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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대의 콘트라바스 ‘이젠 주연 할 거야’

무대 위 연주자는 단지 여섯 명. 하지만 열두 명이 나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키 2m에 달하는 악기 때문이다. 꼭 사람 같은 느낌을 준다. 악기를 연인처럼 끌어안은 연주자들이 사뿐히 왈츠 선율에 몸을 맡긴다. ‘파트너’는 보통 오케스트라의 가장 뒷줄에 서 있는, 그래서 ‘병풍 악기’로 불리곤 하는 콘트라바스다.



‘춤추는 콘트라바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거꾸로 선 콘트라바스가 사람 모습 같다. ‘콘트라바스 오케스트라’는 콘트라바스의 연극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콘트라바스 오케스트라 제공]
무대 위 조명이 갑자기 꺼진다. 그러자 콘트라바스가 밀림의 새 소리를 낸다. 원숭이의 울음소리까지 흉내 낸다. 무대 위에 싱그러운 자연을 펼쳐놓는다. 현악기 중 가장 음역의 낮은, 즉 둔한 악기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심지어, 랩도 한다. 속사포 같은 속도로 랩을 쏟아낸다. 몸놀림이 기민하다. 콘트라바스의 큰 덩치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연기에도 도전한다. 무대에 덩그러니 누워 있는 콘트라바스. 그 악기에 연주자가 천천히 다가가 한 음 한 음 활을 긋는다. 둘 사이에 여느 드라마 이상의 긴장감이 흐른다.



콘트라바스는 지금까지 오케스트라의 조연에 만족해왔다. 크기와 음역 때문에 주연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 ‘설움의 악기’가 무대의 한 중심을 당당히 차지했다. ‘콘트라바스 오케스트라(L’Orchestre de Contrebasses)’ 덕분이다. 파리 음악원 교수인 크리스티앙 장테가 1981년 창단한 앙상블이다.



단원은 모두 여섯 명. 재즈 연주와 콘트라바스 음악 편곡으로 유명한 이브 토르친스키 등이 뭉쳤다. 이들은 콘트라바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프랑스는 물론 독일·스웨덴·미국·브라질·일본 등에서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는 ‘춤추는 콘트라바스’라는 이름으로 소개돼 인기를 끌었다. 2001년 2월 공연을 매진시켰고, 같은 해 5월 앙코르 공연을 열었다. 2006년에도 내한했다. 이달 28일 또 다시 한국을 찾는다.



◆조연악기 기 살리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에 나오는 대목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마지막 악장의 끄트머리쯤에 팀파니는 혼자 독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때 피아노를 쳐다보지 않는 사람은 모두 팀파니를 쳐다봅니다. 1200~1500명은 족히 될 사람입니다. 한 해의 연주 기간 동안 저를 쳐다보는 사람들을 다 합해도 그렇게 많은 숫자의 인원은 되지 못할 겁니다.”



‘춤추는 콘트라바스’는 소설에서 이 악기의 연주자가 늘어놓는 ‘조연의 불평’을 말끔히 씻어낸다. 공연에선 연주자와 악기 하나 하나가 온전히 주인공이 된다. ‘춤추는 콘트라바스’는 지난 20년 수많은 히트곡을 낳았다. 대표곡은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베이스’. 악기의 몸통을 타악기 삼아 두드리며 남미풍의 춤곡을 빚어낸다. 무엇보다 멜로디가 강렬하다. 93년 발표 이후 여러 콘트라바스 주자들에 의해 즐겨 연주됐다. ‘엘리스 같은 여인은 행복해’ ‘모케르 신부’ ‘별난 것’ 등도 멤버들이 직접 만들어 유명해진 작품이다.



공연은 연주에 안무, 극적 연출을 더했다. 한편의 연극 무대 같다. 연주자들은 악기를 거꾸로 들고 서거나. 끌어안고 눕는다. 클래식 연주회의 상식을 전복시킨다. 이들의 음악을 담아 나온 앨범은 총 여섯 장. 하지만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음반보다 실제 무대의 재미가 훨씬 큰 공연으로 꼽힌다.



▶2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2000-6309.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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