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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삶의 질 부축할 보조기구는 ‘그림의 떡’

#16일 오후 2시30분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안화중학교 1층 학습도움실. 장애 학생들의 특수학급 교실이다. 이 학교 1학년 최승덕(14)군이 휠체어에 앉아서 컴퓨터에 열중이다. 최군은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손 대신 발로 조이스틱 마우스(막대형 마우스)를 조작한다. ‘바로키’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화면에 키보드가 뜬다. 조이스틱을 움직여 ‘ㅇ’에 커서를 옮겨놓고 오른쪽 청색 버튼을 발로 누르자 이·아·있·안 등의 글자가 떴다. ‘안’을 클릭하자 이것과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뜬다. 이렇게 ‘안녕’을 완성하자 최군은 오른손을 올려 자랑했다.



내일은 장애인의 날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최승덕군이 교실에서 발로 조이스틱 마우스를 조작해 화면에 “안녕”이라고 쓴 뒤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최군은 이 마우스 덕분에 컴퓨터를 알게 돼 한글도 익힌다(사진 왼쪽). 자동으로 음식을 떠먹여 주는 기계(오른쪽 위). 숟가락과 포크가 식판의 반찬함을 차례로 옮겨가며 음식을 먹여준다. 오른쪽 아래는 전기로 움직이는 침대로 리모컨이나 스위치를 누르면 등받이나 발 부분이 자동으로 오르내린다. [신성식 기자], [경기재활공학센터 제공]
어머니 김은숙(43)씨는 “그 전에는 승덕이가 비디오나 TV를 봤는데 조이스틱 마우스로 컴퓨터를 접하게 되면서 게임·한글학습을 하고 인터넷 성경을 읽는다”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나은이(7·여)는 조산으로 인해 1급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다. 혼자서 잘 앉지 못하고 잠깐 앉더라도 등이 너무 심하게 굽는다. 2008년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이하 경기재활공학센터)에서 자세 유지와 일어서기 보조기를 지원받았다. 1년가량 사용한 결과 자세가 발라졌고 다리 근육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엄마 손을 잡고 10분가량 걸을 수 있게 됐다.



다양한 보조기구들이 장애인의 삶을 바꾸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박향숙씨의 아들 박현호(14)군은 보조기구의 도움으로 난간을 잡고 계단을 오르내릴 정도가 됐다. 박씨는 “평생 누워있을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서울대 이상묵 교수가 사용하는 헤드마우스, 가수 강원래씨가 선보인 기립형 전동휠체어 등 첨단 보조기구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은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돼 가격이 비싸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안구 마우스는 1200만~1300만원, 전동 기립휠체어 1200만원(수동은 270만원), 목욕의자 50만~100만원, 전동 침대 250만원 등으로 고가인 데다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 빌릴 곳도 별로 많지 않다.



신체 오른쪽이 마비된 장애인이 사용하는 왼손용 키보드. [경기재활공학센터 제공]
경기재활공학센터는 900여 가지의 보조기구를 갖고 있는데 1년 정도 무료로 대여한다. 대기자만 400여 명. 이 센터 김주영 팀장은 “자세교정기구나 리프트, 목욕 보조기구, 기립형 전동휠체어 등은 1년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개발원은 등록 장애인 240여만 명 중 40% 이상이 보조기구가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보청기·지팡이 등 건보가 적용되는 것은 비교적 널리 보급돼 있지만 스크린리더·특수키보드·리프트 등 비보험 기구들은 1% 안팎만 갖고 있다(2008 장애인 실태조사).



경기도 포천시 영북중 정은숙(42·여) 교사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정 교사는 지난해 중순 경기재활공학센터에서 스위치를 누르면 일어서는 휠체어를 빌려 석 달 사용했다. 정 교사는 “어떤 방법으로든 서서 움직이는 건 정말 유쾌한 일이었다”며 “서서 강의하면 뒷줄에 앉은 학생에게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부 기관에 기립휠체어 지급을 요청했지만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정 교사는 “교사 월급으로 간병인 비용까지 지급하고 나면 1000만원이 넘는 고가 기구를 도저히 살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선임연구위원은 “경기공학센터와 같은 기관을 전국 시·도에 한 곳씩 만들어 G20 국가답게 국격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장애인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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