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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영호 사장과 C양 열애설의 진실

4월 1일 오전. 서울 서린동의 SK㈜ 임직원들이 술렁였다. 휴대전화로 전달된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다. 메시지 내용은 이랬다.

‘[속보] SK 박영호 사장 유명 연예인 C양과 데이트.’<아래 사진>
“뭐야 이거?” 몇몇 직원은 곧바로 삭제했다. 스팸메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홍보 담당 부서에도 전화가 쏟아졌다. “박 사장님 스캔들이야? 증권가 지라시부터 확인해봐.” 어디서 보냈나 싶어 통화 버튼을 누른 직원들은 파안대소했다. 박영호(63) 사장이 SK㈜ 전 직원 200여 명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금상첨화로 3만원 케이크 기프티콘(SK텔레콤의 모바일 상품권)도 있었다.

“많이 놀라셨죠?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제가 케이크 하나씩 쏩니다. 가족과 좋은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C양은 China입니다.”

‘불경스러운’ 메일을 삭제한 ‘충성파’ 직원들은 후회막급이었다. 기자에게 이 얘기를 전해준 SK 직원은 퇴근길에 케이크를 사고 남은 돈으로 ‘곰보빵’까지 몇 개 담아 집으로 갔다고 했다. ‘스캔들’ 얘기로 한바탕 웃으면서.

최근 많은 대기업 CEO가 여유 있는 유머로 고객과 소통하고 직원들도 격려하는 ‘펀(Fun) 경영’을 한다고 한다. 박용만 ㈜두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소위 ‘트위터질’을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영호 사장과 동갑인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이 창립 행사에서 댄스그룹 2pm의 ‘좀비춤’, 카라의 ‘엉덩이춤’을 추는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

사실 기자는 경제 분야의 취재 경험이 없다. 기업인의 세계는 잘 모른다. 박 사장의 만우절 깜짝 이벤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트위터한다는 그 CEO(두산 박용만 회장)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기업 CEO의 만우절 행복 선사 얘기는 ‘기업인은 엄격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기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C양’의 반전은 인상적이었다. SK는 올 7월 중국에 진출한 13개 계열사 현지법인을 통합해 ‘SK 차이나’를 출범하는 등 중국 시장에 올인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2월 SKchina 총괄사장에 임명됐다. 자신을 살짝 해체하면서 전 직원에게 ‘China’와의 열애를 강조한 센스가 돋보였다. “박 사장은 ‘회사 생활은 재미있게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서울대 경영학 석사, 미 시카고대 경제학과 석·박사 출신인데 지금도 직원들과 술 한잔 한 뒤 당구장에서 2차, 3차를 끝낸다.” SK 직원 이야기다.

한국 사회는 각박하다. 구조조정 불안, 사교육 열풍, 정파 대립, 북한 문제에 시달린다. 세상은 ‘트위터’로 ‘블랙베리’로 실시간 소통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문명의 이기를 통한 펀 리더십, 펀 경영이 우리 시대를 밝혀줄 필수 덕목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박 사장 얘기를 들으며, ‘내가 무수히 지워버린 스팸 메일 중에 기프티콘이 숨어 있었던 것 아닐까…’ 뭔가 아쉽고, 또 허전하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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