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나혼

중국 내지에 나혼(裸婚)이 유행이다. 나혼의 특징은 무(無)다. 무 혼례식, 무 드레스, 무 반지, 무 신혼집, 무 자동차…. 그래서 나혼(벌거벗은 결혼)이다. 있는 건 딱 하나, 결혼증서뿐이다. 1980년대 출생자(바링허우·八零後)의 슬픈 현실이다.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초등학교 시절, 대학은 무상교육. 대학에 가니, 이젠 초등학교가 무상교육. 학창 시절 직장은 분배제, 직장 잡을 나이 되니 머리 깨지게 노력해야 푼돈 주는 직장에 겨우 턱걸이. 학창 시절 집은 분배제, 직장인 되니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 옛날엔 자전거만 타도 장가는 여반장, 가정 꾸릴 나이 되니 아파트·자동차 없으면 결혼은 별 따기.”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고, 일 찾기는 지난한 현실, 서민 출신 바링허우가 택할 길이 나혼밖에 또 있을까. 구직전문사이트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의 최근 조사를 보자. 30세 직장인 가운데 50%가 단칸방에 산다. 차는 물론 없다. 81~84년생의 경우는 70%다. 오죽하면 혼인 적령기의 남성 70%가 나혼을 찬성할까. 여성의 70%도 나혼을 수긍한다.



중국의 결혼 풍습은 시대따라 변했다. 50년대엔 날라리 불고 가마 타기, 그리고 사탕 나누면 끝이다. 60년대는 나무침대·옷장·탁자면 됐다. 70년대엔 자전거·손목시계·재봉틀이 등장한다. 80~90년대는 냉장고·TV·세탁기로 바뀐다. 새 천년 들어서자 집·자동차·현금으로 약진한다.



어렵사리 결혼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방영된 워쥐(蝸居·누추한 집)란 중국 드라마를 보자. 갓난아이를 둔 신혼 부부의 대사다.



“들고 나는 게 다 돈이야. 먹일 때? 수입 분유지(국내산엔 멜라민 있을까 봐). 100위안(약 1만7000원)도 넘어. 쌀 때? 그때도 수입 기저귀야(국내산은 발진 일으키니까). 역시 100위안 넘어. 우리 어떻게 사니?”



20년 정도 차이 나지만 바링허우와 우리 베이비붐 세대(47~55세)는 닮은꼴이다. 둘 다 경제 도약기 초입에 태어났다. 그게 죄였을까, 누린 건 없고 짐만 산더미다. 그래도 바링허우가 베이비부머보단 여러모로 낫다. 우선 나이가 젊다. 이쪽은 은퇴지만 저쪽은 시작이다. 더 중요한 건 정부 태도다. 이미 ‘바링허우 소조(小組)’가 꾸려졌다. 취업·세제 지원·융자 등 전방위 대책을 연구 중이다. 우리는 어떤가. 구멍 난 연금 외에 또 뭐가 있더라….



진세근 탐사 2팀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