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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제이미 올리버를 기대하며

영국의 천재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36·사진)가 노스 런던에 ‘Fifteen (15)’이란 식당을 낸 건 2002년이다. 올리버는 TV 요리 프로 ‘Jamie’s Kitchen’으로 유명해졌다. 톡톡 튀는 입담과 귀여운 외모, 춤을 추듯 리듬을 타며 선보이는 도마질, 장난기 넘치는 동작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그는 피시 앤드 칩스(튀긴 생선+감자튀김)에 만족해야 했던 빈약한 영국인의 식탁을 풍성하게 바꿔 놨다. 요리로 영국의 품격을 높였다는 이유로 대영제국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의 이름을 딴 요리책·잡지들은 세계 곳곳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이정민 칼럼

올리버의 천재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불우 청소년 15명에게 요리를 가르쳤다. 그들과 함께 문을 연 식당이 Fifteen이다. 신선한 재료와 다양한 요리, 무엇보다 건강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식당은 번창했다. 암스테르담(2004년)과 콘월·멜버른(2006년)에 차례로 체인점을 열었다. Fifteen에서 교육을 받은 106명의 청소년은 6개의 오거닉 레스토랑에 취업했다. 이쯤 되면 그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요?� 제왕쯤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올리버의 위대함은 여기서부터다. 그는 감자튀김·햄버거 등 정크푸드로 길들여진 학교 급식의 문제를 제기하며 급식 혁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송된 적이 있는 ‘영국의 급식 개혁’ 프로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패스트푸드 급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올리버가 주방에서 갓 만들어 내놓은 점심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쓰레기통에 쏟아 버린다. 그러곤 학교 밖 가게에서 감자튀김을 사 먹는다. 급기야 ‘제임스 올리버는 떠나라’는 피켓 시위까지 등장한다.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그의 독백이 울려 퍼진다. ‘일곱 살부터 10년 동안 학교에서 저런 음식을 먹은 아이들이 크면 당뇨병·고혈압 같은 성인병에 걸릴 게 뻔한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건강에 해롭지 않은 신선한 요리를 먹게 할 것인가’.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하길 아홉 달. 인스턴트식품의 유해성을 알게 된 아이들이 식판에 그의 요리를 담아 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월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TED(Technology·Entertainment·Design) 콘퍼런스에서 그는 2010년 TED Prize를 수상했다. 18분 동안 이뤄진 TED talk에서 그는 또 한번 세상을 흔들었다. 그는 우유에 얼마의 설탕이 들어가는지 보여 주겠다며 퍼포먼스를 펼쳤다. “하루엔 8스푼… 그리고 한 달이면 이만큼의 설탕을 먹게 된다”며 작은 수레에 가득 담긴 설탕을 바닥에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모든 어린이에게 음식 교육을 하고 가정에서 다시 요리를 시작하고 비만과 싸울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쯤 되면 그의 정체성이 궁금해진다. 그는 요리사인가, 사회운동가인가. 정답은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erpriser)다.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외부의 지원이나 도움 없이 계속적으로 이윤을 발생시키며 ▶이해관계자들이 경영에 함께 참여하는 회사를 말한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접근 방식과 인식을 바꿔야 한다. 여기엔 기업·학교·정부·사회가 동참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자활 의지다. 이런 측면에서 올리버의 Fifteen은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일(요리)을 하면서 세상을 바꿔 가고 있다. 돈도 벌면서 말이다.

기자는 최근 회장 일가의 횡령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 상조회사를 보면서 사회적 기업을 떠올렸다. 상조업이란 자체가 계·두레와 같이 상부상조의 공동체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사회적 기업의 비즈니스모델로 개발해 봄 직하다. 뜻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새로운 마케팅·파이낸스 기법과 알찬 고객 서비스를 무기로 경쟁력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킨다면 사회는 그만큼 밝아질 것이다. 한 푼 두 푼 모은 서민들의 돈을 부도덕한 오너들이 가로채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한국판 제이미 올리버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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