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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금통위원 임기 늘려야 한다

대공황의 충격이 이어지던 193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마리너 에클스를 조용히 불렀다. 그는 자수성가한 서부의 금융인이다. 루스벨트는 에클스를 7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으로 내정하고 이렇게 지시했다.

“연준이 강력한 경기조절 능력을 갖도록 연준법을 개정하세요.”

후버 행정부 때부터 연준은 경기회복을 위해 제대로 한 일이 없다고 욕만 먹는 동네북 신세였다. 에클스는 쾌재를 불렀다. 연준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강력한 경기조절 능력을 갖추게 된 건 이때부터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바로 정치적 독립이다. 중앙은행이 강력한 힘을 가진 이상 확실하게 독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에클스는 대통령과 의회를 설득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임기라고 생각했다. FOMC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한 7명의 연준 이사와 5명의 지역 연준 총재로 구성됐다.

세계 중앙은행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결정은 이때 나왔다. 연준 이사의 임기를 절묘하게 조합한 것이다. 10년이던 임기를 14년으로 늘리되 홀수 해 2월 1일에 한 명씩 교체하도록 했다. 어떤 대통령도 4년 임기 중에 FOMC 위원을 2명 이상 바꿀 수 없는 황금법칙을 만든 것이다. 설령 대통령이 연임을 하더라도 4명밖에 교체를 못 한다. 12명 중 3분의 1만 자기 사람으로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은 이렇게 대통령으로부터 완벽히 독립했다.

미국 연준의 역사를 이렇게 자세히 뜯어본 건 우리와 너무 비교돼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현직 관료를 새 금융통화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정부 들어 7명의 금통위원 중 6명을 교체했다. 이달 24일에 전 정부에서 임명됐던 금통위원도 임기가 끝나 바뀌면 7명 전원이 물갈이된다.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하지만 위원의 임기는 4년이다. 대통령이 모두 임명한다. 국회 청문회도 거치지 않는다. 연임이 가능하지만 지금껏 연임한 위원은 없다.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은행연합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추천권을 갖지만 이건 형식에 불과하다. 모두 청와대만 바라본다.

이런 구조에서 금통위가 견제와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자신을 임명한 현직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고 소신을 지킬 금통위원이 몇 명이나 될까.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매번 도마에 오르는 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문제다. 대통령이 임기 중에 금통위원을 대부분 물갈이할 수 있는 구조에서 독립적인 통화신용정책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은 물가 안정을 통해 국민의 재산권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쪽으로 쏠리는 제도 아래서 이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한국은행법 3조는 한국은행의 독립을 보장한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금통위원의 임기를 늘리는 게 한은 독립의 본질이다.

김종윤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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