇌파엔 정보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마(γ)파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고, 국제학회에서도 발표했다. 이 연구에 대해 인지기능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인 미국 UCLA의대 정신과 마이클 그린 박사는 “권 교수가 정신분열병에 대한 임상연구와 기초연구를 맺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권 교수는 뇌 MRI 검사로 정신분열병 환자는 편평측두엽이란 부위가 작아져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환각 증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밝혀낸 것이다.

이때부터 지속한 연구를 토대로 요즘 그는 정신분열병 고위험군을 찾아 발병 전부터 미리 예방 치료를 하는 일을 한다.

그의 연구 업적은 국제학회에서도 인정받아 2008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정신약물학회(CINP)’ 소속 정회원 1000명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5명의 평의원회 위원으로 선출됐고, 지난해엔 ‘분쉬의학상’과 ‘함춘의학상’도 동시에 수상했다.

이처럼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학자지만 권 교수가 가장 바라는 일은 ‘환자들이 믿고 치료받는 임상의사’다.

가족 간 편견으로 치료기회 놓치기도

“정신분열병이 발병해 환청에 시달리는 여대생 환자가 있었어요. 2년간 약물치료로 잘 지냈는데 보호자가 ‘정신과 약 오래 먹일 수 없다’며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증상은 얼마 안 가 재발했지만 보호자는 계속해서 치료를 원치 않았어요. 결국 ‘죽어라’는 환청에 시달리던 환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아직도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이렇게 희생되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권 교수의 말투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정신질환, 극복 가능합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조금 이상하다’ 싶다면 일단 정신과 상담부터 받으세요. 일찍부터 치료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합니다. 우울증·강박증·정신분열병 할 것 없이 정신질환도 췌장 이상으로 초래된 당뇨병과 다름없어요. 병소가 뇌에 생겼을 뿐입니다.” 권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이 말을 강조해달라고 누누이 부탁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최정동 기자

김진혁 교수는 이래서 추천했다
한국 정신의학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견인차 역할


“좋은 의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환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진찰과 치료를 받는다는 건 내 몸을 보여주고 맡기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세요. 환자 입장에선 몸을 진찰받는 일보다 내 마음속을 보여주는 일을 더 꺼리고 신중을 기하게 마련입니다. 의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권 교수는 학생 때부터 나이에 안 어울릴 정도로 매사에 신중해 유난히도 믿음이 가는 친구였어요. 친구들 고민 상담도 잘해 동창생들끼리 ‘준수는 나중에 정신과 의사 하면 잘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정신과 의사가 됐으니 천직을 택한 셈이죠.”

권준수 교수와 동기동창인 김진혁 교수는 ‘천직’이라는 말로 명의 추천의 변을 시작한다.

“권 교수가 학계에 몸담을 때만 해도 어느 분야건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의료수준이 지금만큼 높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견줄 만한 의료 수준을 갖추게 됐지요. 의학계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진료와 연구에 몰두한 덕분인데 권 교수는 우리나라 정신의학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의사예요. 환자를 절대적인 사랑과 믿음으로 진료하면서 첨단 연구까지 앞장서는 권 교수, 정말 손꼽을 수 있는 정신과 명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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