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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이고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먹혔습니다”

‘그라찌에’의 김영호 사장이 1일 안양과학대 내 ‘그라찌에 파티쉐’ 본사 건물 1층의 직영 커피숍에서 머그컵을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그는 “대학 안에 빵 제조공장이 들어선 것은 산학협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요즘 전국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선 에스프레소(원두) 커피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커피 전문점 로고는 도시 중심가나 도로변 건물에 흔하다. 이런 곳에 커피숍이 몰리는 것은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 임대료가 만만치 않아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커피 가격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임대료가 비싸지 않으면서 커피가 많이 팔리는 곳은 어디일까.

토종 커피 전문점 ‘그라찌에’ 김영호 사장의 역발상 마케팅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 ‘그라찌에’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는 ㈜풍전F&B의 김영호(49) 사장은 이런 자문을 해보다가 마케팅 포인트를 찾았다. 김 사장이 그라찌에를 인수한 것은 2007년 7월이다. 김 사장이 인수할 때 그라찌에는 망해서 시장에 나와 있었다. 주로 학교나 은행 건물에 점포를 냈던 점이 김 사장의 눈길을 끌었다. 임대료가 저렴한 대학과 병원·은행을 공략해 좋은 품질의 커피를 싼 가격에 공급하면 흑자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라찌에는 2003년 1월에 창업한 회사로 그해 7월 조흥은행 본점을 시작으로 매장을 확장해 나갔었다. 국내 최초의 스토어 인 브랜치(Store in branch)인 그라찌에는 2004~2006년 계명대와 덕성여대·중앙대점을 열면서 한때 매장 수가 30여 개에 달했다. 하지만 본사의 지원 부실 등을 이유로 가맹점들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2006년 말까지 절반 가까이 문을 닫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김 사장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재창업을 선언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불과 2년8개월 만에 그라찌에 매장은 84개가 됐다. 이 중 90%는 김 사장 취임 이후 개장했다. 65개 매장이 대학과 병원 안에 있다. 매장은 연세대 등 30개 대학에 54개, 고대 안암병원 등 10개 병원에 11개, 은행과 문화시설 8곳엔 9개다. 2007년 말 9억원이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30억원으로, 직원은 4명에서 50명(직영점 매장 직원 포함)으로 늘었다. 김 사장은 안양과학대와 산학협력협정을 맺고 지난해 12월 1일부터 그라찌에 커피숍에 들어가는 빵과 쿠키를 직접 만든다. 학교 측에서 ‘그라찌에 파티쉐’ 본사 건물과 제빵 장비를 지원하는 대신 그라찌에 측은 이곳을 조리학과 학생들의 제빵 실습장으로 이용토록 하는 협정이었다. 대학 교정 안에 제빵업체 본사가 들어선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1일 안양과학대 안의 파티쉐 건물에서 김 사장을 만나 경영 노하우를 들어봤다.

-2007년 빈 껍데기로 전락한 회사를 인수할 때 어떤 생각을 했나
“나는 삼성물산에서 M&A와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다.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경쟁력 있는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마케팅에 경쟁력이 숨어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라찌에 부사장으로 있던 대학 선배가 인수를 제의했다. 원두 커피라는 아이템은 평범하다. 하지만 그라찌에의 마케팅 전략이나 스타일은 달랐다. 대학을 겨냥했다. 그것이 차별화 포인트였다. 커피 전문점은 길가에 위치한 ‘로드숍’이 좋다고 한다. 커피숍의 위치가 아니라 특정 소비자층을 집중 공략하는 그라찌에의 마케팅 전략에서 가능성을 봤다. 대학과 병원 등의 커피 시장을 선점했을 때 다른 회사가 밀고 들어올 여지가 있을까를 계산해봤다. 거의 없다는 판단이 났고 이 회사를 인수했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사업에 손 댔다가 실패했다고 하던데.
“그렇다. 삼성물산을 떠나 호주로 갔다. 거기서 무역업과 여행업을 하면서 15년을 살다가 2004년 말 귀국했다. 미국 월트디즈니사가 한국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때 월트디즈니를 찾아가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겠다고 제안해 권한을 따냈다. 2005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그 사업에 전 재산을 쏟아부었는데 결국 디즈니사의 한국 진출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서 망했다.”

-아이스크림 사업 실패 후 고통이 컸겠다.
“노숙도 해 봤다. 집에 가기가 싫었고 친구들한테 신세를 많이 졌다. 죽으려고까지 했다. 5만원 갖고 한 달을 버틴 적도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과 병원에 매장을 여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가능했나.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단순하다. 미디어 광고보다는 직접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마케팅을 했다. 단과대 의상학과 졸업작품전이나 총학생회 행사, 대학 축제 기간에 커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원두 커피 기계를 세팅해줘 누구나 시음할 수 있게 했다. 학생과 교직원 사이에 그라찌에 커피는 ‘맛 좋고 신선하고 값이 싸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누가 베끼기 어려운 노하우다. ‘스타벅스’가 대학 안에 매장을 낼 수는 있지만 대학 안에서만 가격을 싸게 팔 수는 없다. 그게 차별화 포인트고 성공비결이다.”

-가격은 싸면서 품질 좋은 커피를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저렴하면서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거품을 빼는 작업이다. 대학 등에 입찰할 때 원두 커피나 소스 등 부자재들을 최고 좋은 것을 썼다. 커피원두는 한 달에 한번 호주 골드코스트의 아모레라는 회사에서 독점 공급받는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행기로 공수하고 수입한 지 1개월 안에 커피를 소진한다. 우리가 한 달에 쓰는 커피가 4t 분량이다. 국내 업체 중 10위 안에 든다. 커피 1㎏은 140잔 분량이다. 자연손실분을 빼고 매달 52만 잔을 판다고 보면 된다. 지난 5년간 가격 인상을 한 번도 안 했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1200원, 아메리카노는 1500원이다. 쿠키는 1000원에 판다. 우리 고객들은 줄 서서 커피를 사 갖고 나가는 패턴이라 회전율이 높다.”

-안양과학대와 산학협력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들이 커피와 함께 즐기는 빵의 질을 높여보겠다고 학교 측에 제안해 성사됐다. 제품 개발부터 판로 개척까지 서로 협력한다. 베이글은 종류도 많고 제조가 쉽지 않다.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데 처음 만들어 보니 푸석푸석하고 쫀득함이 없는 데다 빵 모양도 이상했다. 시내 유명 호텔의 제빵팀 직원들을 스카우트해 바로잡았다. 쿠키 4종류, 베이글 4종류, 케이크와 단과 등 80가지 제품을 만든다. 지난달부터 빵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라찌에 파티쉐 매장은 지난달 인천대에 한 곳 개장했고 조만간 경기대 서울캠퍼스에도 진입한다. 커피숍 매장이 올해 120개가 된다. 제과점은 6개가 늘어난다.”

김 사장의 요즘 일과는 오전 일찍 안양과학대의 그라찌에 파티쉐 본사로 출근해 빵과 쿠키를 직원들과 같이 포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전 8시면 배송 차량 5대가 빵을 싣고 수도권으로 향한다. 9시부터 이곳 업무를 챙긴 뒤 오후에는 서울 서교동의 그라찌에 커피 본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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