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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펑펑 써도 견제 안 받아 … 지자체장은 ‘지방 소통령’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경남 창녕군의 현창지구 골재 채취장. 하루 평균 25.5t 트럭 300여 대가 분주하게 드나든다. 창녕에는 이런 골재 채취장이 일곱 곳 있다. 연간 퍼내는 모래만 300만 루베(㎥), 240억원 규모다. 이 골재 채취장을 둘러싸고 2006년 민선 4기 출범 이후 현재까지 4년간 비리 등의 혐의로 군수가 2번 바뀌고 선거를 3번 치렀다. 김종규 전 군수(2002년 6월∼2006년 7월 재임)는 골재 채취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재선됐다. 그러나 취임 한 달도 못 돼 군내 공설운동장 인조잔디 업자로부터 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결국 중도 사퇴했다. 후임인 하종근 군수는 골재 채취업자들로부터 4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이다. 군수가 비리의 표적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각 지역의 골재 채취 배분량 결정에 군수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군수와 골재 채취업자 간 유착은 결국 돈선거로 이어진다. 한 골재 채취업자는 “우리는 봉이다. 선거만 끝나면 당선된 군수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선거비 보전을 요구한다”고 귀띔했다.

◆민생 현장 곳곳에 ‘유혹의 그물’=백상승 경북 경주시장의 경우 7년 전 부동산개발업자들로부터 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 중이다. 불필요한 도로를 개설해 돈을 준 업자 소유의 땅 시세를 부풀려 준 혐의다. 이처럼 하도급·설계 변경 등 군수가 업자들과 거래를 벌일 여지는 곳곳에 숨어 있다.

하위직 공무원의 권한 역시 막강하다. 경기도에 있는 대기업 계열의 A업체는 지자체 말단 공무원이 방문하면 비상이 걸린다. 지도단속권을 빌미로 시설 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날이면 당장 영업을 정지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줄 수는 없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친인척의 취업 민원 등은 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은 아파트 건설, 공원 조성 등 민생 현장에 손을 대지 않는 곳이 없다. 자연 건설업자들은 지자체 발주공사의 사업비는 으레 올려 잡는다. 부풀려진 공사비의 일부가 지자체장이나 공무원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유명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벌이는 공원 조성 비용 등을 살펴본 결과 우리가 시행하면 3분의 1 정도의 공사비면 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방위 권한 행사한다=자치단체장의 권한이 강할수록 뇌물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권한 가운데 가장 큰 힘은 인사권이다. 군수들의 경우 군내 공무원 500∼1000여 명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선거 때마다 공무원의 줄서기가 반복되는 이유다. 전북 임실의 군수 선거에 나섰던 한 후보는 “정당 공천을 받고 나자 제일 먼저 찾아온 이들이 만년 계장이었다. 이들은 평균 4000만∼5000만원씩 싸 들고 왔다”고 털어놨다. 전국 230개 일반시·군·구청 소속 공무원은 19만여 명.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은 309명(충남 계룡시), 가장 큰 곳은 2504명(경기도 수원시)이다.

지자체장은 예산편성권도 쥐고 있다. 공원을 조성하고 운동시설을 놓는 일도 지자체장들이 결정한다. 예산만 한 해 평균 3000억원씩 처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허가권도 빼놓을 수 없다. 공동주택이나 일반건축물 허가는 모두 구청장이 내준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58)씨는 건물 지하주차장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해 식당에 임대할 작정이었다. 복잡한 인허가 서류를 완벽하게 갖춰 구청에 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구청에 찾아가면 “검토 중이니 기다리라”는 답변만 들었다. 김씨는 알음알음으로 구청장을 소개받아 딱한 사정을 호소했다. 그 덕분일까. 구청 담당자의 현장 답사도 없이 인허가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씨는 “지자체장의 힘을 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마땅히 해 줘야 할 것을 미루며 뇌물·향응 등을 바라는 경우도 많다. 수도권에서 관급 공사를 주로 하는 한 중소건설사 대표는 “큰 문제가 없는 데도 처리를 미루며 골탕을 먹이는 공무원들이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전형적인 수법이 ‘처리 기한 바로 전날 서류 하나가 미비하니 보완하라고 연락하는 것’”이라며 “사정이 이러니 업체 입장에서는 담당 공무원이나 상급자, 단체장 등을 상대로 로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은 조례를 개정하거나 발의해 재산세를 내리거나 올릴 수도 있다. 유흥업소 단속권, 불법주차 단속권 등 지도단속권도 지자체장 손 안에 있다.

탐사1·2팀=김시래·진세근·이승녕·고성표·권근영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인포그래픽=박춘환·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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