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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로 15년 만에 스크린 나들이 한 윤정희씨

윤정희씨는 “카메라 앞에 설 때만 배우지, 내가 스타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라며 웃었다. 영락없는 소녀였다. [김태성 기자]
“어색하긴요, 오래전에 사귀었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던 걸요.”



“37번 찍고나서야 맘에 든 장면도 있어요”

그는 15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고 했다. ‘영원한 현역’이라는 표현이 전혀 틀림이 없었다. 영화 ‘시’(5월 13일 개봉)로 스크린에 복귀하는 배우 윤정희(66)씨 얘기다. 1994년 ‘만무방’으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게 마지막 스크린 나들이였다. 하긴 60~70년대 문희·남정임씨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3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던 그다. 그것도 대부분 주연작이었다. 데뷔작 ‘청춘극장’(67년)부터 그랬다. 그래서 “긴장감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설렘이 훨씬 컸다”는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는 ‘밀양’ ‘오아시스’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다음달 열리는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이 유력시되고 있다. 윤씨가 맡은 미자는 손자와 둘이 사는 평범한 할머니로, 뒤늦게 시 쓰기에 빠져든다. 공교롭게도 그의 본명(손미자)과 같은 이름에, 나이도 같다. 영화 홍보를 위해 귀국한 그를 14일 만났다. 나이를 잊은 듯한 단아하고 고운 모습이 꼭 소녀 같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달아오르는 마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미자처럼.



“2008년인가 이창동 감독을 만났는데, ‘선생님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날 밤 잠을 못 잤어요. 문학적으로나 영화적으로 저렇게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감독이 나를 위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니 너무 감동이 되고 떨려서요.”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자 “당신하고 닮은 데가 있네. 소녀 같고, 순수하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가 원래 들꽃 한 송이를 봐도 그냥 못 지나가요. 감탄하고, 눈물도 흘리고 그러죠. 비행기를 그렇게 많이 탔는데도 아직도 비행기가 뜨는 걸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무거운 물건이 어떻게 하늘을 나는가 싶어서요.”



미자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삶의 절박함 속에서도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지려고 하는 여자”다. “감독님이 주문한 건 자연스러운 말투와 몸짓이었어요. 남편 앞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는데, 남편도 똑같이 말하더군요. ‘오버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라’고요.”



이창동 감독은 함께 일했던 배우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같은 장면을 찍고 또 찍는 완벽주의로 유명하다. “어머, 전 처음 듣는 얘기에요. 제가 운이 좋은 거네요. 한 번에 오케이 받은 장면도 많았고, 웬만하면 두세 번이면 넘어갔어요. 감독님 연출에 될 수 있는 한 마음을 열어놓고 임하려고 애썼죠. 출연작 많다고, 배우 오래 했다고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얘긴 듣기 싫잖아요. 배우 윤정희의 완전히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그도 무려 37회나 다시 찍은 장면이 있다. “손자와 손자 친구들이 엄청난 사건을 일으켜요. 미자가 피해를 당한 집에 사죄를 하러 가는데, 용서는 안 빌고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는 장면이었어요.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이건 찍기 여간 힘들지 않겠구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장면인데 아닌 게 아니라 힘들더군요. 저도 감독님도 둘 다 욕심쟁이라 맘에 찰 때까지 찍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69년 그가 주연한 영화 세 편이 설 극장가에 나란히 개봉한 적이 있었다. 40년 넘는 세월, 영화 출연이라면 이골이 날 법도 하지만 열정은 아직 그를 지치지 않게 한 듯하다.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애절한 감정을 그려보고 싶어요. 90살? 그쯤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글=기선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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