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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될까 신고했는데 이렇게 일 커져서 괴롭다”

(좌)이기수 여주군수가 16일 분당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얼굴을 가린 채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이 군수는 “공천헌금이 아니라 당 운영경비”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뉴시스] (우)공천헌금 2억원을 건네려 한 이기수 여주군수를 경찰에 신고한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 이 의원이 1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공천헌금 2억원을 건네려 한 이기수(61) 여주군수를 경찰에 신고한 이범관(67·경기도 이천·여주) 의원. 그는 17일 오전 내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 휴대전화 신호는 갔으나 받지 않았다. 보좌관 최모씨는 “개인 일정 중이어서 어디에 계신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다 최씨로부터 “이 의원과 연락이 됐으니 질의서를 메일로 보내면 상의해 답변을 드리겠다”는 연락이 왔다. 오후 3시쯤 질의서를 작성해 최씨에게 보냈고 두 시간쯤 지났다. 이 의원과 전화가 연결됐다. 세종문화회관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자는 얘기였다. 약속 장소로 가던 중 이 의원은 “다른 일정이 생겼고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약속을 취소했다.

‘공천 헌금 2억’ 신고한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

이 의원이 이 군수를 신고한 것은 공직선거법이 정한 대표적 선거부정 행위인 공천헌금 수수를 법에 따라 처리한 것이다. 광주 고검장을 지낸 이 의원으로서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언론에 나서기를 극도로 꺼렸다. 스스로 잡은 약속까지 취소하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왜일까.

짧은 통화에서 그는 “아끼던 지역 후배가 체포돼 마음이 무척 괴로워 그러니 이해해 달라. 아직 마음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측근에게서 이 의원의 입장을 추가로 들을 수 있었다. 이 의원 측 문모 비서관은 “이 의원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일이 커져 상당히 괴롭다’고 한다”며 “‘16일 오전 9시쯤 이 군수의 수행비서가 차 안에 두고 간 쇼핑백을 봤다. 가져가라고 했으나 이 군수가 그냥 가는 바람에 최후의 방법으로 경찰관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의 신고에 따라 이 군수가 경찰에 붙잡힌 지점이 궁내동 서울 톨게이트였기에 이 사건은 현재 분당경찰서가 수사하고 있다.

문 비서관은 말했다. “이 의원은 ‘내가 아끼는 지역 후배에게 심하게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 아침에 찾아와 비서를 시켜 차 안에 쇼핑백을 두고 갔는데 거꾸로 생각해 봐라. 나중에 시비가 붙었을 때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고 변명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 경찰관을 입회시켰던 것뿐’이라고 했다.”

쇼핑백에 돈이 들어 있을 수 있다고 의심은 했지만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분당경찰서 지능팀 수사관들이 쇼핑백을 뜯어 봤더니 2억원이 나왔다. 이 군수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 일이 커졌다. 돈이 나오자 이 의원이 오히려 당황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의원은 지역구 의원 자격으로 군수·도의원·군의원 한나라당 후보 공천 신청을 한 50여 명의 평판·지지도·도덕성·윤리성을 조사하는 중이다. 그는 과거 현역 검사 시절 선거사범도 여러 차례 수사한 적이 있다. 그런 만큼 돈으로 공천을 파는 정치 풍토에 강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의원과 이 군수는 경기 여주 지역 출신으로, 20여 년 전부터 잘 아는 지역 선후배 사이다. 이 의원은 청와대 민정비서관, 대검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쳤으며 광주고검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했다. 이 군수는 고양시 부시장을 지낸 뒤 2006년 여주군수가 됐다. 두 사람은 수행비서가 서로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이런 친한 관계이지만 이 의원이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인 이 군수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 위해 명분 확보차원에서 경찰에 신고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은 “현직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 것은 힘든 일이다. 공천을 주지 않기 위해 분명한 명분이 필요했을 수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신고하고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협위원장 역시 이범관 의원과 마찬가지로 기초단체장 공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그는 “주는 사람이 불지 않고 받는 사람이 얘기하지 않는 그런 관계가 형성돼야 돈이 오갈 수 있다. 그러나 주는 사람이 엉성했다. 의원 차에 돈을 실어주는 것은 엉성한 짓이었다. 많이 급했던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이 의원이 친박으로 공천받은 것은 당내에서 다 아는 소리”라며 “지금 친이냐 친박이냐는 이 의원이 얘기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지역 주민들은 이번 신고 건에 대해 선거 풍토가 바로잡혀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역 선후배 사이에 너무 심했던 것 아니냐’는 지역 민심도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그건 반대쪽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라고 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 사건이 ‘비리당 이미지’를 확산시킬지 모른다는 이유로 이 의원의 경찰신고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이 의원의 친정인 검찰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독하게까지 한 것은 이 군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을 것”이라며 “그러지 않고서야 혼내서 되돌려줘도 될 것을 경찰에 신고까지 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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