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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과학, 리더십·조직론만으론 안 된다

“과학자요.”
어린 시절 그도 로버트 태권V의 ‘김 박사’를 꿈꿨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기계공학 석사 과정에 들어갈 때까지는. 그러다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수학과 통계는 여전히 재미있었다. 다만 이를 활용해 우주선을 만드는 것보다는 조직을 운영하고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더 끌렸다. 이후 MIT 경영대학원(MBA)에 들어갔고 역시 MIT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한 생산 운영 방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몸담고 있다. 연구개발(R&D)실이 아니다. 기획전략실이다.

『경영학 콘서트』 쓴 재미 장영재 박사


최근 ‘경영은 과학’이라는 주제로 『경영학 콘서트』(비즈니스북스)를 쓴 장영재(36·사진) 박사 얘기다. 이 책은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미 워싱턴 DC 근교에 사는 그를 e-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경영과학(management science)’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에 대해 들어봤다.

-경영과학이란 무엇인가.
“현대 경영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요즘엔 정보통신기술 혁명과 과학기술 발달로 데이터가 넘쳐난다. 이런 데이터를 경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분석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게 경영과학의 역할이다. 링크드인(미국 구직 사이트) 경영과학 관련 방에 들어가면 구인 요청이 가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과거엔 감이나 경험에 의존해 경영했다면 지금은 과학적 분석과 판단이 중요하다.”

-경영과학을 적용한 기업의 예를 들어달라.
“IBM이 대표적이다. IBM은 현대 기업의 경쟁력은 수학이라고 단정지었다. 과학적인 의사결정과 비즈니스 운영을 핵심 컨설팅 서비스로 지목하고 여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분석과 최적화(Analytics and Optimization)’란 컨설팅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여기 멤버 대부분이 수학·물리학·컴퓨터공학 박사들이다. 감성적 비즈니스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디즈니 그룹에도 경영과학 분야의 사람이 많다. 디즈니는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다. 놀이공원 하나를 만들 때도 모든 동선을 고려한다. 레스토랑에서는 종업원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까지 모두 통제한다. 선물 가게 진열대에 놓인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의 순서도 모두 인간의 구매 행동을 계산한 결과다.”

-수학·통계를 금융에 접목해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했다. 그런데 이게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기업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수학·통계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이런 비슷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먼저 오해를 풀고 가자. 의사결정에 과학적 방식을 적용한다고 하면 흔히 ‘예측한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과학적 의사결정은 예측이 목적이 아니다. 예측은 미아리에서 멍석 깔고 있는 점쟁이들이 더 잘한다. 예를 들어 확률 이론을 보자. 수학자 파스칼이 체계화했는데 그 이유가 놀음판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중단될 경우 판돈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를 계산하기 위해서였다. 정작 파스칼이 도박해서 돈 딴 적은 별로 없다. 확률은 미래를 예측해 돈을 따는 것이 아니라 판돈을 나누는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 이용하는 거다. 경영에서 수학이나 통계를 활용한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통제해 더 큰 재난을 방지하고 대처하는 데 활용한다는 방어적 개념이다. 족집게처럼 미래를 맞혀 대박을 터뜨리자는 게 아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수학·통계 등을 활용한 파생상품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에 있었다.”

-경영에서 기업가의 리더십을 간과한 것처럼 보인다.
“경영학은 두 주춧돌로 지탱된다. 경영학을 문과로 분류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경영, 경영학이라고 하면 인문적 요소만 강조한다. 시중에 나온 경영 관련 서적이 거의 다 이 부류다. 내가 경영의 과학적 요소를 강조한다고 인문적 요소를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업가의 리더십은 물론 중요하다. 이제까지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기업들도 강력한 리더십과 조직력 덕분에 지금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은 비즈니스 지형이 바뀌었다. 쓸 만한 데이터가 많고 이를 분석할 만한 기술도 있다. 경영에서 과학적 요소가 중요한데도 경제경영 부문의 베스트셀러가 대부분 리더십·조직론 관련 책이라는 게 더 우려할 부분 아닌가.”

-이제는 수학·통계 같은 것보다는 창발성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맞다. 이제까지 경영과학은 수학적 원리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감이나 경험으로도 될 일을 과학적 원리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해내는 것이 경영과학의 목표였다. 그런데 앞으로는 경영 자체가 과학이 될 것이다. 과학을 통해 새로운 경영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말 미 국방부가 벌인 ‘빨간 풍선 10개를 찾아라’ 이벤트를 보자. 미국 전역에 흩어진 10개 풍선을 빨리 찾는 팀에 4만 달러 상금을 주는 게임이었다. 수십 일이 걸렸을지 모르는 과제가 단 9시간 만에 해결됐다. 페이스북(미국판 싸이월드), 수학적으로 계산된 인센티브, 거짓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결과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과학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창발성이 몽상이 되느냐 현실이 되느냐는 과학에 달렸다. 곧 ‘빨간 풍선 10개 찾기’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것은 과학의 힘이다. 한국에서는 구글 같은 기업이 나와야 한다면서 구글의 창의성을 말한다. 그런데 그 창의성의 바탕에는 고도의 수학적 알고리즘을 자유로이 연구하는 수많은 경영과학자가 있다는 사실에는 왜 눈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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