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한국판 마피아

마피아(Mafia)의 원조 격인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마피아 조직의 일부가 미국으로 건너간 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서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 둥지를 튼 이들의 자금원(資金源)은 매춘, 도박, 마약 등이었다. 불법과 폭력을 수단으로 하는 전형적인 범죄조직의 활동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건 마피아 세계에서 말 그대로 옛날 일이다.



새로운 마피아들은 건설, 부동산, 쓰레기 처리, 공연, 관광,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마피아의 지하경제를 지상경제와 적절히 융합시켜 온 것이다. 지금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마저 모호해진 상태다(미샤 글레니, 『국경 없는 조폭 맥마피아』).



일본 야쿠자의 세계도 폭력을 기본으로 하지만 겉으로는 번듯한 ‘사업’ 형태를 띤 지 오래다. 1980년대 금융기관이 대출해 준 돈으로 야쿠자 관련 기업들은 건설·운송사업을 넘어 일반 제조업·병원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90년대 들어 덮쳐 온 불황으로 야쿠자 관련 기업에 대한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자 ‘야쿠자 리세션(경기침체)’이란 말이 나왔을 정도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야쿠자들도 다르지 않다. 일본 내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의 하부조직인 사카우메구미의 경우 울산 지역 호텔 인수, 부산 일대 골프장 부지 매입, 제주 카지노 지분 투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신(新)마피아의 주류라고 하는 러시아 마피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검은 돈의 합법화를 위해 93년 이후 합법 영업 활동을 시작했다. 은행사업을 비롯해 석유, 원자재 수출, 식품 수입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가 재산의 사유화 과정에서 90년대 말 현재 자본의 35%, 주식의 80%가 러시아 마피아 관련 자본의 수중에 떨어졌다고 한다(이병로, 『에또 러시아』).



국내에서도 매년 폭력조직이 늘어나면서 ‘한국판 마피아’ 현실화 우려가 크다. 그제 공개된 대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폭력조직은 223개에 조직원 수는 5450명에 이른다. 8년 전에 비해 각각 12%, 31%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갈수록 폭력조직 단속이 힘들어진다는 거다. 폭력조직은 기업화·합법화 양상을 띠면서 수사망을 빠져나가기 일쑤인데 불구속 수사 원칙 강화 등 수사 여건은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가 가뜩이나 어지러운 세상을 마피아와 이웃으로 살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김남중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