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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운전에 맞춤 쇼핑까지 기술 개발 끝, 상용화만 남았다

SK텔레콤은 서울 을지로 본사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티움 2.0’ 전시관을 열었다. 한 도우미가 허공을 손으로 휘저어 날씨와 뉴스 등을 벽면에 나타나게 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린다’. 노력은 안 하면서 요행수를 바란다는 속담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속담의 뜻이 달라질 판이다. 입만 벌리고 있으면 알아서 감을 찾아다 넣어 주는 세상이 된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에선 이를 ‘세 번째 물결’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물결은 1900년을 전후해 생긴 유선전화다. 두 번째 물결은 80년대부터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이끌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가 기술적·양적 변화라면 2000년대 시작된 제3의 물결은 질적 변화다. 사용자가 애써 정보를 찾는 형태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맞춤정보를 알아서 보내 주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한 구글의 각종 서비스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바탕으로 한 애플 아이폰이 이런 흐름을 이끌고 있다. 마침내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통신에 부는 ‘제3의 물결’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다

원하는 색상·사이즈 골라 주문
SK텔레콤은 지난달 서울 을지로 본사에 정보통신기술 체험관인 ‘티움 2.0’을 열었다. 첨단 통신기술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직접 찾아가 봤다. 입구에서 전시관 안의 모든 콘텐트를 제어할 수 있는 옴니아2 단말기에 개인정보를 입력한 뒤 ‘U홈’으로 들어섰다. 근거리 무선통신을 통해 사용자를 식별하고 제어판에 ‘김창우님 방문을 환영합니다’는 글이 나온다. U홈에서는 앞과 양옆의 벽면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손으로 허공을 끌어당기는 시늉을 하자 날씨와 주가 정보가 중간 화면에 나타난다. 동작 인식을 통해 마우스나 키보드를 조작하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U홈을 나와 자동차로 향했다.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자 앞 유리창에 목적지를 묻는 질문이 나타난다. 음성으로 갈 곳을 선택하고 ‘자동운전’을 선택하자 가상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한참 달리다 보니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근처 충전소들의 위치가 나타난다. 한 곳을 고르자 자동으로 충전을 마치고 결제까지 이뤄진다.

자동 운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
자동차에서 내려 U쇼핑 구역으로 들어섰다. 3차원 스캐너를 통해 체형 정보를 스마트폰에 입력한 뒤 옷가게에 들렀다. 대형 액정화면(LCD)에 상품으로 나온 옷을 입은 내 모습이 나온다. 아직은 체험관 수준이지만 무선통신 인프라가 전국에 깔리면 실제로 상점에 가지 않고도 원하는 색상과 사이즈를 찾아 주문할 수 있다. 지난달 15일 열린 개관식에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지만 이미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 단계만 남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2002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인 톰 크루즈가 길을 걸으면 광고판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상점에 들어가면 그가 샀던 물건의 목록과 성향을 감안해 일대일 광고를 한다. 영화가 개봉된 2002년에는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시대 배경이 2054년인 점을 감안하면 그럴듯해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2010년의 눈으로 봤을 때 개인별 맞춤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은 그만큼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세 번째 격변기 맞은 통신산업
고대 로마제국에서 공공 우편배달망을 통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영국 런던까지 편지를 배달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 제국의 붕괴로 개별 국가 체제가 되면서 유럽에서는 19세기 말까지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20세기 들어 유선전화와 무선통신기술이 개발되면서 지리적 간격을 넘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첫 번째 변혁이다. 20여 년이 지나자 라디오와 텔레비전도 차례로 상용 서비스에 들어갔다. 수백만 부의 신문과 정기 뉴스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이 같은 정보를 접하는 매스미디어의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남들이 모르는 ‘노하우’를 개발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됐다.

고른 옷을 내 아바타에 입혀 볼 수 있다.
80년대 PC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통신환경은 두 번째 물결을 맞는다. 인터넷의 등장은 매스미디어에서 사용자제작콘텐트(UCC)로 정보통신의 무게중심을 옮겨 갔다. 사용자들은 다양한 게시판에 정보와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올렸다. 정보가 어디 있는지(Knowhere)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야후 같은 검색엔진이 정보통신 분야를 주름잡게 된 이유다. 하지만 검색 능력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은 “아직까지는 ‘당신이 이 단어를 물어봤네요. 인터넷에서 관련 페이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단어가 어떤 뜻인지 모릅니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3의 물결은 원하는 정보를 사용자의 손에 알아서 밀어 넣어 주는(푸시 서비스) 형태다. 무선랜과 GPS를 탑재한 휴대전화가 기본이 됐다. 사용자가 어디 있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찾아 주는 것이 통신 분야의 화두가 됐다. 인터넷 서비스 역시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모아 놓은 포털에서 콘텐트를 가진 사람과 직접 연결하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2004년 시작된 데 이어 2006년에는 140자(영문 기준) 이내의 짧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트위터 서비스도 선을 보였다. 콘텐트를 가진 사람과 직접 연결(Knowho)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이폰을 내놓은 애플과 지도·위성사진 서비스를 앞세운 구글이 새로운 물결을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업체다.

구글, 폰카로 찍으면 모든 정보 알려줘
구글은 사용자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위치기반서비스(LBS)에서 가장 앞서 있다. 전 세계 지도를 담은 구글맵과 위성사진을 보여 주는 구글어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길을 찾아 주는 서비스는 기본이다. 최근 내놓은 증강(增强)현실(Augmented Reality) 서비스인 고글은 주변의 명소를 폰카메라로 잡으면 관련 정보를 보여 준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카메라에 담으면 올라갈 수 있는 시간대와 입장료 등을 알려 주는 식이다.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 주는 새로운 검색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의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조원규 사장은 “서울에서 ‘맛집’을 검색해도 강남역에서 찾은 결과와 명동에서 찾은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이런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내에 선보인 애플 아이폰도 GPS를 활용한 다양한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버스 앱은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버스 노선과 운행 시간을 알려 준다. 주변 약국을 찾아갈 수 있는 약국 앱,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는 어디야 앱, 주요 커피전문점을 안내해 주는 ‘I need coffee’ 앱 등도 관심을 끈다. 원하는 곳을 검색한 다음 근처 사진을 찍으면 화면에 화살표로 가야 하는 방향을 알려 준다. 지도를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길치라도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인 T맵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체크해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준다. 주유소를 검색하면 가까운 주유소들의 위치뿐 아니라 휘발유·경유 가격까지 안내한다. 석유공사의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오피넷)의 정보를 사용자의 위치정보와 결합한 결과다. 아이폰뿐 아니라 옴니아 사용자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콘텐트 가운데 하나인 ‘플레이맵’은 근처 맛집을 알려 주는 지도 서비스다. 내비게이션 전문업체 엠앤소프트가 내놓은 이 서비스는 맛집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바로 올릴 수도 있고 다른 사용자의 이용 경험을 실시간으로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통 3사 “지금 있는 것 모두 사라진다”
국내 통신업체들도 새로운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음성통신 요금만으로도 넉넉한 이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갈수록 데이터통신을 통한 콘텐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단순히 망을 빌려 주는 역할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26일 창사 26주년 기념식에서 “지난해가 차세대 성장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 해였다면 올해는 기업문화를 새롭게 정립해 성장을 위해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돕는 ‘산업생산성증대(IPE)’에 미래를 걸고 있다. 정 사장은 “개인 고객에게만 의존해서는 국내에서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유통·물류·금융·교육·자동차 등과의 결합에 나섰다. 하나카드의 지분 49%를 사들여 휴대전화로 신용카드 결제를 하는 서비스 등을 도입한다. 또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실시간으로 세일정보와 쿠폰을 전송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포스코·기상청·동부그룹 등과 유·무선을 통합한 스마트오피스 구축에도 나섰다. 문제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장악했지만 유선전화와 인터넷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다. 와이브로 등 차세대 무선통신망에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SK텔레콤에 비해 KT는 네트워크 기반이 튼실하다. 3세대(3G) 이동통신망은 물론 무선랜망인 네스팟, 3G보다 빠른 와이브로, 업계 선두인 유선 초고속인터넷까지 고른 인프라가 장점이다. 아이폰 도입으로 이 같은 강점이 빛을 발하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통신량은 일반 가입자의 122배에 달한다. 무선랜과 와이브로망을 갖추지 못했다면 감당하기 어렵다. 지난해 초 KT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석채 회장은 6개월 만에 KTF와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유·무선 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합병을 하지 않았다면 유·무선 통합 서비스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는 통합이 유리하지만 KTF만 따로 보면 밥그릇을 뺏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뚝심에 지난 한 해 KT는 변혁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은 올 3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의 인텔 본사를 찾아 폴 오텔리니 CEO와 만나 전략적 제휴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텔이 와이브로를 내장한 무선랜 칩셋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칩셋을 쓰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별도의 모뎀 없이도 와이브로망을 활용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적극적인 변신을 모색하고 있지만 LG텔레콤은 상대적으로 힘이 부친다. 텔레콤·데이콤·파워콤을 합병해 올해부터 통합LG텔레콤으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네트워크 인프라와 시장 점유율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 CEO로 취임한 이상철 부회장은 ‘탈(脫)통신’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는 지난달 말 경영자총연합회 조찬 강연에서 위기론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도 무선랜으로 연결하면 데이터 비용이 10분의 1로 떨어진다. 음성 역시 앞으로 데이터화되면 값이 뚝 떨어진다. 통신사들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없어진다는 생각으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위기의식은 명확하지만 문제는 뾰족한 대응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와이브로와 경쟁하는 차세대 LTE 망을 갖출 때까지 2~3년은 걸린다. 그때까지 눈에 띄는 단말기 하나 없이 점유율에서 앞선 SK텔레콤·KT와 시장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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