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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펠러는 면피용, 빌 게이츠는 돈 낼 때부터 사회적 책임 따져

“그의 인생은 단 두 장면뿐이다. 미친 듯이 돈을 모으고 미친 듯이 기부하는.”
미국 월가의 역사가들이 조지 피바디(1795~1869년)의 일생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미국 최초의 투자은행가였다. 19세기 중반 런던에서 주로 활동했다. 주니어스 모건과 동업해 현대 금융그룹 JP모건의 주춧돌을 놓았다. 그는 지독한 수전노였다. 비가 올 때도 마차 값이 아까워 걸어 다녔다. 심지어 가족들이 쓰는 돈이 아까워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67세인 1861년 돌연 태도를 바꿨다. JP모건에 회사 지분을 넘기고 받은 돈으로 ‘피바디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그의 기부 행위는 광적이었다. 스스로 억제하며 돈을 쓰지 않은 세월을 후회라도 하듯 여기저기에 뭉칫돈을 쾌척했다. 그의 돈은 교육과 과학연구·문화·예술·종교단체 등에 전해졌다. 그가 런던에서 숨을 거두자 당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요청으로 영국 해군이 미국까지 운구했다. 그가 태어난 매사추세츠 사우스 덴버가 ‘피바디시’로 개명됐다.

전문가들은 피바디가 근대 기업인 비즈니스 기부의 모델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했다. 피바디는 그저 불우 이웃에게 일회성으로 돈을 주고 마는 게 아니라 기금을 설치하고 자선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기금은 현재까지 유지돼 자산 활동에 쓰이고 있다. 피바디가 쾌척한 돈이 소모되는 게 아니라 증식하면서 자선사업이 꾸준히 이어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런 피바디의 기부 모델은 이후 많은 비즈니스 리더에 의해 벤치마킹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존스홉킨스병원 등에 이름이 남아 있는 존스 홉킨스(1795~1873년)는 ‘기부의 철학자’로 불린다. 위스키와 철도사업으로 부호가 된 그는 ‘왜 기부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묻고 답했다. 이는 기부의 선배인 피바디가 어느 날 갑자기 기부를 시작해 자기 논리를 갖추지 못한 것과 다르다. 홉킨스는 “나는 부를 일군 재능을 잠시 위탁받았을 뿐”이라며 “이런 재능 덕분에 쥐게 된 재산은 다음 세대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은 당대에 혁명적이었다. 그의 인생 황혼기는 악명 높은 도금시대(Gilded Age)였다. 그 시절 미국 부자들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과시적인 사치를 일삼았다.

홉킨스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인종을 초월한 교육과 의료였다.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유산 가운데 일부를 자선사업에 쓸 돈으로 떼어 놓았다. 홉킨스의 기부 철학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에 의해 집대성됐다. 카네기는 저서 『부의 복음(The Gospel of Wealth)』에서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스럽다”며 “기업인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좋은 곳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홉킨스-카네기의 기부철학은 이후 미국 부호들의 사상적 토대로 구실한다.

비즈니스 기부의 진화에서 석유 재벌 존 D 록펠러(1839~1937년)는 예외적인 존재로 분류된다. 그가 한창 사업을 할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의 축적을 정당화했던 도금시대였다. 하지만 그의 인생 후반기는 미국 사회가 산업화 후유증으로 사회·정치적 갈등이 표면화한 20세기 초였다. 그래서 황혼기에 그는 미국 탐사 저널리스트들의 공격에 시달렸다. 그가 스탠더드오일이라는 석유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탈법 행위가 고스란히 공개됐다. 이런 환경 때문에 그의 기부 행위는 면죄부를 사는 행위로 해석되곤 한다. 사회적 비판과 공격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기부 행위는 요즘에도 발견된다. 80년대 ‘정크본드’의 황제 마이클 밀켄과 오라클 CEO 래리 엘리슨이 주가 조작과 내부자거래 등 불법 행위가 드러나자 재산의 일부를 기부해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했다.

21세기 비즈니스 기부는 투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일라이 브로드 등 요즘 부호들은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믿는 쪽으로 사회가 바뀔 수 있도록 (개인 재산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은 전문 인력을 중시한다. 비영리기관 재무책임자(CFO)와 기금 운용자, 프로젝트 관리자 등 ‘자선사업 전문가’들을 채용해 체계적으로 자선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또 그들은 사업을 펼치며 생전에 어느 정도 결과를 보려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이들은 ‘돈을 벌어 기부하겠다’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사회 발전과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또 기업이 갖춘 전문 노하우를 지역사회를 위해 쓰는 재능 기부도 요즘 새로운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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