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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 뛰어든 빌 게이츠

TED라고 부르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이 있다. TED는 기술(Techo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확산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모토로 하는 이 재단은 매년 TED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전 세계 지식인들이 모여 창조적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그동안 초청된 연사 중에는 빌 클린턴, 앨 고어, 제인 구달과 노벨상 수상자 등이 있다. 지난 2월 열린 올해 TED 콘퍼런스의 주제는 ‘지금 전 세계에 필요한 것(What the World Needs Now)’이었다. TED 콘퍼런스에 나온 연사들은 자신의 소원을 하나씩만 이야기한다. 빌 게이츠는 2050년까지 CO2 제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자신의 소원을 말하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원자로 개발 방안을 제시했다. 자신이 투자한 벤처회사 ‘테라파워(TerraPower)’를 통해 새로운 원자로를 개발 중이며, 향후 20년 안에 개발을 마쳐 40년 후에는 CO2 제로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게이츠의 발언 만으로 보면 그가 생각하는 원자로는 고속 증식로 개념에 기초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원자로에서 사용 후 꺼낸 핵연료를 지금은 대부분 저장해두고 있는데, 이 사용 후 핵연료에 많이 있는 우라늄238을 플루토늄으로 변환시켜 핵연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라늄 고갈 문제도 해소될 수 있어 수백 년 동안 에너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원자로의 경우에는 핵연료를 2년 정도마다 바꿔주어야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는 60년 동안 연료 공급이 필요 없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최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백신, 에이즈, 빈민, 식량, 중등·고등교육 등 다양한 사회 사업에 열정을 쏟아왔다. 최근에는 자신의 시간과 열정의 일부를 쏟을 새로운 일을 찾은 것처럼 새로운 원자로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가 개발하고 있는 원자로인 TWR (Traveling-Wave Reactor)이 과연 기존 원자로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라늄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선 바람직하지만 가동 결과 플루토늄이 만들어지므로 북핵 문제와 같은 핵확산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 처리와 안전성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다양한 형태의 원자로가 제안되었지만 시험용 원자로가 구현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가속기 구동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원자로가 있다.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않고, 안전성이 매우 높고,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으며, 방사능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가히 ‘꿈의 원자로’다. 기존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 벨기에 정부가 ‘가속기 구동 시스템’ 원자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MYRRHA’ 원자로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시험용 원자로 건설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이런 대형 연구사업을 반드시 정부가 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과점이 문제되긴 했지만 그는 막대한 금액의 사재를 들여 사회사업을 하며 따뜻한 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또 환경·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적 연구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연구이지만, 세계적 갑부이자 지식인으로서 인류 전체를 위한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실천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차세대 원자력발전의 모델이 필요한 지금, 이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며, 혁신적인 정신으로 공익사업을 할 국내 기업가가 나타나기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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