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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디자인 프로젝트 ② 한성대 학생들이 만든 조끼

이달 주제는 ‘조끼’였다. 겹쳐입기가 유행인 데다 간절기마다 인기 아이템이라 골랐다. 한성대학교 의생활학부(패션디자인 전공) 학생 6명이 이 과제에 도전했다. 학생들은 전통 배자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공통점은 곡선을 강조했다는 것. 한복 조끼(배자)처럼 어깨 선이나 전체적인 라인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소재에선 다양한 변주가 나왔다. 스웨이드·뱀피 등이 등장했고 밧줄처럼 옷감이 아닌 재료에도 도전했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올 유행인 아프리카 스타일에 속이 비치는 시스루룩까지 담아냈다. 전통과 현대의 유쾌한 만남이다.



노끈·뱀피로 멋낸 ‘모던 배자’ 거칠어서 더 즐거운

글=이도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1 라이더 재킷을 닮은 한복 (도중현·24)



요즘 유행하는 라이더 재킷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지퍼가 사선으로 달린 재킷 디자인이 한복의 여밈과 비슷하다는 데 착안했다. 여기에 전체적으로 아프리카 분위기를 냈다. 6월 월드컵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미 기존 브랜드에서도 이를 반영해 다양한 아프리카 문양이 나왔기 때문에 소재로 차별화 했다. 브라운 스웨이드에 블랙 뱀피를 조화시켜 야생의 밀림 분위기를 냈다. 밋밋한 스웨이드에 광택 소재를 넣어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2 노끈으로 만든 서민풍 베스트 (김민경·22)



사극이나 풍속화에 나오는 서민의 모습이 아이디어가 됐다. 가족끼리 동료끼리 짚을 꼬면서 소일하고 수다도 떠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짚 대신 좀 더 튼튼한 밧줄을 엮어 니트로 변신시켰다. 굵은 밧줄을 얇은 가닥으로 나눠 굵기를 다르게 꼬고, 풀린 가닥은 그대로 두었다. 꼬불꼬불한 표면 덕에 옷이 입체적으로 보였다. 깃 부분에 쓰이는 밧줄은 먹을 갈아 염색했더니 색실처럼 됐다. 자연 소재는 격식·규율에 보다 자유로웠던 서민들의 이미지와 닮아 있다. 서양의 히피 느낌도 난다.





3 기와의 느낌을 옷으로 (김주연·20)



우리나라의 기와는 유순한 곡선미와 동시에 직선적인 아름다움도 지닌다. 전통과 현대의 이중성을 동시에 품은 작품 주제와 어울리는 모티프다. 기와의 형태를 살리려 와이어를 이용했다. 하지만 양쪽이 대칭 형태인 실제 기와와 달리 작품은 양쪽을 언밸런스하게 만들었다. 한 쪽만 길게 내린 사선은 한복 치마가 흩날리는 모습과 닮아 있기도 하다. 소재는 속이 비치는 노방을 사용했다. 보라색과 분홍색은 홑겹으로 쓰면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색깔이지만 겹쳐지면서 우아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낸다.



4 겉과 속은 뒤집고, 앞뒤는 언밸런스 (김은혜·22)



한복은 겉옷만큼이나 속옷도 화려하다. 보이지 않는 속치마까지 무지갯빛 화려한 색깔이 등장한다. 챙겨 입을 종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겉모습에 급급하지 않은 옷이 한복인 것이다. 작품은 그 점에서 출발했다. 겉과 안 모두 똑같은 원단을 썼다. 한데 일부러 감을 뒤집어 만들었다. 즉 겉감에는 원단 뒤쪽을 쓰고 안감에는 원단 바깥쪽을 쓴 것. 밋밋함을 피하기 위해 앞판에는 망사를 불규칙하게 덧댔다. 모양도 언밸런스다. 앞에서 보면 전통 배자 같지만 뒤에선 클래식한 조끼로 보인다.





5 최신 유행을 담았다 (신효영·26)



전통을 살리면서도 트렌드가 공존하는 옷이다. 한복의 곡선처럼 옷이 전체적으로 둥근 느낌을 준다. 또 속저고리부터 두루마기까지 여러 가지를 겹쳐 입는 한복의 특징을 살렸다. 가죽·망사·캔버스 등을 겹겹이 덧댔다. 속이 비치는 망사는 전통과 현대가 맞닿는 소재다. 한복에선 흔히 쓰이지만 올해는 ‘시스루룩’이 유행이기 때문이다. 가죽도 올해는 봄까지 찾는 이가 많았다는 데 착안해 썼다. 봉긋 올라온 어깨 부분은 ‘파워숄더’의 트렌드가 엿보인다.



6 소재로 보여준 반전 (백유나·21)



한국적인 디자인의 큰 줄기는 ‘곡선’이고 ‘부드러움’이다. 곧고 딱딱한 서양의 셔츠·재킷과 가장 대비되는 점이다. 그래서 곡선의 미가 최대한 드러나는 실루엣을 만들었다. 그에 맞춰 컬러도 편안한 느낌의 갈색을 골랐다. 하지만 소재에선 부드러움을 뒤집었다. 디자인의 위트다. 만져보면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 만져보면 빳빳하고 전혀 신축성이 없는 천을 썼다. 가방·모자에 쓰이는 코팅 나일론이다. 겉으로 부드러우면서 내적으로는 강했던 옛 여성들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코리안 디자인 프로젝트 참가한 미래의 디자이너들

“지하철서 바느질하고 … 방에 쌓인 원단 이불 삼아 잠들었어요”




“디자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하철 프로젝트’였어요. 시간이 없으니 지하철만 타면 옷을 만들었어요.”



김민경(22)양은 지난 한 달간 ‘아줌마’였다. 지하철에서 자리가 나면 무조건 뛰어가 앉았다. 집이 인천이다 보니 등하굣길 1시간이 소중했다.



김주연(20)양도 마찬가지였다. 자리가 없을 땐 서서 바느질을 했다. “한 번은 옷을 뚫어져라 보시던 할머니가 마음에 든다며 잡고 놓지 않으시더라고요.” 평일에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 건 예사였고, 주말엔 학교에서 밤샘을 했다.



한복의 멋, 새로운 발견



의상학과 학생들에게 3학년은 중요하다. 2학기부터는 공모전과 졸업작품전을 준비하면서 자기 스타일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한 발 앞선 체험이었다. 3학년인 도중현(24)군은 “한국적인 멋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며 “앞으로 평면적인 한복과 입체적인 서양옷을 접목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김은혜(22)양도 한복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다졌다. 한복의 멋을 살린 디자인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양옷에선 촌스러운 색들이 한국적 디자인에는 더 어울린다고 느낄 정도였다. “더 공부하고 노력하면 언젠간 서양 드레스보다 예쁜 한복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요.”



리서치·스타일링 중요성 알게 돼



수업 과제는 대부분 일러스트에서 그치기 마련이다. 공모전도 일러스트 심사에 붙은 뒤에나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옷을 만드는 건 ‘산 너머 산’이었다.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디자인을 실물로 만들면 ‘아니올시다’가 되는 일이 허다했다. 신효영(26)양은 “표현이 잘 안되니까 이 원단, 저 원단 계속 바꿔 만들었어요.” 그는 처음으로 ‘스타일링’을 고민해봤다. “막상 작품을 만들어보니 어떤 아이템들과 가장 잘 어울릴까, 얼마나 다양하게 입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백유나(21)양은 리서치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을 가장 중요한 수확으로 꼽았다. 과제를 할 땐 그저 그리는 일에만 치중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엔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논문과 책을 뒤졌다. “처음엔 시간 낭비가 아닐까 했는데 이게 밑거름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죠.”




코리안디자인프로젝트는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코리안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한국 예비 디자이너들의 미션입니다. 세계가 코리안 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요즘, 예비 디자이너에게 창의적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그들이 창작한 작품들을 매달 한 번씩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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