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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가지 합쳐 인구 100만 대도시 탄생

8일 오전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안현 분기점(JC)을 만나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기도 광명시의 가운데를 통과하는 제2 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됐다. 2분 정도 더 가다 보니 광명 나들목(IC)이 나타났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니 시야가 탁 트인 벌판이 펼쳐졌다. 광명시 노온사동이라는 오래된 농촌 마을이다. 길가엔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예정)지구 불법투기 행위 주민신고 및 포상제 시행’이란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지역본부 보상2팀이란 글씨와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분당·일산급 신도시 들어설 광명·시흥지구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왕복 6차로 너비의 광명로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주변 지역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 큰 건물은 없어도 각종 식당과 화원·부동산중개업소 등이 군데군데 보였다. 큰길 안쪽으로는 검은 가림막을 씌운 비닐하우스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지도엔 분명히 논밭으로 표시돼 있지만 가까이 가보니 농사와 상관없는 시설이 대부분이었다. ××물류·○○유통 같은 업체명을 적은 간판이 쉽게 보였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각종 물건이 가득 쌓여 있었다. 한쪽에선 지게차가 바쁘게 움직이며 물건을 실어 날랐다. 비닐하우스의 정체는 중소기업들의 서울 근교 물류창고였다. 공장이나 창고로 짐작되는 허름한 가건물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한강의 지천인 목감천이 나왔다. 광명시와 시흥시의 경계를 이루는 하천이다. 하천변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어 지저분했다. 목감천 너머 시흥시 쪽의 상황도 광명시 쪽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목감천 주변은 수년 전부터 신도시 개발 후보지로 꼽혀왔다.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훼손이 심해 그린벨트의 기능을 거의 잃은 모습이었다.
<중앙SUNDAY 2009년 9월 6일자 8면>

광명·시흥시 목감천 주변에 2017년까지 분당·일산에 버금가는 대규모 시가지가 들어선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한 ‘광명·시흥 지구(1736만7000㎡, 약 525만 평)’다. 겉으로는 보금자리 지구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신도시에 해당하는 광역 개발이 추진된다. 사업 시행자인 LH는 토지 보상비(8조5000억원)를 포함한 사업비 14조9000억원을 들여 아파트 9만5000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약 30만 인구가 입주한다. 기존의 광명(30만)·시흥시(40만) 인구를 합치면 서울 서남쪽에 인구 100만의 대도시가 탄생하는 셈이다. 국토부는 “광명·시흥 지구는 물류·산업 등 자족 기능을 갖춰 상대적으로 낙후한 수도권 서남권역의 거점도시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거래는 한산
광명·시흥 지구는 다른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차원을 달리한다. 보금자리 지구는 지난해 5월 이후 3차에 걸쳐 15곳이 선정됐다. 이 중 330만㎡(약 100만 평)를 넘는 대규모 지구는 광명·시흥과 하남 미사(546만㎡)의 두 곳뿐이다. 일곱 곳은 면적이 100만㎡(약 30만 평)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 주변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넓은 땅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광명·시흥 지구는 면적에서 웬만한 신도시와 견줘도 손색없다. 분당신도시(1964만㎡)보다 작지만 일산신도시(1574만㎡)보다는 크다. 위례신도시(678만8000㎡)와 비교하면 2.5배나 된다.

원래 국토부는 광명·시흥 지구를 현재 면적의 10분의 1 수준인 160만㎡ 규모로 쪼개 단계적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광명·시흥시가 강하게 반발했다. 두 지역에선 “개발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신도시급 광역 개발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명시와 시흥시는 지난해 7월 공동으로 2000만㎡ 규모의 신도시 개발 건의문을 국토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자체에서 종합적인 개발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토지 이용과 광역교통 계획을 세우는 데도 대규모 개발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광명·시흥 지구는 면적뿐 아니라 사업의 성격도 다른 보금자리 지구와 다르다. 3차 보금자리 지구를 발표한 국토부의 보도자료를 읽어 보면 뚜렷한 차이가 엿보인다. 다른 보금자리 지구는 대개 ‘서민주택 공급’이나 ‘강남권 주택수요 대체’를 개발의 이유로 내세운다. 그러나 광명·시흥은 ‘주거·산업·교육·문화시설을 아우르는 자족도시 구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단순한 베드타운(주거단지)이 아니라 산업·교육·문화의 거점이 되는 신도시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산업 기능이다. 국토부는 광명·시흥 일대 그린벨트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공장·창고의 ‘체계적 정비’를 강조했다. 앞으로 개발 과정에서 물류센터·아파트형 공장 등 산업시설 유치에 상당한 비중을 둘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광명·시흥은 서울 서남권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구로·가산디지털단지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다. 분양가나 임대료가 적당하다면 구로·가산단지에서 광명·시흥으로 옮기려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광명 나들목을 통해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돼 교통이 편리한 것도 기업 입지에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명·시흥 지구에는 앞으로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 보금자리주택 6만9000가구, 중대형(85㎡ 초과) 일반 분양 아파트 2만6000가구가 들어선다. 그린벨트를 풀어 시가지를 건설하는 만큼 일반 신도시에 비해 서민용 주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토부는 올해 말 1차 보금자리주택 2만2000가구의 사전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7만3000가구의 분양은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서울과의 접근성도 괜찮은 편이다. 광명·시흥 지구의 북쪽은 서울 구로구 천왕동과 맞닿아 있다. 서울시청 주변의 도심과는 17~20㎞ 떨어져 있다. 분당(서울 도심과 20~25㎞ 거리)과 비교하면 광명·시흥이 서울 도심과 조금 더 가깝다. 과거 정부에선 가급적 그린벨트를 건드리지 않고 신도시를 건설하려다 보니 입지가 서울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화성 동탄신도시나 평택 고덕국제화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서민 주거복지를 명분으로 서울 주변에 보존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과감히 푸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있지만 서울과 거리는 상대적으로 가까워졌다.

주변 부동산 시장은 지구 선정 발표 이후에도 조용한 편이다. 노온사동에 있는 석산공인중개사 이현욱 대표는 “당장 별다른 움직임은 없고 앞으로 구체적인 개발계획과 토지 보상비 책정 등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이전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가 한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큰길가는 땅값이 3.3㎡당 250만원 정도 나가지만 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100만~150만원 수준”이라며 “가구원 전원이 6개월 이상 이 지역에 살지 않으면 땅을 사도 소유권 이전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철도 등 교통망 잇따라 확충
광명시는 사실상 도시 전체가 ‘공사장’이다. 서쪽의 보금자리 지구 외에도 북쪽은 광명 뉴타운(228만㎡), 동쪽은 광명 소하 택지개발지구(105만㎡)와 재건축 단지, 남쪽은 KTX 광명역세권 택지개발지구(195만㎡) 등이 건설 또는 추진 중이다. 개발 사업이 모두 마무리되는 2020년 무렵이면 저층 주택 위주였던 광명시 일대의 지형은 고층 아파트와 빌딩 숲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중 소하지구는 지난해 말 1단계 공사가 마무리돼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됐다. 소하동 드림공인중개사 조남선 대표는 “5단지의 109㎡(33평)짜리 주택형은 최근 4억1000만~4억3000만원에 거래된다”며 “분양가에 비해 집 값이 1억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수요 때문에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일부 급매물이 나오지만 금방 소화되는 분위기”라며 “이사 수요가 정리되면 집 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명시는 인근 서울시의 ‘서남권 르네상스’ 구상과 맞물려 시너지(상승) 효과도 기대된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구로·강서·금천·양천·영등포·동작·관악 등 서남권 7개구에 23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3차 보금자리 지구에 광명·시흥과 서울 구로구 항동, 인천 구월 등 서울·수도권 서남부 지역이 많이 포함돼 이 지역 개발이 활성화될 전망”이라며 “서남부 축이 새로운 수도권 주거벨트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흔히 신도시가 들어서면 교통대책이 가장 문제가 된다. 출퇴근 시간에 서울과 연결되는 도로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큰 혼잡을 빚기 때문이다. 광명시 박찬호 도시계획팀장은 “광명시 주변으로 고속도로와 철도 등 교통망이 잇따라 확충될 예정”이라며 “대부분 구상 단계를 넘어 이미 공사에 들어갔거나 건설 계획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우선 올 상반기에 광명시 남쪽으로 제3 경인고속화도로가 개통 예정이며, 안양~성남, 서울(가양동)~광명, 수원~광명 등 광명을 지나는 민자 고속도로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박 팀장은 “2014년 서울 강남순환도로가 완공되면 광명에서 서울 강남권으로도 편리하게 연결된다”고 소개했다. 철도는 KTX 광명역을 거쳐 여의도·청량리를 잇는 신안산선이 2017년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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