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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에겐 가장 쉬운 퍼터, 프로에겐 가장 어려운 클럽

잉글랜드의 루크 도널드는 거리와 난이도를 참작해 계산하는 MIT 방식의 ‘라운드당 퍼트 획득률’에 따를 경우 가장 뛰어난 퍼트 실력을 가진 골퍼로 평가할 수 있다. 그의 퍼트 실력은 우즈를 앞선다. 2월 19일(한국시간)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버디를 성공시킨 뒤 갤러리에 인사하고 있다. [마라나 AP=본사특약]
19세기 중반을 풍미한 최초의 프로 골퍼 톰 모리스가 고향인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쫓겨나 프레스트윅 골프장의 프로로 일할 때 얘기다. 세인트 앤드루스의 한 귀족이 그에게 편지를 썼다. 귀족은 짓궂었다. 수신인을 톰 모리스라고 쓰지 않고 ‘짧은 퍼터를 못 넣는 사람’이라고 썼다.

우체부는 퍼팅 실력이 좋지 않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곧바로 톰 모리스에게 편지를 전했다. 네 차례 디 오픈 챔피언인 톰 모리스는 골프 실력이 탁월했지만 87세로 죽을 때까지 퍼팅의 비밀은 풀지 못했다.

“스윙의 원리를 모두 알아내 경기 중이라도 혼자 교정이 가능하다”고 큰소리쳤던 연습벌레 비제이 싱도 퍼팅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는 그린에서 머리를 움켜쥐는 일이 잦고 퍼터를 자주 바꾸기로 유명했다.

PGA 투어 최다승인 82승을 거둔 장타자 샘 스니드도 퍼팅 실력이 중간만 됐어도 훨씬 더 뛰어난 기록을 남겼을 거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볼 스트라이커로 불린 벤 호건도 그렇다. 그는 “골프와 퍼팅은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했고 퍼팅을 잘하는 비결에 대한 질문엔 “아이언샷을 더 가까이 붙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공은 제대로 못 치지만 퍼팅이 좋아 1등 상금을 자주 따가는 빌리 캐스퍼 같은 선수들이 얼마나 얄미웠던지 진 사라센은 “홀의 직경을 4와 2분의 1인치에서 8인치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퍼팅을 못하는 선수들은 홀을 없애고 그린을 양궁 표적처럼 만들어 누가 더 샷을 가까이 붙였나를 측정하자는 주장도 했었다. 아예 퍼팅을 없애자는 얘기였다. 그러나 퍼팅을 빼고는 골프를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먹히지 않았다.

톰 웟슨은 메이저대회에서 퍼팅 때문에 번번이 우승을 놓치고 벨리 퍼터를 쓴 적이 있다. 최고 선수들은 벨리 퍼터를 불법 클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웟슨 같은 전통주의자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웟슨은 퍼팅의 고뇌 때문에 눈을 감았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누구도 완벽하게 하기 어려운 감(感)의 스윙이 퍼팅이다. 초보자에게 가장 쉬운 클럽이 퍼터인데, 투어 프로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클럽도 퍼터다. 다른 클럽은 오차가 10% 안에 들어가면 그런대로 성공했다고 보지만 퍼터의 오차는 1% 미만이어야 한다. 다른 클럽의 실수는 다음 샷으로 만회가 가능하지만 퍼터를 실패했을 경우 그럴 방법이 없다. 게다가 요즘 만들어지는 골프장은 그린이 커지고 스피드는 빨라지며 언듈레이션도 심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가장 뛰어난 골퍼도 퍼팅의 미스터리를 풀지 못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누가 퍼팅을 잘하는지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퍼팅에 대한 통계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통계는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쓰이는 퍼팅의 통계는 ▶라운드 평균 퍼팅 수 ▶그린 적중 시 홀당 평균 퍼팅수다. 라운드 평균 퍼팅 수는 한 라운드에서 퍼팅 몇 개를 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허점이 많다.

그린 적중률이 낮은 선수가 좋은 성적표를 받게 되어 있다. 그린 주위에서 하는 칩샷이 180야드 떨어진 곳에서의 어프로치샷보다 깃대에 가깝게 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퍼팅을 적게 할 수밖에 없다.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팅 수는 이 오류를 고쳐보겠다고 만들어진 통계다. 파 온 시킨 경우, 그러니까 파 5의 경우 3타 이내, 파 4는 2타 이내, 파 3는 1타에 그린에 올린 경우에만 평균 퍼팅 수를 계산하는 것이다.

라운드당 퍼팅 수보다는 낫지만 역시 문제는 많다. 그린에 적중시키지 못한 홀의 퍼팅을 아예 제외시키는 것이 첫째 문제다. 가장 수준이 높다는 PGA 투어에서도 평균 그린 적중률은 70%에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30%는 묻힐 수밖에 없다.

그린에 적중한 70%의 통계에서도 오류는 나온다. 아이언 샷을 핀에 가까이 붙이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가 있는데 그 거리에 상관없이 퍼팅 몇 개를 했느냐고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지난해에 PGA 투어에서 그린 적중 시 퍼팅 1위는 스티브 스트리커였다. PGA 투어 동료들은 스트리커의 퍼팅은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뛰어나지도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오랫동안 ‘퍼팅의 달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브래드 팩슨은 56위에 불과했다.

아이언 샷의 정확성 차이였다. 스트리커의 그린 적중 시 첫 퍼팅의 평균 거리는 약 6.2m, 팩슨은 약 6.8m였다. 팩슨은 스트리커보다 평균 60㎝ 정도 먼 거리에서 퍼팅을 했기에 퍼팅 1위가 스트리커가 되고 팩슨은 56위가 된 것이다. 60㎝가 별 거 아닌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고 레벨에서는 간단한 차이가 아니다. 이 60㎝ 안에 100명이 들어간다. 결국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팅 수도 별로 쓸 만한 통계는 되지 못한다. 퍼팅보다는 아이언샷의 정교함을 측정하는 통계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퍼팅 자체처럼 퍼팅 통계는 어렵기만 하다. 그린의 난이도가 고려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메이저대회의 그린은 훨씬 어렵다. 압박감도 심하다. 메이저대회 위주로 대회에 나가는 타이거 우즈 같은 선수와, 메이저 대회는 나가지 못하고 일반 대회만 나가는 선수를 숫자로만 비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풀리지 않는 수학을 본 MIT의 과학자 제이슨 아치모비치와 스티븐 그레이브스의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그들은 PGA 투어에 퍼팅 통계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나섰다.

로 데이터는 충분했다. PGA 투어는 대회마다 350명의 자원봉사자가 모든 샷에 대해 데이터를 집적한다. 페어웨이와 그린에서 레이저로 인치 단위로 재 놨다.

과학자들은 거리마다 평균 퍼팅 수를 알아냈다. 10피트(약 3m)에서 프로 선수들의 평균 퍼팅 수는 1.63이었다. 30피트에서는 평균 2.0을 넘어섰고 40피트에서는 2.15였다. 이것이 그린에서의 파(par)다. 10피트의 파는 1.63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그린 난이도와 참가 선수들의 수준을 더하면 샷의 가치가 나온다.

MIT 컴퓨터를 며칠 돌렸을 정도로 복잡한 계산이었다고 한다. 이제 문제는 쉬워진다. 한 선수가 가치가 1.82인 약 4.5m 퍼트를 넣으면 0.82점을 얻고 실패하면 0.18점을 잃는다. 이것을 다 더하면 계산이 끝난다. 계산하기에는 복잡하지만 이해하기는 쉽다. 그들은 이 통계를 라운드당 얻은 퍼트들(Putts gained per round)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통계에서 나타난 2009년 최고의 퍼터는 루크 도널드였다. 그는 라운드당 0.905를 얻었다. 타이거 우즈는 2위였다. 대충 선수들이 생각하는 퍼팅 도사들과 일치한다. 그린 적중 시 퍼팅 수에서 1위였던 스티브 스트리커는 69위에 불과했다. 스티브 에번스 PGA 투어 정보 담당 선임 부사장은 “정확도가 87% 정도 증가한 의미 있는 통계 분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 통계는 그린 밖의 샷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MIT의 시뮬레이션으로는 타이거 우즈가 2위와 큰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티잉 그라운드, 페어웨이에서, 러프에서, 어떤 특정 거리에서의 샷 등도 곧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통계의 게임인 야구처럼 골프에도 이제 많은 숫자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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