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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와 고립으론 개방과 협력 못 이긴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대세다. SNS의 원래 사용 목적은 사이버 공간에서 지인들과 교류하고 인맥을 넓힌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비스 진화의 종착역을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왕성하게 영토 확장을 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SNS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를 또 하나의 사업 기회로 활용하는 업체와 개인이 늘고 있다. 정부 등 공공기관과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전달하고 공감하는 장으로서 새로운 가상공간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뜻에서든 SNS는 당초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행동 반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초기 SNS는 우리나라의 ‘아이러브스쿨’(동창 찾기 사이트)과 비슷한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클래스메이트닷컴’과 ‘프렌드스터’ 등이다. 이후 새롭게 떠올라 시장을 평정한 강자는 ‘마이스페이스’다. 이 서비스는 2004년 유명 가수와 팬을 연결하는 지극히 단순한 착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다른 서비스와의 개념 자체가 달랐다. 다른 서비스들이 친구ㆍ동창 등 이미 알고 지내던 지인들 간의 ‘초대와 승인’이라는 폐쇄적 운영 방식을 고수한 반면 마이스페이스는 교류의 장벽을 허물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출범 1년 만에 ‘미디어의 제왕’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에 인수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이스페이스는 독보적인 시장 지배자였으며 경쟁 업체들에는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그러나 그런 강자의 몰락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마이스페이스로부터 1등 자리를 빼앗은 것은 하버드대의 기숙사 한쪽에서 대학생들 간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시작한 ‘페이스북’이었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후발 주자가 좀처럼 선발 주자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게 인터넷 업계의 정설이다. 페이스북은 그런 정설을 뒤엎은 혁명이자 반전이었다. 올 들어서는 방문자 수에서 ‘원조 포털’ 야후를 제친 데 이어 부동의 1위인 구글에 근접할 만큼 급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둘의 운명을 가른 줄기는 무엇이었을까. 외부에 대한 양사의 태도였다. 이른바 ‘서드 파티(third party)’로 불리는 기업 외부 참여자에 대해 둘은 확연히 다르게 대응했다. 유튜브를 비롯한 수많은 콘텐트 제공업체들이 자신들의 콘텐트를 앞다퉈 제공했지만 정작 마이스페이스는 이들을 냉대했다. 가상공간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우려한 나머지 마이스페이스 안에서 상업적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약관을 들어 서드 파티의 콘텐트를 차단했다. 아예 서드 파티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콘텐트를 직접 개발해 협력의 물꼬를 막아 버렸다. 새로운 수익모델로 얼마든지 포용 가능한 외부 아이디어를 내침으로써 공생의 여지를 없애 버린 셈이다.

페이스북은 달랐다. 폐쇄와 고립 대신 개방과 협력을 택했다. 누구든지 페이스북에 적합한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개발자에게 나눠 주는 수익 공유 플랫폼을 채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드 파티들에 의해 개발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은 새로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켰다. 페이스북은 또한 외부 업체가 음악이나 책 등 제품을 판매하거나 관련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공유함으로써 광고 일변도의 기존 SNS 수익모델을 확장하는 데도 일조했다.

마이스페이스의 쇠락과 페이스북의 부상은 수치상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루퍼트 머독은 마이스페이스를 5억8000만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페이스북 지분 단 1.6%를 얻으려고 2억4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SNS 산업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더라도 페이스북의 현재 및 미래 가치가 마이스페이스를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양사의 순위가 재역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마이스페이스의 실패와 페이스북의 성공이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누에고치처럼 자신을 실로 칭칭 동여맨 채 자신만의 벽 안에 안주하는 것이야말로 쇠락의 지름길이다. 네트워크로 겹겹이 연결된 세상에서 모든 서비스를 혼자 제공할 수 있다고 나서는 것은 파멸을 자초할 뿐이다. 마이스페이스가 페이스북의 성공에 자극받아 뒤늦게 개방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만 봐도 스스로의 패착을 자인하는 셈이다.

인터넷과 디지털미디어 산업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혁신의 원천을 기업 외부에서 찾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 상당수의 제조기업 역시 지속적인 자기 혁신 노력에 외부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더해 성과를 극대화했다. 합작투자나 기술 라이선싱, 기업 간의 연구 컨소시엄, 산학협동 연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얼마 전 은퇴한 앨런 래플리 프록터앤드갬블(P&G) 전 회장은 재직 당시 혁신의 동력을 회사 외부에서 끌어오는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이탈리아 볼로냐의 한 제과점 기술을 이용해 감자 칩 위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겨 넣은 ‘프링글스 프린트’다. 이전 세대의 게임기 시장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에 완패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음 세대인 엑스박스360을 통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던 것 역시 든든한 외부 원군의 존재였다. 게임 개발업체들의 구미가 당길 만한 여건을 조성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유수의 게임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전세를 뒤집었다.

본격적인 사이버 시대 도래와 함께 공생과 협력의 지평은 보다 더 넓어졌다. 애플 성공 신화의 한 축을 이루는 앱스토어는 기업 외부에 존재하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보고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열정으로 무장한 개인과 집단은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터넷과 이동통신이라는 전대미문의 매체를 통해 다양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접목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놓았다.

외부의 추진력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혼자 모든 걸 다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열린 플랫폼을 만들어 외부의 자원을 끌어들이는 것이야말로 본격적인 네트워크 시대에 생존을 담보해 주는 필수조건이다. 나와 함께 문제를 공유할 서드 파티를 찾고 그들의 신뢰를 얻어 내기 위해 어떤 투자와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외부의 기여를 체계화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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