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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권거래위, 골드먼삭스 왜 제소했나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가 ‘금융 스캔들’에 휩싸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6일 골드먼삭스를 사기혐의로 제소하면서다.

사건의 발단은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06년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 빠른 헤지펀드인 폴슨 앤드 컴퍼니는 이때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감지했다. 당연히 투자 전략도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데 베팅하는 쪽으로 세웠다. 그러면서 폴슨 앤드 컴퍼니는 부실 모기지론을 모아서 만든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얼개를 만들어 골드먼삭스 측에 전달했다. 이름은 ‘아바쿠스(ABACUS·주판)’라고 붙였다.

SEC에 따르면 이때 골드먼삭스는 ▶상품 출시에 폴슨 앤드 컴퍼니가 개입했고 ▶이 회사가 주택 가격 하락 쪽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 CDO 상품이 판매되기 시작한 뒤 몇 달 만에 CDO의 가치가 폭락하자 폴슨 앤드 컴퍼니는 10억 달러가 넘는 이익을 챙긴 후 빠져나갔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투자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다. 특히 IKB와 ACA캐피털 인베스트먼트 등의 피해가 컸다. 반면 이 거래로 골드먼삭스는 폴슨 앤드 컴퍼니로 받은 1500만 달러의 수수료 등으로 짭짤한 수입을 챙겼다.

SEC는 골드먼삭스가 상품의 이익 구조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상품거래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판매자와 상품 설계사 간의 내부자 거래 혐의가 있었다고 봤다. 반면 폴슨 앤드 컴퍼니는 판매자의 설명 의무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SEC의 제소를 피할 수 있었다.

미국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는 사실은 또 있다. 블룸버그는 17일 소식통을 인용해 “골드먼삭스가 9개월 전에 이미 SEC가 제소할 것이란 점을 알았다”고 보도했다. SEC가 제소의 사전 단계로 소명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골드먼삭스는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골드먼삭스의 실적 개선만 보고 골드먼삭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낭패를 본 것이다.

골드먼삭스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골드먼삭스의 반박문에 따르면 “해당 거래 설계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해당 거래로부터 오히려 9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번 돈보다 잃은 돈이 많은데 어떻게 사기냐는 주장이다. 골드먼삭스는 또 “IKB·ACA 등에 충분히 위험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편 골드먼삭스의 제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골드먼삭스의 주가는 13%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평가손을 보게 됐다.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골드먼삭스의 주식매입 청구권의 가격은 30억1000만 달러에서 19억9000만 달러로 떨어진 것이다.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명성에 금이 갈 수 있게 됐다. 버핏은 2008년 골드먼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골드먼삭스는 뛰어난 금융회사”라며 “훌륭한 성과를 지속할 수 있는 글로벌 영업망과 입증된 경영진, 지적·재정적 자산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런 칭찬이 무색해졌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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