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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열 번’보다 중요한 일 일깨워 준 스승

법륜 스님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참 잘 알지만 정말 모를 수밖에 없는 스승”이라고 말하겠다. 부처님의 법을 세상에 전파하라는 의미의 ‘법륜(法輪)’처럼 갈등과 다툼이 있는 곳에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가 보살피는 평화운동가로, 가난과 병고로 신음하는 제3세계에 따뜻한 손길을 아낌없이 펼치는 휴머니즘의 활동가로, 전 지구적 문제와 인간의 공통분모를 분별하고 앞장서 해결하려는 사상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받아 정진하고 불법을 숭엄하게 전파하는 수행자로 평가받는 승려다. 그러나 그 마음의 폭과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개신교의 인명진 목사님께서는 법륜 스님을 가리켜 “현대판 원효 대사 같은 승려”라고 했다.

내가 본 법륜 스님

법륜 스님의 진짜 매력은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데 있다. 성미가 참 급해 게으르거나 굼뜨거나 딴청을 부리면 대뜸 일갈을 한다. 남보다 생각이 앞서고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몸가짐이 정갈하며 경우가 바른 탓에 잘 벼린 칼처럼 매서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참 다사로운 향내가 나고 온기가 묻어나는 스님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애절하고 고통스러운 장면에는 대번에 눈물범벅이 되기 때문이다. 한센병 환자에게 지전을 줄 때도 돈을 잘 접어 뭉쳐진 손가락에 정성스레 끼워 주고는 지극한 표정으로 합장을 한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 더욱 애가 타는 스님은 2008년 여름, 굶어 죽는 북한 동포의 고통을 외면하는 세상을 향해 절규하며 무려 70일 동안 단식을 결행하는 초인적인 의지를 보였다. 스님은 한 번 원을 세우면 어떤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뜨거운 집념 때문에 북한·인도·필리핀·인도네시아·이라크·아이티 등 굶주리고 못 배우고 아픔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따스하게 손을 내민다. 절대로 생색내거나 자랑하거나 표 내지 않고 묵묵히 실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감동받는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법륜 스님을 가리켜 “인간 같지 않다”고 한다. 그 많은 법문·강연·원고·만남·회의·명상·기도·행사·세미나·구호활동·해외포교를 소화해 내는 정열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고구려·발해·항일독립운동의 현장을 찾아 우리 민족의 장엄하고 웅혼한 혼을 불러일으키는 역사기행을 인솔한다.

제법 국회의원 노릇 잘한다고 하던 때, 법륜 스님은 내게 “국회의원 열 번 하는 것보다 우리가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역사이자 우리의 혼인 발해를 되찾아 오는 소설을 쓰는 게 낫다”는 말씀으로 회초리가 됐다. 그래서 나는 8년여 동안 500여 권의 책을 뒤지고 중국·러시아를 취재해 3년여를 두문불출한 채 200자 원고지 1만2000장이나 되는 『김홍신의 대발해』 10권을 써서 예순 살이 되던 2007년 여름에 출간했다.
세상사에 얽히고설킬 때 나는 문득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가슴을 여미곤 한다. “세상이 복잡합니까? 아니면 내 마음이 복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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