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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 TV토론에 영국 정치판 지각변동

단 한 번의 TV 토론이 영국 정치판을 뒤엎었다. 지난주 영국 역사상 처음 실시된 정당 대표의 실시간 TV 토론에서 제3당인 자유민주당의 닉 크레그(43) 당수가 급부상하며 총선 판세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영국 언론들은 18일 다음 달 6일 실시되는 총선이 집권 노동당과 제1 야당인 보수당의 2파전에서 자유민주당까지 포함한 3파전 양상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양당주의 전통이 강한 영국에서 총선이 3파전으로 치러지는 것은 8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910년대와 20년대에는 노동당의 성장과 자유당의 약화로 보수·자유·노동 3당이 경합을 벌였다(자유민주당은 88년 자유당과 사회민주당의 합당으로 탄생). 이후에는 줄곧 보수·노동당의 2강 체제가 유지됐다.

15일 TV토론이 실시된 뒤 20%대 초반이던 자유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30%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변화했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노동·보수·자민당의 지지도 차가 5%포인트 이내로 줄어들었다.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의 조사에서는 보수 33%, 노동 30%, 자유민주당 29%로 나타났다. 일부 조사에서는 자유민주당이 지지도 1위 정당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일요신문 ‘더 메일 온 선데이’는 자유민주당의 지지도가 수일 만에 12%포인트 상승해 3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보수·노동당은 각각 7%포인트, 3%포인트가 떨어져 31%와 28%를 얻었다.

크레그 당수의 개인적 인기는 정당 지지도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거브 조사에서 크레그 당수의 인기도가 70%로 나타났다. 집권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59) 총리와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44) 당수의 인기도는 모두 10%대에 머물렀다. 선데이 타임스는 총선 기사에 “닉 크레그의 인기가 윈스턴 처칠의 수준에 육박했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번 선거는 대선이 아니라 총선이기 때문에 당수의 인기나 정당 지지도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지역구의 판세에 따라 당선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거브 조사에 따르면 650개 의석 중 노동당이 287개, 보수당이 239개, 자유민주당이 93개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이 확고한 우세를 보이는 지역구가 많은 것이다. 이 예측대로 과반 의석(326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을 경우 정당 간의 연대로 집권 세력이 결정된다. 영국 언론들은 정치 이념이 유사한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이 연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 판세 변화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제1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여겨지던 보수당에 비상이 걸렸다. 자유민주당이 보수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중산층 유권자를 빼앗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보수당은 22, 29일의 추가 TV토론에서 정치 경험 부족 등 크레그 당수의 약점을 파고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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