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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쏙쏙 찍힌다 … 오른손 잡이 골퍼의 왼쪽을 사라

최경주(사진)는 요즘 미국 PGA투어 동료로부터 “나라에서 스폰서를 받나”라는 농담을 듣는다고 한다. 모자 정면에 어떤 회사 로고가 아니라 태극기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스에서 최경주는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쏟아진 타이거 우즈 옆에 4라운드 내내 함께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에는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의 얼굴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모자에 박힌 태극기도 함께 노출됐다. 그 가치는 얼마일까.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타이거 우즈의 역전불패 신화를 깬 양용은의 미국 PGA챔피언십 우승 효과가 4000억원 정도라는 조사 보고서를 냈다. ‘돌아온 탕자’ 우즈의 곁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최경주도 그에 못지않았을 것이다.

그는 “태극기를 달고 뛰면 사명감이 커져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태극기를 다는 것이 최경주의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지난해 나이키와의 계약이 끝난 후 그는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즈 탓도 있다. 타이거 우즈가 무기한 골프 중단을 선언한 골프 빙하기에 최경주는 재계약 기간을 맞았기 때문이다. 양용은도 그랬다. 최경주가 태극기를 단 것처럼 양용은도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달고 있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메인 스폰서로 200만 달러 이상을 원했다. 그럴 회사가 없었다. 두 선수는 그들 기준에 맞지 않는 헐값에 하느니 아예 메인스폰서 자리를 비워두기로 했다. 새로 지은 빌딩에 허름한 가게가 입점하면 빌딩의 가치가 떨어져 아예 비워두기도 하는 것과 같다. 비워두느니 아예 태극기를 달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IMG는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국내 기업을 타깃으로 제안서를 냈다. 그러나 한국의 글로벌 기업은 외국 소비자의 마음을 잡으려면 철저히 현지화를 해 그 나라 선수를 후원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최경주는 아시아에서 골프 실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그래서 과거 나이키와 계약할 때 비슷한 세계 랭킹의 서양 선수들보다 프리미엄을 받았다. 그러나 양용은의 아시아인 첫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약간 빛이 바랜 감이 있다.

프로 골프 선수는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매니지먼트사는 이 광고판을 통으로 팔 수도 있고 쪼개서 팔 수도 있다. IMG는 타이거 우즈의 몸을 나이키에 다 줬다. 우즈는 모자와 가슴, 셔츠 소매에 나이키 로고인 스위시 3개만 붙인다. 그리고 연 3000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수들은 우즈 같은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 잘라 파는 것이 더 낫다. 필 미켈슨은 그렇게 해서 연 4700만 달러로 추정되는 돈을 챙긴다 .

최경주도 오른쪽 가슴과 왼쪽 소매에 SK텔레콤 로고를 달았다. 100만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오픈 참가 초청료도 포함돼 있다. 왼쪽 가슴과 모자 옆에는 슈페리어 로고를 붙인다. 그는 적지 않은 돈 이외에도 슈페리어 골프 의류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받는다. 신한동해 오픈을 여는 신한은행과도 계약을 맺고 있다.

그렇지만 모자 주인을 정하지 못했다. 메인 스폰서를 뜻하는 모자는 프로 골퍼의 얼굴과 같다. 김하늘은 “모자 앞의 스폰서는 프로 골퍼의 자존심”이라고 했다. 카메라가 얼굴을 비출 때 반드시 로고가 나온다. 어떤 회사 소속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굵직한 계약은 성사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형 선수의 경우 모자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다. 최경주, 양용은을 비롯 박세리, 박지은, 지은희가 메인 스폰서가 없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아쉬울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미지와 자존심에 걸맞은 스폰서가 나올 때까지 그냥 버틴다.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한 푸마 스포츠의 정원진씨는 “쇠고기가 부위별로 가격이 다르듯 신체 부위별로 광고 단가가 다르다”고 말했다.

IMG 이사로 근무했던 KBL(한국농구연맹) 김원섭 총재 특보는 “선수의 스폰서료를 100으로 봤을 때 모자가 60, 왼쪽 가슴 상의가 20이며 나머지 소매, 가방, 모자 측면을 합쳐 20 정도인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세는 변하고 있다. 골프에 특별한 광고 규제가 없기 때문에 광고는 선수들의 몸 곳곳으로 퍼지면서 광고판의 파이가 커졌다. 허리, 바지 뒷주머니, 등, 발목까지 광고가 파고들었다. 이전까지 등심과 안심만 이용했는데 스포츠 마케팅은 프로 골퍼의 도가니에 꼬리곰탕까지 끓여 먹을 기세다. 모자 정면의 가치는 60으로 변함이 없는데 몸 곳곳을 쓰다보니 총량은 200으로 늘어나서 비중은 30% 정도로 줄어든 셈이다.

오른손잡이 골퍼를 기준으로 모자 정면 다음으로 비싼 부위는 왼쪽 가슴 부위다. 어드레스 시 왼쪽 허벅지 부근에 손이 놓여 오른팔이 오른쪽 가슴을 가리기 때문이다. 피니시 자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메인 스폰서가 모자와 왼쪽 가슴에 로고를 넣는 것이 일반화됐다. 오른쪽 가슴은 의류 회사가 차지하는 것도 관행이 됐다.

모자와 소매도 오른쪽보다 왼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퍼트를 할 때 TV 카메라에 왼쪽 소매가 가장 잘 노출된다. 그러나 최나연(사진)의 서브 스폰서 중 하나인 스카이 72 골프장은 오른쪽 소매에 들어가기를 원했다. 피니시 자세에서 가장 잘 보이는 부위는 오른쪽 소매라고 판단해서다.

최나연은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스폰서를 둔 선수다. 메인 스폰서는 SK텔레콤으로 모자 정면과 왼쪽 가슴, 소매에 관련 로고를 단다. 스폰서료는 2억5000만원으로 추정되며 LPGA 투어 성적에 따른 옵션이 추가된다. 우승했을 때는 상금의 50%, 2~5위는 30%, 6~10위는 20%를 받게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나연은 이외에도 헤지스 골프와 대우 증권, 스카이 72골프장 로고를 몸에 붙이고 있다. 최나연이 많은 스폰서를 얻은 것은 실력도 좋지만 비주얼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의류 스폰서인 헤지스로부터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은 것은 외모 덕이 크다. 최나연은 이 밖에도 미장원, 피부과, 병원 등에서도 후원을 받는다. 몸에 로고를 붙이지는 않지만 광고 모델로 나선다.

한국 골프 스폰서의 역사는 일천하다. 한국 골프처럼 짧은 시간에 급성장했다. 그러면서 생긴 해프닝도 많다. 박세리는 삼성에 불만을 가져 선글라스로 로고를 가린 일이 있다. KLPGA에서 주류가 ‘폴로 소속 프로’였던 일도 있다. 스폰서가 없는 선수들이 빈 모자를 쓰기도 어색해 단체로 로고가 매우 작은 폴로 모자를 썼기 때문이다.

선수 몸에 로고를 붙이는 게 유행이 되자 학교들도 달려들었다. 대학생인 선수들은 학교의 강요(자발적인 경우도 없지는 않다)로 로고를 달았다. 돈을 내고 로고를 다는 스폰서 입장에서는 시선이 분산되므로 탐탁해하지 않았다. 사실 학교에 거의 가지 않는 프로골퍼를 우리 학교 학생이라고 광고할 일도 아니었다. 고교생 프로까지 생기면서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우리 로고를 달아야 한다고 우기는 경우도 있었다.

스폰서 액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수의 자존심이 걸렸기 때문이다. 발표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뻥튀기가 많았다. 회사로서는 액수가 클수록 뉴스가치가 커져 미디어에서 좀 더 주목을 받게 된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으로 발표되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 다른 스폰서와 계약할 때 이를 근거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광고가 너무 크고 많으면 지저분하다. 선수라는 광고판도 그렇다. 최경주는 2000년대 초 커다란 슈페리어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썼다. 최경주는 “나처럼 얼굴이 큰 사람이니까 이게 맞지 다른 사람 같으면 턱도 없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신지애는 최근 “곰이 점점 자라고 있다”고 했다. 그의 의류 스폰서인 잭 니클라우스의 로고가 조금씩 커진다는 말이다. 한국 선수들은 로고가 너무 크고 일부 선수는 촌스러울 정도로 많이 광고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왜 비싼 돈을 내고 광고를 해주느냐”는 생각에서 골프 용품 회사의 모자를 쓰지 않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이틀리스트나 캘러웨이의 모자를 사서 쓴다. 프로선수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PGA 투어에서 뛰는 라이언 무어는 돈을 받고 광고판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프로 데뷔 후 스폰서를 받았지만 공짜 인생에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현재 그가 입고, 쓰는 것은 다 돈을 주고 산 것이다. 클럽과 캐디백 등도 마찬가지다. 의류는 골프와 전혀 관계 없는 것을 쓴다. 넥타이도 매고 골프화 대신 스파이크가 달린 운동화를 신는다. 그래도 골프 잘 친다.

스포츠 마케팅 업계에서는 무어를 철부지 같은 선수로 보고 있다. 그러나 프로 골프가 지나치게 배금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무어의 일탈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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