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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의 빚 파악할 수 있다면 보증대출 제몫 할 것”

지난 15일 본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정부와 업계 대표, 금융 전문가들이 당정이 발표한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두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오종택 기자]
정부와 한나라당이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인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5년간 10조원 규모의 보증대출을 하고 대부업법상의 최고이자율을 연 49%에서 연 44%로 낮추는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을 지난 7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신협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이 5년간 1조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조원을 출연해 서민 대출을 하기 위한 보증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미소금융에 이어 또 다른 서민금융 지원책이 나온 것이다. 정부와 업계 대표, 금융 전문가가 모여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 등을 논의했다.

▶사회=지난해 말 미소금융을 출범시켰는데 또다시 보증대출을 내놓은 이유가 무엇인가. 보증대출이 기존에 나온 서민 대상 대출과 중복되지는 않나.

▶권혁세=미소금융은 주로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꼭 성공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컨설팅을 많이 하고 문의를 하는 사람에 비해 실제 대출을 받는 사람이 적다. 이번 보증대출은 연 49%의 고금리를 물고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서민을 대상으로 긴급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매년 2조원씩 5년간 10조원을 대출하면 최대 200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용두=지난해부터 근로자와 무등록 사업자를 대상으로 특례보증 대출을 1조원가량 했다. 하지만 대출 자금이 8~9월께면 거의 바닥난다. 따라서 서민층을 위한 새로운 대출 상품이 필요하다. 기존 대출자와 대상이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과거에 하던 지원 사업의 규모를 확대해서 시행한다고 보면 된다.

▶김태준=이번 대책은 서민금융회사들이 서민대출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다만 이 사업을 정부가 끝까지 주도할 수는 없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서민대출이 활성화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사회=보증대출이 시행되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옮겨 올까. 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궁금하다.

▶주용식=서민금융이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이들의 신용 상태를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대부업체와는 신용정보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저축은행에 오는 사람이 대부업체에 빚을 진 채무자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부분만 걸러진다면 보증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권=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대부업체가 급성장했다. 지난해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 규모만 6조원 정도다. 아주 높은 금리를 내는 대부업체 이용자의 20% 정도는 보증대출 쪽으로 전환될 것이다. 대출 대상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이거나 소득 1~2분위(전체 5분위 중)인 영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대상이다.

▶이=지난해에만 영세 자영업자 13만 명에 대해 보증을 섰다. 이를 미뤄볼 때 보증대출을 실시하면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대출해 줄 수는 없다. 적어도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소득은 있어야 한다.

▶사회=가계대출이 많은데 여기다가 돈을 더 빌려주면 가계 빚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는가.

▶김=꼭 심각해진다고만 할 수는 없다. 서민층의 금리 부담이 낮아지면 앞으로 금리가 오를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흡수하는 측면이 있다. 어떻게 잘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도덕적 해이를 없애고 신용평가 시스템, 보증비율을 효과적으로 정해야 한다. 돈을 꿔준 다음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이=근로자에 대한 특례보증 대출(연 10% 이하의 금리)을 한 지 8개월이 됐다. 현재 연체율은 3% 정도다. 일반 보증보다 연체율이 높은 것은 사실인데 우리가 예상한 수준(10%)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사회=대출심사를 너무 까다롭게 하면 대출이 활성화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김=신용이 나쁜 사람들에겐 보증비율을 높여 금리를 낮추는 등 신용등급에 따라 보증과 금리를 차등화하고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그동안 서민금융기관들이 본연의 업무보다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손쉬운 사업 등에 주력한 게 사실이다. 서민금융회사들이 신용평가 등 다양한 노하우를 쌓으면 자연스럽게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

▶주=관리를 너무 엄격하게 하면 대출이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마구잡이식으로 돈을 풀면 2003년 신용대란과 같은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당근 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 지방에선 돈을 빌려주려고 해도 빌려줄 데가 없다. 저축은행의 경우 여신의 50%는 그 지역에서 빌려주도록 했다. 서민금융에 대해선 지역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또 서민금융을 열심히 하는 곳에는 서민금융에 특화한 점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권=저축은행의 점포를 늘려달라는 것은 지나친 자산 확대를 초래해 건전성에 문제가 될 수가 있다. 수신기능 없이 여신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점포를 허용하는 문제는 앞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사회=이번 서민금융활성화 대책이 나온 이후 서민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대책도 나왔다. 저축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PF 대출 한도를 제한했다.

▶주=저축은행들은 한때 2조9000억원까지 신용대출을 했다가 2003년 신용대란 때 90%가 부실이 났다. 그러다 틈새 시장을 발견한 것이 PF 대출이다. PF 대출엔 저축은행뿐 아니라 건설업체들이 걸려 있고 자칫하면 경제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면 좋겠다.

▶권=바로 그런 문제를 감안해서 PF 대출은 줄여나가되 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해소 기간을 두는 방향으로 이번 대책을 반영했다. 저축은행의 자본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형 저축은행부터 BIS 자기자본비율을 지방은행에 준하는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려고 한다.

▶김=저축은행 전체의 건전성을 검토해서 정리해야 할 것은 정리하고 지원해야 할 것은 지원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들의 건전성 문제도 점검을 해야 한다.

▶사회=대부업법의 최고이자율을 낮추는 문제에 대해서 대부업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자율을 낮추면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은 대부업체를 이용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권=대부업법의 최고이자율은 대부업체뿐 아니라 다른 2금융권의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업체나 일부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고금리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이를 내리기로 한 것이다. 일부 대부업체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대형 대부업체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어 금리인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일부 소규모 업체에서 대출을 꺼리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보증대출을 활성화하면 해결될 수 있다.

▶김=최고이자율을 5%포인트 낮추면 대부업체의 이익이 줄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1년 안에 5%포인트를 추가 인하하는 문제는 보증대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본 뒤에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200만 명이라는 사람들이 보증대출 쪽으로 넘어온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때 최고이자율의 추가 인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사회=이자율 인하는 6~7월께 시행되는데 보완책인 보증대출은 9~10월에 시행돼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최고이자율을 5%포인트 인하한 후에 시장금리의 변동 추세나 보증대출의 정착 추이를 봐가면서 추가 인하 여부를 검토하겠다. 최고이자율 인하와 보증대출의 개시 시기가 안 맞는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을 늦추기보다는 보증대출을 위한 제도정비나 전산 개발을 서둘러서 가급적 최고이자율 인하와 보증대출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회=서민금융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김=서민금융 시장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돼야 하고 정부도 열심히 지원해야 한다. 일본처럼 정책금융공사가 정책금융을 통해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듯이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보증대출의 경우도 대상에 따라 보증비율과 금리를 다양하게 해야 한다. 또 민간이 자율적으로 서민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인프라와 경쟁 환경을 갖춰야 한다.

▶주=보증대출이 활성화되면 서민층 대상 대출을 꺼렸던 금융회사들의 인식이 확 달라질 것이다. 또 이를 통해 고객의 신용도와 대출 노하우가 축적되고 그만큼 서민금융회사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이=보증재단과 서민금융회사들이 공조를 잘해야 한다. 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노하우를 쌓아가야 한다.

▶권=보증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쓰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서민층이 극빈자로 떨어지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부담이 더 커진다. 이번 보증대출은 서민층이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극빈층에 돈을 그냥 주는 것보다는 극빈층이 되기 전에 필요한 돈을 빌려줘서 그 사람들이 자기 사업을 통해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김원배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참석자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이용두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사회=김정수 본지 경제전문기자


양석승 대부금융협회장 “최고이자율 5%P 인하는 오히려 서민대출 위축시킬 것”

“최고이자율을 5%포인트 내리면 35만~40만 명의 저신용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다.” 16일 서울 소공동 사무실에서 만난 양석승(사진)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의 주장이다. 상한금리가 낮아지면 대부업체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심사를 강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이라면서 오히려 서민대출을 위축시키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이자율이 5%포인트 인하(연 49%→연 44%)되면 대출을 받는 사람 수가 지금(약 150만 명)보다 25%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고이자율 인하는 시장 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공급을 늘리려면 대부업에 대한 규제부터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규제가 대부업체에 대한 은행 대출 금지다. 규제를 풀면 신용 좋은 대부업체는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금리도 자연스럽게 떨어진다는 논리다.

일본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에선 올 6월 최고이자율 인하(연 29.2%→연 20%)를 앞두고 대부업체들이 점차 사라지는 바람에 서민들이 돈 빌릴 곳이 없어졌고, 지금 이게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최고이자율 인하가 영세 대부업체의 음성화로 이어질 거라고 그는 예상했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고금리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일본계 대부업체를 포함한 자산 100억원 이상의 80여 개 회사는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머지 1만6000여 개 영세업자는 금리 인하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져 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들이 많은 이익을 내는 건 일본에서 연 3~4%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업체도 현재 13~14% 수준인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주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상한 금리를 내리면 효과가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쉬운 길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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