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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낮아진 남자 높아진 여자…광고에 비친 요즘 남녀

여자: 연애에서 여자들은 남자를 쥐락펴락 한다. OB맥주 카스 TV 광고의 한 장면. [제일기획]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카피와 함께 물속에서 여자를 번쩍 안고 나오는 근육질의 남자.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남편이 돌아오면 배시시 웃는 아내. 이런 남녀의 모습이 광고계를 주름잡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먼 옛날’ 얘기로 들린다. 대신 요즘 광고 속의 남자들은 아내와 다정하게 간장을 고르거나(샘표간장), 아내를 위해 밥을 짓는다(서울우유). ‘초콜릿 복근’을 자랑하는 짐승남들의 근육은 사실 애교용이다(코카콜라 미니코크). 반면 여성들은 직업에서, 일상에서 당당하다. 외국인 앞에서 능수능란하게 프리젠테이션을 펼치고(LG 엑스노트), 프로정신을 뽐낸다(르노삼성 SM5). ‘수줍고 소심한 남자, 터프하고 당당한 여자’. 광고기획사 ‘이노션’이 분석한 요즘 광고에 나오는 남녀의 컨셉트는 이렇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 이사는 “광고처럼 트렌드를 발빠르게 반영하는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광고 남녀’는 이 시대가 남녀에게 바라는 이미지를 농축한다”고 말했다.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식 4언절구 형식을 빌려 우리 시대 남녀의 이미지를 알아봤다.

이정봉 기자

애 보고 딸 눈치보고 저녁밥까지, 남자의 일생

여자: 일터의 여성들도 두각을 나타낸다. LG 엑스노트 TV 광고의 한 장면. [HS애드]
#신혼기 신혼생활 달다더니 철야근무 연속이다. 예쁜 아내 날 반기나 이미 몸은 천근만근. “내 뽀뽀가 약인가 봐.” 웃음소리 경쾌하다. 나는 곯아떨어지나 아내는 활기차다. (동아제약 박카스D)

#아이의 탄생 첫 아이가 태어났다. 고생 이제 시작이다. 뭐가 그리 안 맞는지 밤낮없이 잘도 운다. 애 보기도 내 일이다. “좋은 방법 찾아야죠.” (남양 임페리얼드림XO)

#중년

-애는 벌써 훌쩍 컸다. 딸애 눈치봐야 한다. 우유 조금 먹는데도 아내에게 일러댄다. “엄마, 아빠 입대고 먹어.” (남양 맛있는우유 GT)

-직장생활 만만찮다. 퇴근길에 녹초된다. 집에 오는 지하철 안, 자리 하나 비어 있다. 냉큼 가서 앉았더니 할머니의 무릎 위다. (NH한삼인)

남자: 젊은 아빠들은 육아에 적극적이다. 남양유업 임페리얼드림XO TV 광고의 한 장면. [서울광고기획]
-직장생활 때려치고 ‘전업남편’ 선언했다. 퇴근하는 아내 위해 갓 지은 밥 마련했다. “금방 지은 밥이에요.” 저녁식사 대령한다. “내가 이것 때문에 집에 빨리 들어온다~.” 아내 얼굴 미소 핀다. (서울우유)

#노년 애지중지 외동딸이 사윗감을 데려왔다. 식사 자리, 반찬 접시 애인에게 밀어준다. 너만 먹냐 고기 반찬, 나도 고기 좋아한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우물쭈물 남자 쥐락펴락, 여자의 연애

젊은 연인 사이에 줄다리기는 늘 있지만, 요즘은 여자들이 당기는 힘에 남자들이 딸려 간다. 남자들은 우물쭈물, 여자들은 쥐락펴락. 숨김없는 여자들에게 당황하는 건 늘 남자들이다.

남자: 중년 남성들도 가사에 열심이다. 서울우유 TV 광고의 한 장면.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
#장면1 해 저문 뒤 빈 놀이터 남녀 커플 그네 탄다. 우물쭈물하던 남자 “애인할까” 말 건넨다. 이어폰을 빼는 여자, 못 들은 척 딴청이다. 커피 먹다 언뜻 건넨 쿨한 그녀 말 한마디. “애인이 타주니까 더 맛있네.” (동서식품 맥심 카페)

#장면 2 깨끗한 눈밭 위에 선남선녀 뛰어논다. “아이 추워” 하는 여자, 남자 꼬옥 안아준다. 뒤 이어진 그녀의 말. “너무 미지근하잖아.”(동서식품 맥심 T.O.P)

#장면 3 월드스타 남자에게 사정없이 물어봤다. “아이돌이 대세인데 필살기가 무엇인가” 낯 붉히며 하는 대답, “몸”. 인기만점 그녀에게 단도직입 물어봤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뭐라고 부르겠나” 쿨한 그녀 짤막하게 “어이”란다. (SK텔레콤 T)

#장면 4 매력적인 그녀, 애인 하나로는 부족하다. 남녀 간의 삼각관계 그 정점에 그녀 있다. 잘나가는 ‘짐승돌’이 그녀에겐 ‘노비돌’일 뿐. “넌 내거야” 한마디에 남자들이 웃고 운다. (OB맥주 카스)


해외 광고서도 ‘납작 엎드린 남자’

면도한 뒤 세면대 닦고 … 여자가 쇼핑할 땐 짐꾼


소심한 남자, 터프한 여자’의 광고 남녀 이미지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2월 초 미국의 미식축구리그 결승전 방송에 삽입된 광고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뚜렷했다. 이 경기는 중계 수입이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많은 전 세계적인 경제 이벤트로, 그해 광고계 트렌드를 선보이는 상징적인 자리이기도 하다. 당시의 광고에 나타난 남자들의 모습은 이랬다.

“나는 면도를 하고 난 뒤엔 세면대를 닦아야 한다. …(중략)… 나는 당신이 ‘예’라는 대답을 듣길 원하면 그렇게 해야 하고, ‘아니’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면 입 닥치고 있어야 한다….” 피곤함이 묻어나는 중년 남성의 얼굴 위로 이 같은 내레이션이 흐른다. 아내를 대하는 남자의 태도를 다룬 이 광고의 제목은 ‘남자의 최후 보루(Man’s last stand)’다. 자동차회사 닷지(Dodge)의 광고(사진)다.

도브(Dove)사의 남성용 샤워제 광고에는 태어나서 청소년기를 거쳐 가정을 이루는 남자의 일생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그는 무거운 짐을 떠맡은 듯 악몽과 같은 인생을 산다. 플로TV 광고에서 남성은 여자가 쇼핑한 물건들을 실어나르는 짐꾼 같다. 여자가 쇼핑을 즐길 동안 휴대용 TV를 보며 위안할 뿐이다. 물론 모든 광고에서 남자가 이렇게 ‘비극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여성의 높아지는 사회적 위상이 광고에 반영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 이사

TIP 시대 바뀌니 깨지는 광고 불문율

광고에는 몇 가지 금기 조항이 있다. ‘주류 광고에는 눈물이 나오는 장면을 쓰지 말라’ ‘이미지 광고에 죽음을 연상하게 하지 말라’는 것 등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몇몇 금기는 사문화되고 있다. ‘자동차 광고에는 빅 모델을 쓰지 말라’ ‘주부가 대상인 식음료 광고에는 남자 스타를 쓰지 말라’는 게 대표적이다. 여자들이 프로페셔널해지고 남자들이 부엌으로 들어가면서 옛말이 됐다. 요즘 식음료 광고에는 ‘부드러운 남자’가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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