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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천안함 수병의 넋

그림·민담·시·소설은 물론 꿈속에서도 꽃은 여성과 풍요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는 꽃을 찾아 헤매다가 지하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지하세계로 끌려갔다. 벼랑에 핀 꽃을 꺾어 달라던 수로부인은 해룡에게 끌려가 바다로 사라졌다. 심청이는 용궁에서 돌아올 때 연꽃을 타고 나타났다. 이렇게 꽃은 여성성을 상징한다.

개개의 꽃들은 색깔과 그 형태 때문에 조금씩 다른 연상을 하게 한다. 가시가 많은 장미는 붉은 열정, 쌀쌀한 봄날에 피는 노란 개나리는 풋풋한 생명력, 성모성월(聖母聖月) 백합은 순결, 난초는 완벽한 우아미, 진달래는 열정적 사랑, 벚꽃은 덧없음 등이 그 예다. 맨드라미는 ‘관 위에 또 관을 쓴 모습’, 즉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고 해서 입신출세를 기원하는 부적 노릇도 했다. 국화는 장수와 죽음을, 양귀비는 다산을, 봉선화는 어머니의 사랑, 수선화는 충성과 존경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진흙탕에서 핀다는 점 때문에 연꽃은 불교에서 귀한 꽃으로 생각해 관세음보살의 입대가 되고 불자들이 성불하기 위해 그리는 만다라 속 소재가 되기도 한다.

감옥이나 사막, 또는 못생긴 도시가 견디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온통 회색뿐인 공간, 꽃 향기 없는 삭막함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정신병원에서 원예치료를 하면 환자들의 재활과 사회적응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꽃 향기가 뇌를 자극해 전체적인 인체의 기능을 활성화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한 것이 향기요법(혹은 아로마 테라피), 색채요법, 원예치료 등이다. 하지만 이 치료들은 자연을 찾아가 직접 부딪히는 향기와 빛깔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다.

또 ‘치료’란 이름을 자신있게 붙이기 위해서는 세밀한 과학적인 실험과 통계적 뒷받침이 더욱더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올봄은 유난히 궂은 날이 많았다. 4월의 눈바람을 이기고 어김없이 꽃을 피워준 꽃과 나무들이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다. 예년 같으면 진해 군항제, 고양 꽃 축제, 안면도의 튤립 축제 등 봄꽃을 즐기는 향춘객들이 반도를 들뜨게 했을 터인데, 천안함 수병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는 국민의 슬픈 마음속에는 그런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페르세포네와 수로부인 그리고 심청 이야기에서처럼, 꽃은 죽음과 재생을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해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꽃이 만발하는 4월에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부처님이 탄생하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장례식장·묘지·납골당·성당과 불당의 제단에 꽃을 바치는 행위에는 이렇듯 죽음을 딛고 재생하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국가를 섬기던 젊은이들과 좋은 일을 하다 화를 당한 선한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마냥 슬퍼만 할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그들의 마음을 다시 꽃피우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들의 이름을 영원히 간직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헌화가와 꽃으로 가득한 공간이라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뿐 아니라 6·25 동란, 4·19 의거, 베트남전, 광주항쟁, 연평해전 등을 겪으며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야 했던 꽃보다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얼을 기억하고 되살리기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봐야 할 때인 듯싶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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