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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고도 1.5m, 섬마다 방파제 ‘물과의 전쟁’

석유저장시설로 사용되는 규 파나두섬. 바닷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2중의 제방이 울타리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몰디브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말레섬의 홀리데이인 호텔 13층 옥상에서 촬영했다. 오른쪽 뒤로 말레 국제공항이 있는 훌룰레 섬이 보인다. 박경덕 기자
6일 오전 11시 몰디브 말레 국제공항에서 쾌속 보트에 몸을 싣고 남쪽으로 30분쯤 달렸을 때다. 따가운 적도의 태양빛을 받으며 졸음과 씨름하던 기자의 눈앞에 꿈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10여 명의 사람이 서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몸은 허리까지 물 위로 드러나 있었다. 주변에는 하얀색 페인트를 칠한 쇠기둥이 몇 개 박혀 있었다. 100m쯤 떨어진 곳에 그들이 타고 온 듯한 배 한 척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다른 바다와 물 색깔이 달랐다. 검푸른 빛이 아닌 옅은 에메랄드 색이었다. 나중에 인근 리조트 직원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더니 “아마 고기잡이 나온 원주민들이 암초 위에서 잠깐 물놀이하는 것을 본 모양”이라고 말해주었다. 수면 아래 1m도 채 안 되는 곳에 평평한 산호초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해수면이 낮았던 옛날에 그곳은 섬이었을지 모른다. 그 섬은 먼 옛날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아는 사람들에게만 ‘상륙’을 허락하고 있었다.

인도양의 아름다운 섬나라 몰디브는 지구촌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나라다. 1192개의 작은 섬을 가진 이 나라는 평균 고도가 1.5m에 불과하다. 나라 전체를 통틀어 인공구조물을 제외한 최고 고도가 2.3m다. 그래서 이 나라 어디를 가든 바닷물을 막는 방파제를 볼 수 있다.

수도 말레 섬에서 500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규 파나두 섬.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인데 석유저장 시설이 있다. 최대 지름이 200m가 채 안 되는 이 작은 타원형의 섬에는 주요 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고도가 낮아 2중의 방파제가 설치돼 있었다. 섬 전체를 둘러싸는 울타리 같은 파도막이 시설물이 있고, 그 안쪽에 배가 접안할 수 있는 곳에 다시 물막이 시설이 있었다.

말레섬도 튼튼한 2중 방파제를 세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섬 사이를 운행하는 배들은 두 개의 방파제 사이 파도가 없는 곳에 정박돼 있다.

고도가 낮은 몰디브에 산호초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그뿐 아니라 산호초는 물 속에서 파도를 약화시키는 자연제방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몰디브의 섬에서는 큰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호가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산호가 말라죽는 백화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서식 환경이 변한 산호초가 스트레스를 받고 플랑크톤을 토해내면서 백화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산호가 계속 사라진다면 몰디브는 자연제방이 약해진 탓에 보다 더 높고 튼튼한 인공제방을 쌓을 수밖에 없다.

산호의 백화현상에 대해 지나친 리조트 개발이 수중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몰디브 국내총생산(GDP)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리조트마다 환경친화적인 운영 정책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수도 말레에서 남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칸두마 리조트. 350여 명의 휴양객을 받을 수 있는 이 리조트에는 곳곳에 환경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우선 프런트 로비 곳곳에 배치된 10여 대의 선풍기가 눈길을 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에어컨 대신 자연풍이 드나들도록 출입구를 크게 열어놓고 선풍기를 틀어놓은 것이다. 천장에는 커다란 유리창을 설치해 햇빛을 실내조명에 이용한다. 햇빛이 밝아 실내 전등이 거의 없어도 로비 전체가 환했다. 이 리조트는 또 빗물을 받아 정수해 손님들에게 식수로 제공한다. 물병은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을 쓴다.

리조트 안에서 이동할 때는 자전거와 전기 배터리를 동력으로 쓰는 차량을 이용한다. 안젤라 히다야트 영업담당 매니저는 “배터리 차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기를 오염시키지도 않는다”며 “칸두마 리조트는 세세한 부분까지 환경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몰디브는 9만㎢에 달하는 영토 중 육지가 1%도 채 안 된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1일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지거나 지형이 크게 변화해 인류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될 명소 100곳 중 하나로 몰디브를 선정했다.

이는 결코 먼 훗날의 걱정이 아니다. 해수면이 조금만 더 상승한다면 하나뿐인 국제공항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말레 국제공항은 해수면에서 1.5m 남짓 올라와 있는 활주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튼튼한 제방을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해서 여객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공간을 겨우 확보했다. 활주로 시작과 끝지점 바로 옆이 바다여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마다 마치 항공모함에서 비행기가 발진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20세기에 해수면은 대략 20㎝ 정도 상승했다. 21세기에는 온난화 진행속도에 따라 최소 18㎝, 최대 1.5m까지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몰디브는 끔찍한 수몰의 악몽을 갖고 있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강진(규모 9.1)의 여파로 발생한 쓰나미가 바로 그것이다. 몰디브의 1192개 섬 가운데 해일 피해를 보지 않은 섬은 9개에 불과했다. 14개 섬에서 주민 전원이 대피했고, 21개 리조트가 문을 닫아야 했다. 국가 전체의 피해 규모는 GDP의 62%에 달하는 4억 달러(약 4443억원)나 됐다. 사망자가 100여 명, 이재민이 1만2000여 명에 달했다. 쓰나미 당시 최대 파도 높이는 4.3m였다.

그런 트라우마가 있는 탓에 몰디브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에 아주 민감하다.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은 “몰디브는 해수면 수위가 조금만 올라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조국 몰디브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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